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먹을거리 찾아 떠나는 여행
이른 새벽 도착한 곳은 섬진강변 하동의 작은 마을 신기리다.
다른 곳은 다 그물 달린 배를 이용해 훨씬 수월하게 잡는다.
산란을 위해 영양분을 축적하는 벚꽃 필 무렵의 봄 재첩이 더 맛나다고 하지만 가을 재첩도 맛에 있어선 뒤지지 않는다. 한 번에 8,000마리의 새끼를 낳기에 '재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19번 국도 따라 가을산책이른 아침 쌍산재의 정원을 산책하다 바람 속에 꽤나 서늘한 기운이 묻어 있음을 느낀다. 지난밤 스며든 이 오래된 고택은 여행자를 위해 방을 하나 내주었다. 지리산 자락 아래 마산면 상사마을에 자리 잡은 쌍산재는 300년, 6대째 내려오는 고택으로 2만여 평이나 되는 너른 뜰을 가졌다. 안채와 사랑채 뒤쪽 소국 곱게 핀 돌계단을 올라 대나무 숲과 동백 숲을 지나면 갑자기 시야가 툭 트이면서 별채와 서당채, 경암당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일부러 천천히 아침의 산책을 즐겼는데 마침 밤나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 때문에 마음이 더없이 흐뭇했다.
지난봄 노란 산수유 꽃으로 물들었던 산수유마을을 지나 뱀처럼 요동치는 737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지리산 750m 고지,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심원마을에 닿는다. 재미있는 건 마을에 일단 들어서면 차를 세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주차장이 따로 없는 데다 덜렁 예닐곱 가구가 다인 주민들 대부분이 집을 민박이나 음식점으로 운영하기때문에 '손님'이 아니면 주차할 곳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백숙이나 산나물밥을 잘하는 집이 몇 군데 있으니 점심을 먹으며 찬찬히 마을 구경을 해도 좋겠다. 섬진강 문학의 길을 따라은모래 반짝이는 섬진강의 한없이 너그러운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화개장터로 간다. 마침 연중 가장 풍요로운 수확의 철을 맞은 주말의 오후인지라 작은 시골장터는 마치 터져나갈 듯 북적인다. 시장은 아무래도 떠들썩해야 제맛 아니던가.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 등장하는 화개장터는 지리산 화전민들이 채취한 온갖 산나물과 하동 일대의 너른 평야에서 길러낸 곡식, 남도 어부들이 가져온 바닷것들이 모여들던 번성한 시장이었다. 현대화 작업에 의해 옛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볼 것 많고 살 것 많은 재미난 시장이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평사리 최 참판 댁은 화개장터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1969년 집필을 시작해 27년 만에 총 5부로 완성된 소설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선생의 대작으로 현대문학 10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 속 윤씨부인과 별당아씨가 기거했던 건물들이 고증을 통해 복원돼 있고 흰 수염 길게 기른 '최 참판 어르신'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사랑채 대청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황금빛 악양들판의 아름다움도 놓치기 아깝다. 반듯한 드넓은 초록의 전답에 유명한 소나무가 그림처럼 섰고 언덕 아래엔 온갖 가을 들꽃이 눈 내린 듯 활짝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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