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문화평론가) | 2013.11.12
[서울톡톡] 얼마 전 미스코리아 관련 비용에 대한 폭로가 터져나와 화제가 됐다. 대회에 출전했지만 입상하지 못한 후보자 두 명의 어머니가 매체에 통장 사본과 구체적인 지출 내역까지 폭로한 것이다. 한 후보자의 경우 미용법 교육비로 회당 150~275만 원씩 총 3,525만 원, 미용용품 구입에 200여만 원, 마사지 비용 500만 원, 메이크업 비용 350만 원, 건강보조식품 구입비 230만 원에 심사위원 매수비로 4,000만 원 등 총 1억 원 가까이 썼다고 했다. 다른 후보자의 어머니는 드레스에 1,000만 원, 마사지에 1,800만 원, 성형비용 수천만 원 등 총 2억 원 이상을 썼다고 한다.
미스코리아대회에선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소문이 언제나 있었다. 1993년엔 돈을 받은 주최 측 간부와 이에 관여한 미용실 원장이 구속 기소되고, 후보자와 어머니는 불구속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미스코리아를 많이 배출한 한 미용실에서 예선 기본 비용만 수천만 원을 요구한다는 의혹이 보도된 적도 있다. 낙태 사건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2007년 미스코리아 미의 어머니가 방송 인터뷰에서 "몇 천만 원 정도 드는 것이 아니다. 안동에 있는 아파트도 팔았다. 드레스 한 벌 1시간 대여가 400~500만 원, 머리와 메이크업 한 번에 60~70만 원 등 전부 돈이다"라고 주장한 적도 있다.
비단 돈 문제만이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거나, 일부의 일탈 행위로 치부되어왔다. 이번엔 통장사본까지 공개된 비교적 구체적인 폭로가 나오고, 미스코리아 조직위 측에서 비리행위를 인정함에 따라 크게 화제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한 직원에 의해 저질러진 개인적인 비리이며 연루된 사람이 일부에 불과하고 대회 자체는 공정하게 치러진다는 발표가 이어져, 이번에도 역시 총체적인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어 보인다.
과거의 미스코리아 수상자들이 자신들은 별로 돈을 쓰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해서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어쨌든 전면적이든 제한적이든 누군가는 미스코리아 관련해서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것만큼은 사실로 보인다.
미스코리아 관련 논란은 돈문제뿐만이 아니다. '무슨 기준으로 미스코리아를 뽑는 것이냐', '선보다 진이 더 아름답다는 근거나 무엇이냐' 등 기준 논란, 외모 논란도 해마다 일어난다. 미스코리아 수상자가 성형미인 아니냐는 성형 논란도 거세다. 그런데 이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여러 미인대회에서 이른바 '추녀' 논란이 일어났었다. 미국에서도 미스유니버스나 미스 USA 대회에 성형미인이 많이 참가한다고 한다. 미인대회 강국이라는 베네수엘라에선, 미인을 길러낸다는 '미인사관학교'에서 아예 성형을 정규과정처럼 권하기도 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뽑는가?
그러니까 각종 논란은 미스코리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미인대회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어떤 자격을 가지고 어떤 기준에 의거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뽑는다는 건지, 도무지 이것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길이 없다. 구조 자체, '미'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투명하고 비객관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터질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거기에 미인대회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이 문제를 더 키운다. 왜들 그렇게 논란과 불투명성, 무리한 투자를 감내하면서까지 미인대회에 달려드는 것일까? 지난 90년대 이전에 비하면 대중의 관심은 좀 덜 한 것같지만 미인대회 수상자가 누리는 '특전'은 여전하다. 미스코리아의 경우는 연예인 등용문, 아나운서 등용문, 최고 신부감 인증 등의 의미까지 있다. 이러니 과열경쟁이 쉽게 끝날리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