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기 | 2013.12.09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올빼미버스 등 시민 말씀대로 탄생한 10가지 정책을 직접 경험한 체험담, 영상, 그리고 웹툰을 공모하는 <제7회 서울사랑공모전>이 지난 10월에 있었다. 서울톡톡에서는 그 중 이야기부문에 선정된 13편을 매일 한 편씩 소개한다. |
[서울톡톡] '聽(들을 청)'이란 한자에, '广(집 엄)'이란 부수를 더하면 관청을 뜻하는 '廳(관청 청)'이란 글자가 된다. 관청은 그만큼 백성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이를 통해 정책을 수행해야한다는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글자인 것이다. 서울시가 시민의 공간으로 개방한 시민청. 올 3월 시민청에서 열린 '서울도심부 시민참여단' 행사는 시민청이야말로 바로 위에서 설명한 '廳(관청 청)'이라는 글자 속에 담긴 뜻을 가장 잘 구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느끼게 한 행사였다. 더불어 이 행사를 통해 서울시가 얼마나 시민의 목소리에 정성을 기울여 듣고 있는지 몸소 체험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2013년 3월 5일.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서울도심부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시민참여단에 선정되었다는 축하와 함께 참여단 행사가 3월 9일과 16일, 2회에 걸쳐 서울특별시청 안의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도심부 시민참여단' 행사는 말 그대로 서울 도심부의 공동화 현상 극복과 발전 방안에 대해 역사, 경관, 산업, 생활 분야에 걸쳐 시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어 의견을 종합하는 토의행사였다.
공모전 홈페이지에서 해당 행사와 관련 소식을 접한 후,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가 선정되었다. 경복궁에서 문화재해설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역사분야에 관심이 많은 난, 이 기회를 통해 서울 도심부에 있는 궁궐, 근현대사 공간들을 활용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마음먹고, 부푼 기대를 안고 시민참여단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3월 9일 오전 9시, 1차 서울도심부 시민참여단 행사가 열렸다. 서울특별시청에 처음으로 들어가 본다는 설렘에 마음은 들떠 있었다. 참여단에는 서울도심부에서 수십 년간 살아오신 분, 건축을 전공하신 분, 서울도심부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시민이 모였다.
토의에 앞서 서울도심부의 역사와 서울도심부의 발전방향 계획에 대해 서울시립대 김기호 교수님의 개략적인 설명을 들은 후, 도심부에 위치한 문화자원을 찾았다. 6명씩 구성된 모둠 가운데에 큰 서울도심부 지도를 펼쳐놓고 각자 알고 있는 문화공간을 포스트잇으로 적었다. 서울 5대 궁궐과 몇몇 근현대사와 관련된 공간만을 알고 있는 게 전부였지만,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50대 어머니분이 있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문화 장소를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다른 모둠으로 이동하면서 각자 알고 있는 장소를 보충해서 기록하니 금세 서울도심부 이곳저곳에 있는 문화자원이 종합되었다. '그동안 내가 서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참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할 정도로 많은 문화자원이 쏟아져 나왔다. 한편으로 '다른 대도시의 도심부에 비하면 문화자원이 많은 서울의 도심부는 얼마나 축복받은 곳인지, 이러한 문화자원을 잘 활용하면 도심 공동화 현상에 잘 대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부터는 각 분과별로 모둠이 나뉘어 토의가 진행되었고, 난 '역사분과'를 선택했다. 역사분과에서는 서울시의 문화재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비판했으며, 도심부를 활성화할 역사·문화정책에 대한 의견이 종합되었다. 브레인스토밍기법이 적용되어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큰 제약은 없었다. 생각나는 대로 적고, 이것을 대단위 주제로 종합하고, 다른 모둠과 의견을 나누고, 최종적으로 시민의 현장투표를 통해 서울시에 제안할 주제를 선별했다. 이 역사분과 활동에서 색다르고 재미있었던 것은 카드를 뽑아 나온 숫자를 이용해 자기를 소개하는 독특한 소개방식이었다. 카드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2주차에는 '산업분과'와 '생활분과'에 참여해 활동했다. 방식은 1주차에 진행했던 방식과 같았다. 미래 서울도심부를 이끌 산업을 상상하는 산업분과에서 난, 서울 도심부의 궁궐이 완벽하게 복원되어 학생들과 전자교과서 방식을 이용해 현장학습을 하는 것을 상상해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또, 미래의 생활을 바꿀 생각들을 개진한 '생활분과'에서는 미래 서울도심부의 생활을 다양한 낱말에 맞춰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차 분과별 활동 중 쉬는 시간에는 서울도심부 활성화에 대한 캐치프레이즈 공모도 참여할 수 있었다. 나는 서울도심부가 서울의 중심이고, 모양이 사람의 중심인 심장과 그 모습이 유사한 점, 그리고 이 행사가 도심부가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의미의 행사라는 점에 착안해 '두근두근 다시 뛰는 서울의 심장'이라는 문구를 적어 게시했다. 캐치프레이즈 역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가 담긴 문구가 게시돼 눈이 즐거웠고, 기발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머리도 즐거웠다.
점심식사 후 쉬는 시간에는 서울특별시청 이곳저곳을 둘러보러 다녔다. 현대적인 시청 건물 안에 조선시대 무기고로 쓰이는 군기시의 모습이 완벽하게 재현되어있어 역사적 현장을 보존하면서 공존하는 서울특별시청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시민청 안을 시민에게 음악행사를 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등 많은 문화행사가 진행되던 모습에선 시민청이 취지에 맞게 잘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분과활동이 끝나고, 활동을 마감하는 자리에서는 다른 분과에서 제안한 내용을 모두 공개하여 내용을 확인하고, 다른 생각을 제안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서울시에 건의할 안건이 정리되었다.
2주에 걸쳐 시민청에서 열린 '서울도심부 시민참여단' 이번 활동은 '대공감' 그 자체였다.
대화! 이번 참여단 활동은 정말 다양한 연령, 분야의 시민이 모여 대화하는 자리였다. 특히, 시민만의 대화가 아니라 서울시에게 이러한 점을 요구하는 서울시와의 대화 자리이기도 했다. 위에서 강압적으로 하는 하향식 정책시행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전달하는 상향식 정책시행으로 시민과 대화하는 서울시의 정성스런 경청의 모습이 느껴졌다.
공감! 분과활동에서 의견을 개진할 때, 브레인스토밍 기법이 활용되어 정해진 답이 없었다. 분과활동을 조정하는 퍼실리테이터(촉진자)들께서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을 통해 의견을 종합하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의견이 옳다 그르다는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토의가 이렇게 아름답게 의견을 종합할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감사! 참여단 활동은 내게 시민으로서 정책에 참여하는 첫 경험이었고, 시민에게 주권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감사의 자리였다. 투표가 아니라 이렇게 시민참여단을 통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경험은 서울시가 내가 시민으로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감사의 경험이었다.
시민에게 개방된 공간 시민청(廳)은 그야말로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시민청(聽)이었다. 그것도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여듣고,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서울시의 정책구상이 담긴 공간이었다. 요즘 시민의 소리를 경청해 변화하는 서울시의 모습을 생활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변화하는 서울시의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