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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카드를 쥔 팔방미인 [연극in-no.31]

草霧 2013. 9. 6. 10:33

 

 

대학로는 누구의 거리인가
[연출가 김석만의 시선]

 

  • 최근 일본에서 ≪대학로 1980년대 전 ― 한국 현대연극의 루트를 찾아서≫라는 전시회와 한국과 일본 연극교류 행사가 있었다. 일본 와세다早稻田 대학교 쓰보우치坪內 박사 기념 연극박물관1)과 일한연극교류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전시와 함께 희곡 <통일 익스프레스> 독회 공연, ‘한국연극과 1980년대’ 세미나였다.

    전시회는 3월 1일부터 8월 4일까지 진행되었다. 오태영의 희곡 <통일 익스프레스> 독회 공연과 ‘한국연극과 1980년대’ 세미나는 7월 9일, 역시 와세다 대학교 오노小野 소극장에서 열렸다. 서울에서 오태영 작가, 김명곤 연출가 그리고 필자가 참석했다. 필자에게 부탁한 주제는 ‘1980년대와 연우무대’였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해서 무덤덤한 대학로가 이웃나라 연극인들에게는 경이로운 거리로 비춰지는 모양이었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까지 약 1km 조금 넘는 왕복 6차선을 기준으로 466.550㎡ 크기의(축구장 약 50개 넓이) 지역에 소극장 150여 개가 있다고들 하니 아마, 인류 역사상 이렇게 좁은 장소에 소극장이 밀집한 경우가 또 있을까싶다. 이곳을 찾는 관객은 얼마나 될까?

    서울문화재단에서 조사한「2011 대학로 연극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에 대학로에서 연극과 뮤지컬 총 752편이 올라갔는데, 그 가운데 연극이 502편, 무용과 전통공연이 102편, 뮤지컬이 97편으로 조사되었다. 연극과 뮤지컬을 본 관객을 약 312만 명으로 추정하며 이 가운데 연극 관객을 205만 명으로 보았다. 시장 규모를 연극, 뮤지컬 시장 규모를 약 333억 원, 이 가운데 연극이 197억 원, 뮤지컬이 142억 원 규모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로 연극인의 수는 얼마나 될까? 그 보고서에는 연극인의 수는 조사되어 있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다음과 같이 추정을 해 보자.

  • 2) 참고로 서울연극협회에 등록한 회원이 2,300명, 금년 봄 서울연극협회 회장 선거 전에 약 2,000명 회원이 회비를 내었다고 함.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과 대화에 근거.
    • 대학로에 극장이 150개 있다고 할 때 극장 마다 평균 15명이 일하고 있다면, 매일 2,250명이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2) 여기에 기획사, 제작사 인원, 서울연극센터와 같은 예술경영종사자, 공연관련 업무 종사자 등을 포함하면 매일 활동을 하는 연극인을 어림잡아 2,500~3,000명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로 문화지구에는 이화동과 혜화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화동 4,536세대에 9,503명이, 혜화동 9,148세대에 19,588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인구를 토대로 한 유동인구는 하루에 약 6만 명, 이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8백 곳을 넘는다고 한다.

      플레이업 아카데미

      이러한 통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와세다 대학교에서 열린 전시회와 세미나를 다녀온 이후 대학로를 걸으면서 드는 생각은 대학로의 활기는 누가 만들어 내는 것인가와 그 활기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생각이다. 약 150개의 소극장과 그곳에서 공연을 올리는 연극인 약 2,500명, 그리고 매일 극장을 찾는 약 6,000명의 관객들이 만들어 내는 대학로 거리의 활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대학로는 문화지구인가 상업지구인가? 연극인의 열정과 예술에 헌신하는 순수한 열기로 만들어지는 대학로가 연극인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동숭동에 처음으로 발길을 내딛던 날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오직 학림다방뿐인데 대학로 거리는 과연 여기에 삶을 바친 연극인들을 기억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대학로는 누구의 거리가 되어야 하는가. 오늘도 그 질문을 되물으며 대학로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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