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표절 논란, 언제 끝날까?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21
[서울톡톡] 최근 가요계는 표절 논란으로 뜨거웠다. 작곡가 프라이머리의 노래 <아이 갓 씨>가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특별히 큰 논란으로 비화된 것은 <무한도전>과 관련 있었다. <무한도전>에선 2년에 한 번씩 가요제가 열리는데, <아이 갓 씨>는 올해 치러진 자유로 가요제에서 박명수가 부른 노래였다. 한국 네티즌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무한도전>에서 표절 의혹이 터졌다는 사실 때문에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던 것이다.
논란이 터지자 <무한도전> 측은 <아이 갓 씨>의 음원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작곡가인 프라이머리는 표절을 인정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진 것 자체에 대해선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표절이 아닌 장르의 유사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 갓 씨>는 레트로 힙합, 혹은 일렉트로닉 스윙이라는 장르의 노래인데 이 장르의 특색 때문에 두 곡이 비슷하게 들린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음악 관계자들도 표절이 맞는다는 쪽과 장르의 유사성이 맞는다는 쪽으로 갈렸다. 원작자인 카로 에메랄드 측도 처음엔 표절이 의심된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니, 나중엔 표절이 아니라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말하는 내용도 뭔가 똑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표절인 것도 같더라', '아닌 것도 같더라'는 애매한 표현이어서 관전자들을 속 터지게 했다.
지금처럼 표절 논란이 계속 터지고, 음악 관계자들의 입장이 갈리고, 뭔가 명확한 결론이 안 나면서 '표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이렇게 혼란스럽고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요즘 노래의 작곡 방식이나 작곡에 대한 개념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엔 누군가가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치열한 산고를 통해 어떤 영감을 받아 홀연히 멜로디를 창조해내는 것이 작곡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영감을 통한 곡 창조가 아닌, 다른 곡을 조금이라도 가져다 쓴 건 무조건 표절이라고 명확하게 판정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컴퓨터를 활용해 이런저런 곡들을 조합하고 참조해서 제3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작곡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특히 힙합이나 최신 댄스음악 계열에서 이런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진 것이다.
표절이냐, 샘플링이냐~
그래서 요즘 흔해진 논란이 '표절이냐 샘플링이냐'이다. 다른 곡을 가져다 쓴 건 맞는데 그것이 샘플링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준이냐, 아니면 표절이라는 범죄 행위냐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이번 프라이머리의 경우엔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참조하겠다고 미리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표절 의도는 확실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곡을 만드는 방식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다. 이런 방식이 대세가 되면, 표절 논란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논란을 예방하려면 뮤지션들이, 다른 곡을 가져다 쓰거나 참조할 경우 무조건 원저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그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샘플링이건 참조건, 어떤 이유에서든 두 곡이 비슷하다면 표절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저작권 문제를 정리하고 이를 공식화하는 관행이 필요하다.
표절은 한국에서 네티즌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 중 하나다. 신곡이 발표되면 '네티즌 수사대'가 전국에서 궐기해 표절 여부를 가리고, 조금이라고 의혹이 있을 경우 그 문제를 맹렬히 제기한다. 해외의 원저작자에게도 집요하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표절 의혹을 알린다. 네티즌의 집단 공격이 하도 극성스럽기 때문에 표절 논란이 일종의 여론재판처럼 보일 정도인데, 한국 네티즌이 이렇게 표절 문제에 민감해진 건 과거부터 표절 문제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는 표절곡이 너무나 많았고, 심지어 적발돼도 별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1990년대엔 룰라, 김민종처럼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표절 스캔들에 휘말려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런 역사에 대한 반성 때문에 '네티즌 표절 감시단'이 탄생한 셈이다. 다른 노래를 참조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결과물을 고민하는 것만이 창조라는 의식이 확립돼야,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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