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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34) 세대 간 갈등과 소통

草霧 2013. 11. 11. 11:41

 

 

 

우린 대화가 필요해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34) 세대 간 갈등과 소통

 

시민기자 이승철 | 2013.11.08

 

[서울톡톡]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는 갖가지 갈등이 존재한다. 물론 가족 구성원 간에도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갈등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나 경험, 의견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오늘은 가족 간의 노인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노인들은 권위의식이 너무 강해요.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심해요",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면서 많은 고생을 하시고, 가난과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나라를 이만큼 잘 살게 만든 주인공들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보다 너무 과거에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노인들은 당신들이 어렵게 살아온 것이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것 같아요. 툭하면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너희들이 뭘 아느냐고 무시하기 일쑤고, 저희 아버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요즘은 무슨 말씀 하시면 예!, 예! 대답만 하고 되도록 빨리 도망쳐 나온다니까요."

 

지난 봄 어느 단체에서 주최한 세미나를 마치고 뒤풀이를 함께한 젊은이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젊은이들이었다. 젊은이들은 노인 세대에 대한 나름의 이해와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너무 자기주장이 강해서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고 한다.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젊은이는 아버지와 장인이 모두 교육수준이 높은 어른들이지만 대화를 해보면 꽉 막힌 사고방식이 단단한 벽처럼 느껴져 숨이 막힌다고 했다. 이런 반응은 나이든 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등을 돌려버리면 소통은 어려워진다

 

 

"요즘 젊은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른들 말을 잘 듣지 않고 무시하려 든단 말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집 애들도 말이 안 통한다니까. 대화가 안돼요. 부모를 이해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저희들 주장만 한다니까. 참 한심해서, 요즘은 아예 말을 안 해요,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우리 애들은 그렇지 않던데, 명절이나 생일 같은 때 모두들 방안에 불러 모아 내가 얘기하면 군소리 없이 긍정하고 한 번도 딴소리를 하거나 반대를 하지 않던 걸요.", "그래요, 참 대단하시네요,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그건 긍정이 아닌 것 같네요, 대화를 하기 싫으니까 그냥 예!, 예! 하는 것 아닐까요. 안 그래요?"

 

 

이 모임에 함께한 사람들은 대부분 70대 노인들이었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젊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문제가 나오자 갑자기 노인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회가 되면 자식 자랑은 잘 하지만 여간해선 자식들의 험담은 하지 않는 것이 노인들이다. 그런데 한 노인이 자신의 자식들과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자 여기저기서 자식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것이다.

 

 

마주 앉아 있지만 대화하지 않는 신·구 세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들의 갈등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심각했다. 이런 갈등은 쉽게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우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자식들은 부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는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그런가하면 부모들은 자식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는 아픔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실제로 어떤 젊은이는 아버지와 마주 앉는 것 자체가 싫고 두렵다고 한다. 어떤 노인은 자식들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한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대화단절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사고가 원활한 대화와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럼 누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야할까?

 

노인들이 먼저 대화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자신의 경험을 내세워 자식들을 압박하지 말고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안아보자. 무시하고 야단치기보다 칭찬과 격려, 그리고 이해와 배려를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해보자. 세대 간의 갈등의 골 어떻게 매울 수 있을까, 서로를 이해하는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 그 답이 있다.

 

 

이승철 시민기자 이승철 시민기자는 시인이다. 스스로 '어설픈 시인'이라며 괴테 흉내도 내보고, 소월 흉내도 내보지만 "나의 시는 항상 어설프다.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더불어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나누는 것을 만족할 뿐"이라고 한다. 이 어설픈 시인이 서울살이를 하며 보고 느낀삶의 다양한 모습, 역사와 전통 등을 시인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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