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 양극화를 즐겨야 할 때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는 ‘양극화’일 것이다. 주식과 채권, 선진국과 신흥국, 신흥국 내에서도 한국과 그 외 신흥국으로 주식시장이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발단은 5월 버냉키 연준의장의 채권매입규모 축소 언급이었는데, 채권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된 반면, 주식시장으로는 자금이 유입되었다. 특히,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유럽 경기도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에 돌입하면서 선진국 주식으로는 무려 7년만에 자금이 몰렸다. 외자유입이 끊길 경우 국제경쟁력이 부족한 신흥국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수출 경쟁력 높은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은 45일 최장기 순매수 기록을 세웠다.
이제 투자자들은 연말보다는 내년에 대한 걱정이 앞설 것인데, 금융시장 양극화 속에 주식 투자 환경은 긍정적일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10월 연방정부의 셧다운 영향과 단기간에 급등한 금리 탓에 연말 경제지표는 단기적으로 둔화될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 회복과 가계자산 증가, 은행 대출요건 완화 등으로 인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년전 재정위기로 침체를 보였던 유럽 경제 역시 나쁘지 않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이 7분기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고, 유로존 핵심 국가들의 실물지표가 개선되는 등 향후 경기 회복 기대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 주식과 채권으로 수 주간 자금이 유입되며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직 산업생산 증가가 주춤하고 실업률도 12% 전후로 여전히 높아 완연한 회복세를 확신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다. 하지만, 금융여건 개선 속 유로존 PMI(구매자관리자지수)가 4개월 연속 상승해 확장국면에 들어갔고, 연말에 추가 금융완화조치(VLTRO, 장기대출 프로그램)의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에 유럽에 대한 내년 투자 환경은 결코 나쁘지 않다.
한편, 중국 경제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7% 초반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11월 3중전회 이후로는 중국 구조개혁에 대한 디테일과 내수소비 확대를 위한 변화들이 강조되면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대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서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혹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어왔다. 그러나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유로 존의 경기회복은 중국의 수출 회복을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며 7% 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내수 소비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양극화, 가계부채 부담 등 소비회복에 대한 부담이 높지만 사상 최대 경상수지 달성에서 보듯 수출 증대에 따른 내수 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이 무려 45일간 14조원을 순매수한 이래 최근 매수강도가 다소 약화됐지만, 속도조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특별한 악재가 없다면 연말로 갈수록 2014년 글로벌 경기 회복기대감이 반영돼 한국 시장은 연말까지 저점을 높이며 2,100pt 내외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주식시장은 유럽 회복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상반기로 예상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Tapering) 이후 ASEAN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본격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상반기 증시는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다만 하반기에 들어서는 중국의 구조개혁 속도를 감안해 다소 상승탄력이 둔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내년에는 ‘신성장’과 ‘융합’ 그리고 ‘환경’이 투자의 중심 테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손목에 시계처럼 차는 스마트 폰)출시를 기점으로 구글 안경 등 우리 몸에 항상 지닐수 있는 Wearable Computer 시대가 태동했다. 일종의 융합인데, 스포츠용품 회사로 유명한 나이키가 조깅화에 간단한 칩을 부착해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이미 Healthcare 산업 및 스포츠와의 융합이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 해 9월 미국의 청정 에너지법(Clean Energy Standard)이 발효되었는데, 2018년까지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 발전을 늘리기로 한 계획이다. CO2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성장 산업육성 속도가 내년은 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테슬라의 친환경 전기차, 태양광 산업육성, 중국의 구조조정, 글로벌 철도투자 증가 등 관련 산업 내 수혜종목 역시 눈여겨 볼 테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