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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19

草霧 2013. 11. 5. 11:13

 

 

 

재테크 암흑기, `슈퍼리치`들은 무얼 살까?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19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 2013.11.04

 

 

금괴사진

 

 

[서울톡톡] 부자, 그것도 그냥 부자가 아닌 큰 부자들. 이른바 슈퍼리치(super rich)의 재테크 나침반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얼마의 자산이 있어야 슈퍼리치라고 부른다는 일정한 기준은 없다. 어떤 금융사는 금융자산이 10억 원만 넘어도 슈퍼리치라고 하고, 어떤 금융사는 100억원 이상을 슈퍼리치로 분류한다. 필자의 생각에 슈퍼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라면 적어도 금융자산 50억 원 이상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금융자산으로 한정 짓는 이유는 내가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은 원하는 대로 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어차피 큰 부자이라 돈 걱정 없는데 재테크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단정하지 마시길. 슈퍼리치든, 당장 지갑사정이 여의치 않은 샐러리맨이든 돈을 불리고 싶은 욕구는 똑같다. 오히려 슈퍼리치가 자산시장을 주도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재테크 수첩을 들여다보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

 

슈퍼리치의 투자법은 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주식투자는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 2014년 국내증시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선진국이 매력적이다. 실제 3분기 해외증시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미국의 경우 1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장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시세차익보다는 배당주처럼 안정적인 주식을 노린다. 설사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배당만으로도 은행이자를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동산은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에 관심이 많다.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중소형 빌딩 투자가 1순위다. 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고 보고 상가나 오피스텔같은 업무형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이다. 서민들이 중소형빌딩을 직접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주택이 아닌 업무형 부동산에 부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업무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나 리츠상품에 관심을 기울여 볼만하다. 슈퍼리치들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역시 해외, 특히 미국을 쳐다본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부동산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해외부동산형 펀드를 통해 슈퍼리치가 해외 부동산을 직접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금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보고 매입

셋째, 금을 사들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당장 금이 오를 것이라 전망해서가 아니라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 금값은 온스당 1400달러를 넘겼다. 필자는 9월 초 칼럼에서 금(金)테크에 대해 쓴 바 있다. 당시 조심스럽게 추가상승을 점쳤지만 이는 맞지 않았다. 9월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10월 1,200달러대로 떨어졌다. 단기 전망은 맞지 않았지만 당시 칼럼에도 언급했듯 금은 짧게 투자하고 그만둘 그런 자산이 아니다. 금값이 싸다고 판단할 때 조금씩 사모아 미래를 대비하는 그런 자산이다. 최근 슈퍼리치들이 금을 사들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근 종로 대형귀금속 판매 매장에 가면 한창 비쌀 때의 가격보다 30~40% 떨어질 때마다 꾸준히 사들이는 부자들이 많다고 한다. 금도 직접 구매하기가 부담스럽다면 금값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DLS) 같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DLS는 금 가격이 더 이상 급락하지 않는다고 할 때 연 7~11%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준다.

 

넷째, 헤지펀드도 슈퍼리치의 투자 리스트에 포함됐다. 헤지펀드의 매력이라면 주가가 떨어질 때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데 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수익을 내기 좋다. 정통의 헤지펀드는 수억 원의 자금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지만 헤지펀드의 전략을 쓴 펀드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일부 헤지펀드는 연초 이후 9%대의 수익률을 자랑할 만큼 성적이 좋다.

 

마지막으로 절세라는 키워드를 잊으면 안된다.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가 증세라는 점은 어느 경제전문가도 부인하지 않는다. 물론 부자들이 세금에 더 민감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세금관리를 소홀해선 안된다. 비과세나 분리과세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재테크 기본 중 기본이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소득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예금 이자나 주식 배당금 같은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어가면 누진과세하는 것이다. 해외ETF(상장지수펀드)나 유전펀드 등 분리과세나 비과세 상품을 잘 알고 활용한다면 이런 누진세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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