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바퀴, 감나무 잔치~
서울에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 감나무 마을
[서울톡톡] 점점 짧아지는 가을,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 속에서 살다보면 '여름 지나고 어느새 겨울이네' 싶을 정도로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에 계절감을 잊게 된다.
하지만 서울 속 평범한 작은 동네가 가을의 멋으로 변신하면서 대도시가 주는 빠름과 평범함을 잊게 해주었다. 바로 몇 년 전 이사온 은평구 응암동, 이 마을 담자락에 가을의 상징인 감나무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하면서다.
고운 주황빛의 색상과 아기 주먹처럼 생긴 귀여운 감들에 마음을 뺏겨, 가을 햇살이 따듯한 날 아직은 아파트들보다 작은 주택들과 골목이 많이 남아 있는 동네를 산책삼아 무작정 돌아다녀 보았다. 동네의 옛 이름이 감나무골이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마당이나 안뜰에서 대롱대롱거리는 감들을 무수히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작은 공동주택과 일반주택들 앞 작은 공간의 여유가 무척 크게 느껴졌다. 오래된 동네의 골목마다 터줏대감처럼 서있는 전봇대에도 감나무 열매들이 매달려 있어 삭막했을 풍경에 정겨움을 더해준다.
제주도에서 보았던 어떤 동네가 문득 기억이 났다. 귤나무가 가득 메우고 있던 모습이 참 생생하고 인상적이었는데, 이 동네에는 흡사 귤나무 같은 감나무들이 동네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특히 담장이 낮은 집에 열린 감나무들은 감이 달린 가지가 낮게 나있어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니 한 개 따고 싶은 마음에 손이 근질근질 했지만 꾹 참으며 눈요기만 한다.
남의 집 부근을 기웃거리며 감나무 사진을 찍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집주인인 듯한 사람이 불청객을 유심히 쳐다본다.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감들이 참 예쁘게 열렸네요"라고 말을 건네니 웃으시면서 창문에 매달아 놓았던 감 몇 개를 먹어보라고 건네주신다.
감나무는 동네 새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나무 꼭대기에 날아 오른 새들이 감을 쪼아 먹는 모습은 귀엽기만 하다.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동네지만 여느 농촌처럼 감들이 가을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팍팍한 도시살이에도 동네 사람들 표정이 조금은 환하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저 감나무와 감들 때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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