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11월 괴담의 실체는?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22
[서울톡톡] 해마다 11월만 되면 여러 매체에서 11월 괴담에 대해 경쟁적으로 기사를 내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괴담 파도가 대중문화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번에 11월 괴담 신드롬에 불을 지른 건 연예계 도박 스캔들이었다. 뒤이어 에일리 누드사진 유출 사건, 개그맨 전영중 사망 사건 등이 터지며 괴담 보도에 불이 붙었다.
과거부터 매체들은 '대마초에 음주운전까지... 11월 되자마자 연예계 11월 괴담 공포 덜덜덜', '11월, 괴담의 늪에 빠진 연예계', 이런 식의 제목으로 11월 괴담 보도에 열을 올려왔다. 올해엔 '잔인한 11월 괴담, 불법도박사태~사망까지 '연예계 몸살'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앞으로도 11월 괴담은 한국 매체들이 가장 사랑하는 계절 아이템(?)으로 확고한 위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1월 괴담의 히스토리
11월 괴담은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일반적으로 가수 유재하의 사망 사건을 그 출발점으로 본다. 유재하는 1987년 11월에 사망했고, 그전 1985년 11월엔 가수 김정호의 사망, 1990년 11월엔 가수 김현식의 사망, 1995년 11월엔 듀스 멤버 김성재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괴담의 단초가 된 것이다.
11월 괴담이란 표현이 구체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라고 알려져 있다. 2000년 11월 클론 멤버 강원래의 교통사고, 2001년 11월 황수정 필로폰 투약, 싸이 대마초 파문 등을 겪으며 그 전의 기억까지 겹쳐 괴담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후에도 해마다 11월만 되면 연예계의 누군가가 사고를 당하며 괴담을 확인시켰다. 예를 들어 신정환 도박 파문, 고현정 이혼, 원타임 멤버 송백경 교통사고, 연예계 신종플루 사태 등이 모두 11월에 터졌다.
11월 괴담이 하도 화제가 되니까 여러 매체에서 '도대체 왜 11월에 사고가 많이 터지는가?'에 대한 분석도 많이 내놨었다. '연말이라서 해이해진다', '검-경이 연말 인사고과 때문에 이때 사건을 많이 터뜨린다',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교통사고가 잘 터진다' 등 갖가지 분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소동에 정말 그 실체가 있긴 한 걸까? 정말 11월엔 괴이할 만큼 사고가 많이 터질까?
여기에 대해 한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데이터를 실증 분석한 적이 있었다. 그것에 의하면 연예계에 실제로 사고가 가장 많이 터지는 시기는 3월, 9월, 12월이었다. 11월 괴담은 완전히 낭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 가지고 한국의 매체들은 해마다 괴담보도를 일삼았다.
1월 괴담, 5월 괴담, 10월 괴담...
요즘엔 어느 특정한 시기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연예계 사고가 수시로 터진다. 이번 도박 스캔들만 해도 올 초에 터진 김용만 도박 사건이 그 시초였다. 이런 상황인데도 매체들이 어느 한 시기를 콕 찍어 '괴담'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그래야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기사 장사'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매체들은 연예인 사고가 조금이라도 많이 터진다 싶으면 언제든지 괴담 만들기를 시도한다. 1월 괴담설, 5월 괴담설, 10월 괴담설 등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11월 괴담을 대중이 받아들인 것은, 정서적으로 11월이 가장 괴담과 어울리는 쓸쓸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11월은 날이 스산해지며 파릇파릇한 생명력이 사라져가는 시기다. 더 추운 12월은 연말 분위기로 들뜨기 때문에 심정적으론 11월이 더 싸늘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과거 스포츠신문들이 여름시즌과 겨울시즌 사이인 11월엔 스포츠 뉴스가 없어 연예계 사고를 대서특필했기 때문에, 11월이 연예계가 시끄러운 시기라는 인상이 생겼다.
거기에 기사를 자극적으로 팔려는 매체들의 '묻지마' 상업주의가 결합해 11월 괴담이라는 근거 없는 보도가 성행하게 됐던 것이다. 이 때문에 11월에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사람은 해마다 11월만 되면 괴담의 근거로 보도되며 피해를 당한다. 이젠 괴담 같은 황당한 소재는 매체에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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