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이승에서 꿈꾸기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허브 입주기업 ‘커뮤니티매핑센터’

草霧 2013. 11. 2. 12:04

 

 

 

21세기 김정호들, 디지털 대동여지도를 만들다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허브 입주기업 ‘커뮤니티매핑센터’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2013.11.01

 

복잡한거리

 

 

[서울톡톡]  "화장실 어디 있나요(Where is the toilet)?"

2005년 뉴욕 중심가 한 복판에서 어린 딸과 함께 화장실을 찾아 헤매던 임완수 박사는 결국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이동해서 본인이 알고 있는 화장실에 가서야 볼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후 임 박사는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뉴욕 관광객을 위한 화장실 지도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상의 지도에 이용 가능한 화장실에 대한 위치 정보를 표시하여 공개한 것이다. 뉴욕 네티즌들이 참여해 자신이 알고 있는 공중 화장실에 대한 정보를 십시일반 공유한 이 지도는 당시 큰 이슈가 되어 뉴요커 등 유수의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임 박사는 이 프로젝트에 업그레이드를 거듭하여 지난 5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에 커뮤니티매핑센터(www.cmckorea.org)를 열었다.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 지역 활동가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반딧불이 생태 지도, 학교 주변 위험 공간 지도, 장애인 통행 지도 등 다양한 주제의 지도는 통신 기술 발달에 힘입어 스마트폰 안으로 쏘옥 들어와 우리 지역, 우리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일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도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롭게 바꿀 수 있을까. 미국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완수 박사

 

 

함께 만드는 지도=세상을 바꾸는 지도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를 강타했을 때 피해 지역 마다 기름 대란이 벌어졌다. 임 박사와 뉴저지 프랭클린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커뮤니티매핑을 활용해 주유소 정보 사이트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주유소를 방문하여 기름이 있는지, 기름을 얻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업로드했다. 이 지도는 기름이 필요한 지역 주민들의 주유대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고, 그 신속성과 정확성을 인정받아 미 연방 재난방재청의 공식 자료로도 사용됐다.

 

 

임 박사와 뉴저지 프랭클린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커뮤니티매핑을 활용해 주유소 정보 사이트(www.mappler.net/gasstation)를 만들었다

 

 

커뮤니티매핑은 말 그대로 커뮤니티가 가진 이슈 정보를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수집하고 지도 상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단순히 지역에 유용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슈를 주민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 행동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공공 정책 수립의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어 커뮤니티의 지속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 구글맵 등 온라인 지도 서비스를 활용한 위치 정보 공유 등 인터넷의 개방성은 시민들의 집단 지성 발휘를 도와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능케 했다. 그야말로 기술이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세상을 바꾸는 지도'라 부르는데 부족함이 없다.

 

 

`커맵데이` 모습. (사진 출처: 커뮤니티매핑센터)

 

 

지도, 지역사회 이슈를 품다

"우리 동네가 이런 곳이구나, 이런 곳도 있었구나하고 새삼 느꼈어요."
"이렇게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 떠올라요."
커맵데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인종 차별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의 하나인 미국에서 임 박사는 유색인종들이 많이 사는 낙후 지역의 고등학생들과 함께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보도블럭이나 가로등 고장 장소 등 동네의 위험 지역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주의원을 초청해 결과를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히스패닉 학생들은 성취감과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는 자부심,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찾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지역의 쓰레기 상습 무단 투기 지역이나 학교 주변의 불량배 출몰 지역, 교통사고 발생 위험 지역, 반딧불이 생태지도, 장애인 출입 가능 가게 등의 정보는 그야말로 참여자 혹은 이용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생생한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참여자들은 매핑 결과가 기록된 지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을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커뮤니티매핑은 특히 환경 문제와 도시 문제를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다.

 

 

활동모습(사진 출처 : 커뮤니티매핑센터)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21세기 김정호가 되다

커뮤니티매핑은 초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 '커맵데이(커뮤니티매핑 하는 날)' 행사는 지역 이슈를 중심으로 모인 참가자들이 40여 분간 커뮤니티매핑의 원리와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팀을 나눠 역할을 분담하고 실제 현장으로 나가 매핑 활동을 하고 다시 모여 참가 소감과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임 박사가 개발한 매플러(mappler)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사진과 정보를 보다 쉽게 입력할 수 있다. 휴대전화 기술의 발달로 카메라 촬영 시 장소의 밝기 차이도 확인할 수도 있어 더욱 정확한 정보 습득이 가능해졌다.

 

 

"매핑 활동을 하러 나가보면 항상 제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배운다는 걸 느낍니다. 지하철 출입구 간격이 넓어 사고 위험이 있는 곳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사람들이 자가 없이도 간격을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댓글로 달아주더라고요. 정보를 공유하면 할수록 그 가치는 배가 되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이 참여 가능하다보니 임 박사의 메일함은 수많은 팬들의 메일로 가득하다. 거의 매일 날아오는 '박사님, 안녕하세요. 오늘은요...'라고 시작하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편지는 항상 그를 웃음 짓게 한다.

 

 

커뮤니티매핑, 과정에 주목하다

한국에서도 데이터 공개 등 정보 공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커뮤니티매핑 등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가능해졌다. 집단지성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거나 매핑 플랫폼을 제공하는 오픈스트리트맵(www.openstreetmap.org), 우샤히디(ushahidi.com) 등 유사한 원리의 서비스도 있지만 임 박사의 커뮤니티매핑은 과정에서 배우는데 주목하고,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지역 단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면서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애착을 가지게 되고,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어 커뮤니티의 지속성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이 모이고 연대하는 사회적 경제의 기반을 든든하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중심으로 자라날 청소년들에게 커뮤니티매핑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지역 사회 변화에 참여함으로써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즐겁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한 시각을 가지게 함은 물론 교과 연계를 통한 학습이 용이하다는 교육적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한다.

 

 

활동사진(사진 출처 : OO은대학 네트워크)

 

 

최근 매핑 활동을 하면서 그는 청년들의 참여와 가능성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성북구에서 공유가 가능한 공간을 찾아 매핑하는 특강 이후에도 성북 지역의 청년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지도를 업데이트하면서 지역에 유용한 정보를 전하려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발로 뛰는 청년들이 지역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심점이 되고자 하는 열정과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커뮤니티매핑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미국 뉴저지 주의 머해리의과대학 가정의학 및 예방학과 조교수이면서 럿거스 대학에서 도시 계획 및 정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매핑과 관련하여 버티시스라는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기업을 운영하고도 있다니 임 박사야말로 요즘 각광받는 융합형 인재가 아닌가 싶다.

"제가 의과대학에서 하는 거는 어떤 질병의 확산 양상 등을 살펴보면서 그 예방과 원인에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추적하는 예방의학 연구예요. 지역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니까 전공과 완전히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하하하. 회사는 아무래도 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하더라고요."

 

'지도'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들게 된 그는 '지도'를 사물과 사물, 여러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쉽게 이해하게 하여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패턴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유용한 지도라도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 그는 이러한 지도들이 노인, 복지, 청년, 학생이나 어린이 등 소외받은 사람들 대상으로 사용될 때 더 큰 효과를 나타내므로 커뮤니티매핑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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