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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17

草霧 2013. 10. 22. 12:22

 

 

 

가장 무서운 노후 리스크가 자녀라는데...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17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 2013.10.21

 

 

어르신의 뒷모습

 

 

[서울톡톡]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모씨(62)는 3년 전 퇴직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산다. 그의 재산은 살고 있는 아파트와 퇴직금 등으로 모은 2억 원이다. 2억 원으로 받는 이자는 월 50~60만 원쯤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개인연금까지 해서 월 200만 원 정도되는 돈으로 살아간다. 사실 김씨 부부만 살기에는 생활하는데 별다른 걱정은 없다. 문제는 자녀다. 아직 미혼인 30살 넘은 딸이 정규직의 안정적인 직장을 얻지 못했다. 27세인 아들 역시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아이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때까지 집에 있는 건 상관없다. 다만 결혼까지 고민하면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십년 새 한국은 급격히 성장했다. 그러나 이면의 그늘도 매우 짙다. 그 중 하나가 은퇴 이후의 삶이 그리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금리가 떨어져 이자로 살아가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재테크 수단도 마땅치 않다. 자칫하면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생활비로 한꺼번에 날릴 판이다. 그런데 자녀들은 쉽게 독립하지 못한다. 취업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결혼연령도 늦어졌다. 그 기간 만큼 부모가 자녀를 부양해야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은퇴해도 자녀 부양비 지출이 현실

여기에 각종 금융사기와 창업리스크가 은퇴자를 위협한다. 100세 장수시대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래 사는 게 더 고역일 것이라 말하는 은퇴자가 적지 않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노후를 위협하는 5가지 리스크(위험)로 은퇴 뒤 창업, 금융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를 꼽았다.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는 이 중에서는 자녀 리스크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통계를 보면 이런 우려가 왜 나왔는지 드러난다.

2011년 기준으로 성인이 된 미혼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50대 부모의 가구는 21%에 달한다. 60대까지 합쳐면 28%나 된다. 다 큰 뒤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상당수는 사실상 생활비를 대지 못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자녀 한 명에 지출해야하는 돈이 월 평균 90만 원이다. 이들이 독립할 때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든다. 2012년 기준으로 아들 한 명 결혼시키는데 부모는 평균 4,600만 원의 돈을 썼다. 딸도 3,000만 원 이상 결혼비용으로 써야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녀가 행복한 노후를 방해하는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사례 분석에 다르면 은퇴자산 2억 5,000만 원을 지닌 55세 퇴직자가 60세까지 자녀 부양비로 연간 500만 원쯤 쓰고 결혼자금을 평균 수준(4,600만원)을 지원하면 은퇴자금은 77세에 바닥난다. 만약 자녀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85세까지는 은퇴자금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자녀 리스크를 막기 위해선 부모가 은퇴하기 전부터 좀더 독하게 준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사교육비 등으로 막대한 돈을 쓴다. 부모가 노후를 준비해야할 자금으로 자녀를 교육시키는 게 정답인지는 잘 생각해봐야한다.

 

한 교육학자는 "사교육은 자녀들이 스스로 동기를 갖고 공부하는 자세를 갖지 못하게 방해하고 독립심도 잃게 만든다"고 꼬집는다. 차라리 교육비의 적정선을 미리 정하고 나머지 돈을 자녀가 성장한 뒤 쓸 수 있도록 하거나 부모의 노후자금으로 모으는 게 낫다는 얘기다.

 

부모의 노후가 불안한데 자식이 행복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한다. 자녀를 위해 돈을 많이 썼으니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어느 정도 도와야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자녀가 그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자녀 리스크를 제외하면 5대 리스크 중에서 눈에 띄는 게 창업리스크다. 자영업자가 3년 내 휴·폐업할 확률은 46%다. 투기등급 회사채가 3년 사이 부도날 확률(11%)보다 네 배가 높은 수치다. 때문에 창업을 하려면 심사숙고, 또 심사숙고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취업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창직(創職)도 방법이다. 일자리를 찾기 보다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가 꼽은 은퇴자의 일자리 만들기 사례는 `애프터스쿨매니저(After School Manager)'다. 이 매니저들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마치면 학원이나 집으로 데려다 주고 숙제나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챙겨준다. 서울은퇴자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 소장은 50대 은퇴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역 자영업자를 위한 광고를 내면서 용돈벌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넋놓고 있다 우울한 은퇴 이후의 삶을 맞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야한다는 데 모두 한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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