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담벼락에 웃음꽃 핀다
청소년들, 벽화 그리기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시민기자 박동현 | 2013.09.11
[서울톡톡] 구로4동 주민센터 근처 한 아파트. 이곳 담장은 지난달 초 공공미술 봉사활동자 '청공(청소년 공공미술 특공대)'에 의해 변신했다. 청공은 보라매청소년수련관 봉사자들이다. 수년 전부터 주변 골목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260m가 넘는 담장을 4계절을 주제로 말끔히 단장했다. 이 일에 동주민센터 자원봉사협력단도 힘을 보탰다.
빨갛게 익은 홍시, 그 아래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고추잠자리가 맴돌고 있다. 아름다운 봄꽃과 훨훨 나는 나비도 가세했다. 졸졸 흐르는 시냇가에서 고기 잡는 어린이, 눈사람까지 등장했다. 쌓인 눈에 삽 한 자루 꽂아 놓은 걸 보니 다가올 겨울, 내 집 앞, 내 점포 앞은 내가 치우자는 의미로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인근에 사는 이희숙 씨(27)는 "골목이 좁은데다 침침해 혼자 다니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벽화로 골목길이 환하게 밝아졌다. 군데군데 쓰레기도 방치돼 있었지만 깨끗해졌다"며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출퇴근 때는 그림을 감상하며 지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청공이 더운 날씨에 4일간 작업하며 담벼락 아래 쏟은 땀방울 덕분일 게다. 다시 남쪽으로 발길을 돌려 구로구 고려대학교병원 인근 골목으로 향했다.
골목에 시냇물이 흘러내린다. 시냇물에서 어린이들이 고기를 잡고 멱도 감고 신이 났다. 순한 양들이 코골며 졸고 있고, 태양은 혀를 날름거린다. 밀짚모자 쓴 이장 아저씨가 반상회보를 자전거에 싣고 마을길을 달린다. 참 행복한 모습니다. 무색의 벽이 금세 변했다. 내가 살았던 시골과 흡사해 더욱 정이 가는 골목길이다. 고려대학교병원 앞 골목벽화는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구로청소년수련관 자원봉사자들의 작품이다. 골목길을 찾아간 날, 벽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처럼 곳곳 도심 골목이 지역을 사랑하고 재능을 나누고자 붓을 든 청소년 봉사자들에 의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그림이 더 친근감이 있고 와 닿는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소박함이 묻어난다.
앞으로 골목을 밝히는 벽화 그리기가 더욱 확대돼 나갔으면 한다. 지원도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즐거운 봉사활동을 해나감은 물론 자신의 고장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나아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