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이나미 | 2013.10.04
[서울톡톡]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국가마다 대표 도심축제가 있듯이 서울에도 일 년에 한 번 수준 높은 거리예술축제가 열린다. 바로 '하이서울페스티벌'이 그것이다.
개막식이 있었던 지난 2일,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과 근처 거리를 찾았다. 평소 시민들의 일터이자 삶터였던 그곳이 그날 만큼은 완벽한 무대로 탈바꿈돼 있었다. 특히 '개막식 100분'은 서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들로 가득했다.
저녁 8시, 서울도서관 벽면에는 2002년 월드컵 등 서울의 역사를 편집한 영상이 상영됐다. 이름하여 '서울의 기억 2013'프로젝트. 주변 건물 등을 이용해 서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뒤이어 하늘에선 선녀가 등장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홍빛 한복을 차려입은 선녀는 바로 '공무도하가'에서 사랑하는 남편 백수광부의 죽음을 괴로워하다, 그를 뒤따른 광부의 처였다. 이 비극적인 스토리가 공중 퍼포먼스로 재연되었다. 이 퍼포먼스는 화려한 불꽃쇼로 마무리되었다.
'공무도하가'가 끝난 후에는 서울 시민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담은 '천만기억, 거리에 담다'란 영상이 상영되었다. 그리고 영상 속 노래는 무대 위 시민합창단 300명의 합창으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아르헨티나 보알라 극단의 공중 퍼포먼스 '비상'이었다. 이 공연은 270톤의 크레인을 이용하여 네 명의 신사와 여인들이 하늘로 환타지 여행을 떠나는 콘셉으로 진행됐다. 이 공중 퍼포먼스는 이국적인 선율과 우아한 몸짓으로 시민들의 눈과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다.
"굉장하지? 서울 거리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니…"
'비상' 퍼포먼스가 끝나자 반대편 중앙무대에서 경쾌한 북소리와 일렉트로닉 기타가 어우러진 그룹 훌(wHOOL)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한국전통 음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그룹이었다. 몰입도가 요구되는 이전 공연과 달리, 시민들은 꽹가리 소리와 기타 소리만으로도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흥겨워했다.
이때, 60대로 보이는 남성 시민이 한참 사진촬영 중이던 기자의 어깨를 치더니 말을 건넸다.
"굉장하지? 서울 거리에서 돈 없이도 이런 훌륭한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시민이 주인공인 거리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2013'
예술이 무료라고 하면 단순히 일회성 혹은 수준 이하일거란 인식을 주기 쉽다. 그러나 올해 페스티벌은 화려한 공중퍼포먼스부터 미디어 아트, 마임 공연들이 서울 거리에서 펼쳐져 수준 높은 거리극이 많아졌다는 게 지난해와 다른 점이다.
특히 올해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 축제를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원활동가 분야를 확대한 '길동이'('길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란 뜻)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닌 직접 거리에서 '플래시몹', '거리의 사진관' 등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축제는 함께 즐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축제는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축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시민'이이 아닐까. 하이서울페스티벌, 이제 도심축제를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리축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