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도시 상상하기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실전창업교육과정

草霧 2013. 9. 27. 10:51

 

 

 

 

 

 

 

 

 

 
  ▶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신입직원 채용 공고

▶ 협동조합 특례보증 안내(신용재단)

▶ 2013 사회적경제 학습동아리 운영지원사업 - ‘모임’합니다!

▶ 제13차,14차(10/16,10/30)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운영 설명회 안내(사전신청)

▶ 2013년도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중간지원기관 협력사업 하반기 추가 공모

  ▶ [사회적 경제: ‘와플대학’ 협동조합] 가족 노점서 전국 30여 매장 사업공동체로

▶ [사회적 경제: 불광 협동조합주택] 옹기종기 소통하는 ‘이촌하우스’의 꿈

▶ [독일 여성창업 요람 ‘여편네 조합’] ‘여편네’들 힘모으니…접시 깨지긴커녕 사장님들로 우뚝

▶ [캐나다 협동조합⑤ 협동조합운동의 산 증인 해롤드 챕먼의 고언] 조합원 4만 거대 협동조합도 이것 안 하면 망한다

 

 

 

협동조합 시작 전에 던져야 할 3가지 질문

 

2013년 8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2,388개의 협동조합 조직이 만들어졌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한 달에 265개, 하루에 8.5개꼴로 설립되는 형국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 3,500개 가까이 협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될 당시만 하더라도, 행정은 물론 민간의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설립된 협동조합 중 반수 정도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현재 벌써부터 해산 등기를 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협동조합에 대한 엄청난 설립의 열기 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여러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설립 과정에서 제대로 된 물음을 던지지 않은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많은 경우 다음의 9단계를 거치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⑴발기인 구성 ⑵설립동의자 모집 ⑶정관 작성 ⑷창립총회 ⑸설립신고 ⑹이사장 업무인수 ⑺출자금 납입 ⑻설립 등기 ⑼법인격 획득. 각 단계가 모두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단계는 첫 번째 ‘발기인 구성’이다. 흔히 발기인들은 5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설명만 있을 뿐, 어떤 사람들이 발기인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자료는 드물다.

먼저, 발기인들은 ‘내가 협동조합을 하려는 필요는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지역주민들을 조합원으로 모아 소비자협동조합으로 마을까페를 창업하려 한다면, 협동조합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모델이다. 왜냐하면 마을까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지역주민이지 대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타인의 필요가 아닌 자신의 필요를 사업으로 만드는 기업이다.

다음으로, 발기인들은 ‘나의 필요가 절실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어린이집의 교사 폭력 및 불량 급식 문제 때문에, 공동육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부모들이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공동육아가 누구에게는 절실하겠지만, 누구에게는 절실하지 않을 수 있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다’는 정도의 필요성만으로는 협동조합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끝으로, 발기인들은 ‘절실한 필요에 따른 책임을 기꺼이 질 것인지’ 물어야 한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조합원들 스스로가 나눠서 부담하는 것이 협동조합다운 자세다. 따라서 협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최소 출자금을 물을 것이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내가 부담해야 할 적정한 출자금이 얼마인지 물어야 한다. 조합원 스스로 비전을 느끼지 못하는 사업을 과연 어떤 고객이 이용할 것인가? 출자금 등 조합원의 의무는 부담스러울 수는 있을지언정 기꺼워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을 시작하기 전, 위의 3가지 질문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는 진지한 과정을 거쳐야 하겠다. 그리고 3가지 질문에 모두 흔쾌히 ‘OK’하는 사람만이 협동조합을 시작하길 권한다. 그렇게 시작한 사람이 해야 할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처럼 3가지 질문에 모두 ‘OK’ 답변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늘어나서 5명이 되었을 때, 비로소 발기인은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두 명이 앞장서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발기인 5명이 모이다 보니, 그들 사이에 동의는 이루어졌을지 몰라도, 협동의 시너지가 만들어지기는 힘들게 된다. 협동의 시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협동조합은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이미 상실한 것이다.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있다. 대부분이 숨겨져 있고 외부로 나타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써, 겉으로 보이는 빙산의 모습은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협동조합 설립 9단계는 어찌 보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겠다. 발기인을 제대로 구성하는 과정이 어쩌면 설립 전 과정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3. 9. 16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박범용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