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퇴직연금 믿을만 한가요?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22
[서울톡톡] 분기 수익률이 0%대. 그러니까 연평균 수익률로 따지면 아무리 잘해봐야 4%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퇴직연금의 수익률 얘기다. 일단 퇴직연금제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퇴직연금은 말 그대로 퇴직한 뒤 받을 수 있는 연금이다. 과거 기업에서 일하다 그만두거나 정년퇴직하면 근무한 기간만큼 계산해 퇴직금을 받았다. 그런데 목돈으로 주어지는 퇴직금을 한 번에 써버리는 게 문제였다. 자녀학비, 결혼자금, 병원비 등의 이유로 다 써버리니 노후 대비가 전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대책을 세웠다. 퇴직금을 한 번에 쓰지 못하고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신설된 퇴직연금제도가 8년차에 접어들었고 460만 명 넘는 가입자에 적립금이 72조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수익률을 책임지고 정해진 액수를 줘야하는데 과거 퇴직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된다. 확정기여형은 퇴직연금 가입자, 즉 직원이 수익률을 책임지는 것이다. 자신이 투자상품을 골라가며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정급여(DB)형 가입자가 월등히 많다.
그런데 확정급여(DB)형의 경우 올해 분기 수익률이 1%를 넘기지 못했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은행, 증권, 생명ㆍ손해보험사 48곳 가운데 지난 3분기(생명ㆍ손해보험사는 2분기) 수익률이 1%를 웃돈 곳은 13곳에 불과했다. 대표 시중은행인 우리ㆍ국민ㆍ하나ㆍ신한은행 등은 모두 0.9%대에 그쳤다. '원금이나 지키자'는 식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한 탓이다.
물론 노후에 쓸 자금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운용해서도 곤란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운용사들은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 자산만 사들인다. 400조 원대 초대형 기금인 국민연금이 지난해 7% 넘는 수익을 냈고 3분기 코스피 상승률이 7%를 웃돌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형편없는 운용실력이라고 하겠다. 호주의 지난해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14%)과 비교해도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노후 대비 3각 축 마련해야
수익률이 낮다보니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도 낮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은 2007년 6.7%에서 2011년 4.4%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4.6%를 기록했다. 2007~2012년 평균 수익률 4.97%가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확정급여(DB)형 가입자가 30년간 퇴직연금을 내고 30년간 연금을 수령한다면 소득대체율은 16.1%에 불과하다. 퇴직 전 100만 원을 받았다면 퇴직연금 수령액은 16만 원이라는 뜻이다. 저금리 흐름을 감안해 3%로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소득대체율은 12%대로 떨어진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들의 경쟁체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익률이 저조할 때 최소 비용으로 운용기관을 갈아탈 수 있도록 만들고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차원에서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운용사들의 유치경쟁이 촉진되고 더 좋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보고 있다. 또 원금보장형 상품을 줄이고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는 실적형 상품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는 나라다. 전세계 지난 10월 발간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복지수준은 100점 만점에 39.9점으로 낙제점에 가깝다. 91개 조사대상국 중 67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건강수준은 8위로 높은데 소득이 90위에 그쳐 길어진 노후에 대한 재정적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식세대를 의지하기도 어렵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15~64tkf) 6.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20년이면 4.5명, 2040명이면 1.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한다. 이러니 개인이 노후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때문에 퇴직연금과 함께 국민연금, 개인연금으로 3계단의 노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하기 힘들다는 사실 역시 자명하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8%였다. 이 수치는 2028년이면 40%로 떨어진다. OECD는 은퇴 전 평균 소득의 70%를 연금으로 보장해야한다고 권장한다. 나머지 30% 가까이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책임져야 하는데 국내 개인연금 가입율은 12.2%(OECD 211년 자료)에 불과하다. 독일(29.9%), 미국(24.7)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퇴직연금이 아직 미덥지 못하니 개인연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만 타 쓰면 노후에 라면을, 퇴직연금까지 있으면 쌀밥을 먹고, 개인연금까지 있으면 여행까지 즐길 수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새겨 들어야 한다. '
'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 > 도시 공상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금융시장 양극화를 즐겨야 할 때/60억달러 규모 웨어러블 디바이스 선두는 구글? (0) | 2013.11.26 |
---|---|
희망광고기업 (2)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0) | 2013.11.25 |
이손(ISON) 혜성 관측법 (0) | 2013.11.25 |
29일부터 초미세먼지 농도 시간평균 60㎍/㎥ 이상 2시간 지속시 발령 (0) | 2013.11.25 |
2014년 하이서울브랜드기업 신규기업모집 (0) | 2013.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