`공(空)돈`에 꼬리표를 달아주세요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28
[서울톡톡]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박모 씨(40)는 필자의 가까운 대학 후배다. 그런데 그녀는 필자에게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자주 하소연한다. 그녀의 남편은 증권회사에 다니며 적지 않은 연봉을 가져다준다. 그녀 역시 씀씀이가 특별히 큰 스타일도 아니다. 필자는 그녀의 지출 습관을 살펴보고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돈에 이름표를 붙이지 않았던 것이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학창시절부터 돈에 꼬리표를 달지 않고 쓰던 습관이 바뀌지 않았다. 돈에 이름표를 붙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예를 들어 남편이 연말에 특별보너스를 받았거나 연말정산에서 꽤 쏠쏠한 돈을 돌려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럼 살림살이를 맡은 아내는 마치 로또에라도 당첨된 듯 `공(空)돈'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쉽게 번 돈이라고 생각하고 아내는 가족외식이나 자녀 장난감, 소소한 여행 등으로 금방 써버린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이라고 봐도 좋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카지노를 방문한 2명이 있다. 김모 씨는 카지노에 도착하자마자 5,000원짜리 게임에서 10만 원을 벌었다. 이모 씨는 막 카지노에 왔는데 회사 동료로부터 "오늘 실적에 대한 보너스로 10만 원이 급여계좌로 송금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들 중 누가 카지노에서 돈을 더 많이 쓸까. 정답은 김씨다. 그는 자신이 카지노에서 `쉽게' 돈을 벌어서 `공돈'으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고 돈을 더 쓴다. 반면 이 씨는 `어렵게' 번 성과급이니만큼 아깝다는 생각에 돈을 덜 쓰게 된다. 실제 경제학에서 이런 현상을 `하우스머니효과'라고 한다.(여기서 하우스는 집이 아니고 도박장을 뜻한다.) 이처럼 어떻게 돈을 버느냐에 따라 소비성향이 달라지는데, 이 때 생길 수 있는 낭비를 없애는 방법이 돈에 확실한 꼬리표를 달아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돈'에 `주택자금'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보라. 어떻게 번 돈인지 따지지 말고 그저 집을 사기 위한 귀중한 돈이라고 타이틀을 붙여놓으면 그 돈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이처럼 공돈이나 여윳돈이라는 이름 대신 자녀교육비, 노후자금 등의 타이틀을 얹혀놓고 주저 없이 통장으로 이체 시켜 버려야 돈이 쌓인다.
필자가 아는 A씨는 보너스 등 부수적으로 생긴 돈은 무조건 `노후자금'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떼어놓는다. 당장은 궁핍할 수 있고 여유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무조건 월급으로 생활비를 감내하고, 보너스 등 기타수입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이렇게 10년을 모았더니 수천만 원이 쌓였다고 한다. 보너스를 제외하고 월급만으로 생활하다보니 빠듯하긴하지만 검소한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더 쉬운 예로 지갑 속에 10만 원을 넣어둬보라. 하루 이틀 지나면 커피값, 교통비 등 이런저런 이유로 어느새 다 없어진다. 그러나 10만 원 중 3만 원을 비상금이라고 이름 붙여보라. 그럼 이 돈만큼은 절대로 꺼내 쓰지 않게 된다.
수입은 물론 지출항목도 꼬리표를 붙여야 알뜰 습관 배어
수입 뿐만 아니라 지출되는 돈에도 꼬리표를 달아야 계획적으로 쓰게 된다. 앞서 언급한 필자의 대학후배 박씨는 돈을 쓰면서 그 돈이 생활비인지, 자녀교육비인지, 여가활동비인지 등을 따지지 않는다. 그냥 필요한 곳에만 검소하게 쓰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출하면 어느 항목에 얼마의 돈이 사용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교육비에 돈이 많이 들어갔는지, 여가생활을 많이 해서 지갑이 비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생활습관이 배면 재테크 전략을 세우기 힘들다. 돈도 정리정돈 해놓아야 헛되이 잃어버리지 않는다.
돈에 이름표를 붙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계부를 쓰면서 동시에 통장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다. 돈이 들어오는 급여통장, 그리고 생활비로만 쓰는 생활비통장, 교육비를 모으는 교육통장, 노후자금을 챙겨놓는 노후통장, 여가활동을 즐기는 여가통장 등으로 말이다. 일단 급여가 들어오면 곧장 통장별로 나눠 이체하고 그 용도로만 쓴다.
심지어 필자가 아는 30억 원대 자산가 B씨는 생활비 통장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달의 생활비가 다 떨어져 마이너스 상황이 될 지라도 자녀교육비나 노후자금에서 빼내지 않고, 어떻게 하든 아껴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돌려놓는다.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다른 통장에서 빼 쓰다보면 결코 돈을 모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마 그런 생각이 있기에 부자가 됐을 것이다. 마이너스통장을 쓰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하는 재테크 방식이다. 부자가 되는 길은 아주 단순한 습관에서 출발한다.
'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 > 세상 쳐다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26 (0) | 2014.01.07 |
---|---|
앱 칼럼니스트 정윤희의 ‘모바일 톡’ 26 (0) | 2014.01.07 |
서울시내 겨울방학 청소년 프로그램 391개 쏟아진다 (0) | 2014.01.07 |
국립민속박물관 <힘찬 질주, 말> 특별전 개최 (0) | 2014.01.07 |
서울상상나라, 행복을 주제로 체험 놀이전시 오픈, 9월까지 운영 (0) | 2014.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