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이승에서 꿈꾸기

파고르의 파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草霧 2013. 12. 17. 11:23

 

 

 

 

 

 

파고르의 파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는 왜 몬드라곤에 주목하는가?
우리가 몬드라곤에 주목하는 이유는 몬드라곤이 공동체적 가치에 바탕을 둔 협동조합이면서도 끊임없이 경영 및 기술 혁신을 통해 성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3년 10월 파고르 그룹의 3개 사업부문 중 가전부문이 파산함으로써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에 의심을 제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연 몬드라곤은 파고르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세계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그들이 꿈꾸어왔던 노동자의 고용과 경영참여를 통해 협동조합의 가치를 구현해 나갈 수 있을까?

21세기 세계화에 대응하는 몬드라곤의 전략
세계화에 대응하는 몬드라곤의 전략은 경제활동의 국제화를 통해 경영, 정보, 의사소통에서 거시적 혁신을 이루고 미시적으로는 개별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사업전략, 조직전략 등을 강화하여 혁신을 이루어 낸다는 것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1960-1985년 사이에는 능률화, 다양화, 대규모 생산을 통해 위기를 넘겼고, 1986-1990년 전 세계적 경기 불황기에는 소규모, 생산유연화, 지식기반 가치경영을 추구하였으며, 1990년 이후 자본의 세계화 시기에는 몬드라곤의 국제화와 열린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 왔다.
파고르 등 몬드라곤 내 가전회사가 글로벌화에 앞장 선 이유는 해당 수출지역 고객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 제품 표준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1990년대 이후 본격화 된 자본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경영 전략으로서 원가절감과 시장 확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몬드라곤의 세계화에 대한 평가
몬드라곤은 1990년대 자본의 세계화에 대해 그들의 원칙과 가치를 지키면서 효과적으로 대응 해 왔다.
그러나 몬드라곤의 국제화와 열린 혁신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례 1
2005년 6월 파고르는 프랑스의 가전업체인 브란트(Brandt)를 인수 합병하면서 프랑스 지역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다. 협동조합원이 되지 못한 프랑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파고르의 사람들과 브란트의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사례 2
몬드라곤의 국제화 결과 1976년 전체 직원 중 90%였던 조합원 비율이 점차 하락하여 2006년 이후에는 50% 정도로 하락했다.

위의 사례는 몬드라곤의 국제화 전략과 열린 혁신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고르는 왜 파산한 것인가?
파고르의 파산은 자본의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파고르 경영진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고르의 파산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매출감소. 둘째, 2008년 이후 스페인 건축경기의 급격한 하락이 가전부문에 가한 직접적 타격. 셋째, 몬드라곤의 국제화 전략에 따라 인수한 프랑스 가전사의 매출하락. 넷째, 위의 결과로 매출이 37%정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규모는 그대로 유지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파고르의 파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파고르가 파산 한 것은 큰 충격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협동조합도 기업인 이상 시장에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파산 할 수 있다. 오히려 파고르가 60년 이상 시장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온 것이 놀랍다. 나는 자본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파산한 파고르로부터 결국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식의 단선적 결론을 취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럼 우리는 파고르의 파산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파고르와 같은 가전회사의 국제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은 이미 지적했다. 그들에게 국제화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과제였다. 그러나 국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취 할 수 있는 경영적 전략은 여러 가지 옵션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파고르가 파산하기 이전에 이미 파고르의 자산이 부동산이나 금융으로 흘러나가고 의사결정권이 조직의 최고위층에 집중되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물론 파고르의 재무제표 등 공개되지 않은 경영정보로 인해 정확한 평가를 하긴 어렵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것을 종합해 보면 파고로는 자본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상의 위기를 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몬드라곤의 성장이 바스크 이외 나라 노동자들의 희생의 결과라는 비판에 대해 몬드라곤은 어떤 효과적인 답을 마련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몬드라곤은 중국과 같이 해당 지역의 법률이, 몬드라곤이 추구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통한 협동조합의 운영’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파고르가 프랑스의 가전업체인 브란트(Brandt)를 인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그들의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기에 충분하지 않다.
물론 몬드라곤이 협동조합의 전형도 아니고 파고르의 파산이 협동조합 모델의 파산도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협동조합의 발전단계가 몬드라곤과는 다르고 이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단계가 높아 몬드라곤과 같은 협동조합이 성장 발전해 가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몬드라곤과 같은 규모화 된 협동조합이 세계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경영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답 할 수 없다면 협동조합은 젊은이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집이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