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이 담긴 문화재, 시민의 미술관 되다박노수미술관 개관기념 ‘달과 소년’전 올 연말까지 무료
[서울톡톡] "외로이 홀로 가는 길, 남이 도와줄 수도 없고, 누구와 더불어 갈 수도 없는, 어렵고 힘든 길..."
이렇게 화가의 길을 고예독왕(孤詣獨往, 홀로 가는 예술의 길은 험하고 고독하다)이라고 강조한 예술가. 도제식 교육이 일반적이던 당시, 정규 대학(서울대학교 회화과)에서 교육을 받은 광복 후 1세대 작가. 남정 박노수
(1927.2.17~2013.2.25) 화백이다. 박 화백은 전통적인 주제를 취하면서도 간결한 운필과 강렬한 색감, 대담한 터치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해 '전통 속에서 현대적 미감을 실현한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그의 예술혼이 지금도 숨 쉬고 있는 자택 '박노수 가옥'이 지난 11일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지역 구립 미술관으로서는 최초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미술관에선 박 화백의 손길이 남아있는 가옥 내부와 정원, 그가 작업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미술관은 정확히 최근 복원된 수성동 계곡과 통인시장 사이에 위치한다. 시청 옆 한국프레스센터(시청역 4번출구) 앞이나 경복궁역(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9번을 탑승하면 바로 미술관에 도착한다.
거장을 위한 주거공간에서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역할이 바뀐 가옥은 무려 75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말기 관료이자 친일파인 윤덕영이 그의 딸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1937년경에 지어졌고, 설계는 간송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박길룡이 맡았다. 당시 한옥건축 기술에 중국인 기술자들이 참여하였고 프랑스풍을 취했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신식문물을 흡수한 당시 지식인들의 시대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해방 후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다가 1973년 박 화백이 소유하여 2011년까지 약 40여 동안 이 가옥에서 거주하였다. 이 가옥은 긴 역사, 독특한 건축양식과 보존 상태가 좋다는 점 등이 인정되어 1991년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지정되었다.
미술관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한국역사였다. 2층(지하까지 포함하면 정확히 3층) 벽돌집인 가옥은 지붕은 서까래를 노출한 단순 박공지붕으로 되어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이룬다. 현관은 포치를 설치하여 아늑한 느낌을 주고 포치의 벽도 벽돌로 꾸며졌다. 전시관 진입 전, 현관 입구에 들어서면 추사 김정희가 쓴 것으로 알려진 '여의륜'(如意輪,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만사가 뜻대로 잘 돌아간다)이란 현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현판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진한 흙갈색 마루와 노란색 장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때문에 전시장보단 가정집에 방문한 느낌이 더 강하다. 과거 응접실과 거실이었던 1층은 온돌과 마루, 화백의 공부방과 서재, 다락방이 있었던 2층은 마루방 구조다. 내부에 3개의 벽난로가 설치되었는데, 벽난로도 옛 모습 그대로다. 지하는 시민들의 교육 공간과 회의실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한 가지 이색적이었던 건, 작품들이 설치된 벽이 임시 벽이라는 사실. 비록 주인과 용도는 바뀌었어도 문화재를 최대한 살리고 보존하겠다는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았던 2층 다락방에는 생전 박 화백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거장의 숨결과 한국사가 담긴 75년 가옥에서 그의 삶과 작업세계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미술관의 장점이다. 여기에 가옥과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가 직접 도안했다는 석물과 수집한 수석, 다양한 종의 수목들이 조화를 이룬 소박한 정원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박 화백의 대표작 중 한 작품의 제목에서 따온 개관전 '달과 소년'전은 박 화백의 기증 작품 중 소재별로 3부분으로 나눈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드로잉과 작품세계, 작가론 등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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