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세상 쳐다보기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23

草霧 2013. 12. 3. 12:07

 

자녀에게 물려줄 것은 집이 아닌 이것!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23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 2013.12.02

 

지폐를 관찰하는 아이

 

 

[서울톡톡] 필자가 미국 하와이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 겪었던 경험 한토막 소개한다. 2006년 9월 첫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지나지 않은 무렵이었다. 필자와 몇몇 아시아계 유학생을 제외하곤 학생 개인우편함에 두툼한 봉투가 하나씩 꽂혀 있었다. 필자는 "학교에서 미국인에게만 중요한 학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의심 아닌 의심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학자금 대출서류였다.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론(Loan·대출)으로 학비를 낸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의 집안형편이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몇몇 학생의 부모는 푸른 태평양 바다가 거실에서 한눈에 보이는 수백만 달러짜리 저택을 소유할 만큼 부자였다. 그러나 그들도 자녀 학비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학생 역시 부모로부터 돈을 물려받지 않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과거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비를 죄다 지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결혼하는 자녀에게는 집까지 마련해주려 애썼다. 집을 사줄 수 없다면 전세금이라도 챙겨줬다. 집 한 채 마련한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식이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내리사랑이었다. 또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에도 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관행처럼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변했다. 얼마전 주택금융공사가 60~86세 노년층 주택보유자나 그 배우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25%가 '보유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주택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답한 노년층 비율은 지난 2008년 12%에서 2010년 20%, 2012년 21%에서 올해 25%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나이가 적은 노년층의 상속 의향이 더 낮게 나타난다. 만 60~64세의 경우 물려주지 않겠다는 비율이 33%로 만 80세 이상의 13%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런 통계를 보면 앞으로 주택 상속이 더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부모의 내리사랑의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에 남은 집 한 채로 남은 생을 버텨내야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큰 것으로 봐야한다.

 

 

젊은 부모라면 일찌감치 자녀 이름 통장 만들어야

필자는 부모세대가 자식에게 무언가 물려주려고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식에게 엄청난 교육비를 대서 키웠는데 남은 재산으로 노후를 평온하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녀를 교육시키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는 건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집이나 큰 자산을 물려주지 않으면서도 기초자산을 만들어줄 방법이 없을까. 정답은 자녀가 어렸을 때 일찍 준비하는 것이다.

 

자식을 낳자마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돈을 모으면 된다.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집이 아닌 어린이 통장과 펀드, 보험 등 투자상품이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정부는 미성년자녀에게 물려주는 돈 2,000만 원까지(성인은 5,000만 원) 비과세 혜택을 준다. 예를 들어 5살짜리에게 2,000만 원을 물려주고 수익을 잘 내준다면, 이 돈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꽤 큰 목돈이 된다. 실제 필자 주변에는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자녀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돈을 키워나가는 중산층이 적지 않다.

 

이렇게 미리 준비하면 나중에 큰 돈을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자녀이름으로 종신연금보험을 들어두면 병에 걸렸을 때도 대비하고 나중에 연금형태로 받아 쓸 수 있다. 월급의 10%는 자녀 몫으로, 20%는 본인과 배우자의 미래 자금으로 빼 놓은 뒤 수입의 70%만으로 가계부를 짜야한다.

 

어쩌면 자녀에게 물려줘야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경제관이다. 유태인이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낚는 법을 알려주라'는 유태인의 교육법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요즘처럼 경제위기가 잦아지고 변동성이 큰 때라면 더욱 세상 경제가 돌아가는 흐름을 알아야 한다. 주식은 무엇이고 왜 투자하는지, 부동산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가격이 형성되는지, 복리는 무엇이고 이자는 어떤 식으로 쌓이는지 등 기본적인 경제개념을 익혀야 돈을 벌 수 있다.

 

또 내 몫만 챙기지 않고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돈의 소중함을 알고, 알뜰하게 벌고, 벌어 놓은 돈을 까먹지 않고, 현명하게 소비한다. 부자가 낭비를 일삼다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을 우리는 흔하디 흔하게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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