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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상황과 금융시장 / 모바일, PC에서 1초는

草霧 2013. 8. 27. 11:06

 

         

글로벌 경제상황과 금융시장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국내 주식시장은 당분간 횡보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회복하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1800포인트 전후에서 정체되고 있는데, 글로벌 자금이 7년만에 처음으로 선진국 주식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고,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대규모 양적완화로 경기부양에 나서며 투자자들이 선진국에 몰리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성장률은 이미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신용경색 우려까지 겹치며 선진국 대비 신흥국 투자 매력은 떨어졌다.

설상 가상으로 지난 5년간 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의 최대 수혜를 누렸던 신흥국 자산에서는 미국이 출구전략 (중앙은행이 채권매입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한국 상황만 봐도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마저 향후 성장에 대한 우려로 조정 받고 있다. 국내 주가가 바닥은 잡힌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시장을 올릴만한 주도주가 선명하지도 않다.

최근 금융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미국 발 유동성 확대에 도취했던 자산들이 겪는 일종의 과도기적 혼란이라고 본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확대했던 유동성의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펀더멘탈에 기반한 가격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에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연준의 말대로 미국 경기 개선강도에 따라 출구 전략의 시기와 강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실물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이미 출구전략은 시작된 것으로 본다. 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는 단계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마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이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세 차례 양적완화 등을 통해 연준 자산은 2.5조 달러 급증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의 강도가 그만큼 크고 길었기 때문 경기회복이 숫자로 나타나는 시점, 즉, 위기가 극복된 이후에 출구전략을 논의하면 너무 늦기 때문이다. 연준이 여전히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을 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채권금리가 오르고 신흥국에서 스마트 머니들이 ‘출구’를 찾아서 이탈하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통화정책은 큰 흐름이 바뀌는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글로벌 금리가 바닥을 확인한 후 상승 중이라는 점에서 채권시장의 장기랠리는 마무리되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유럽의 경우 미국만큼 뚜렷한 지표 개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드라기 총재가 통화정책을 언제든 완화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아베노믹스 정책 역시 시차를 두고 경기회복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다. 비단 미국의 출구전략 때문이 아니더라도 선진국의 경기상황은 이미 많은 유동성과 높은 수익을 얻었던 신흥국 투자자들에게는 괜찮은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신흥국이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금리상승에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세계 주식과 채권형 펀드 중 2009년 이후 가장 쏠림이 강했던 자산이 또 신흥국 채권이고 수익률은 신흥국 주식이 가장 좋았다. 쏠림이 많았거나 수익이 많이 난 자산은 자금회수나 차익실현시 1순위기 된다. 특히, 달러 부채가 높고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됐던 이머징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탈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과 같이 무차별한 디레버리징 상황이 아님에도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한 증거이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급등한 미국 금리는 일정기간 안정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단기에 1%p 정도의 시장금리 상승, 4%가 넘어가는 30년 모기지 금리는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경기 및 가계소비에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속도의 문제일 뿐 적어도 수년간 이어져온 초 저금리 상황은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라면 달러강세 및 상품가격 약세는 불가피하다. 현재는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의 경기 호조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역시 확장을 꾀하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미국은 풀어놓은 자금을 회수하는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유럽의 경기회복이 의미 있게 가시화되면서 유로화가 상승을 꾀하거나, 일본의 양적완화의 부작용인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엔화가 강세 전환하는 환경이 되어야 일방적인 달러강세가 약화될 수 있고, 신흥국 자산에 대한 매력이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다.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엔화는 아베노믹스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고, 7월 참의원 선거를 전후해 엔화 약세가 정치적으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 ECB 드라기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 추가적인 양적완화 기대감을 높여 놓았고,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에서 보듯 재정 불량국가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유로화 역시 달러보다 강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 될 경우 신흥국 간에는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한국 주식시장 투자 여부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는 해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가능성 발언 이후 발생했던 스마트머니의 신흥국 자금 이탈, 주가 및 환율 하락률이 힌트를 주고 있다. 경기민감도나, 밸류에이션 매력, 건전성 등 신흥국간 내부 체력 차이에 따라 민감도 역시 달랐음에 주목한다. 5월 22일 이후 브라질의 주가는 20%넘게 하락했고, 환율도 10%이상 절하되었다. 아세안 국가들도 평균 주가 하락률은 10%, 환율도 평균 4% 절하되었지만 한국은 주가와 환율 모두 8.2%, 3.4% 하락해 신흥국 평균 수준에 근접해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2009년 이후 아세안 국가들의 평균 PER은 전체 신흥국 PER 보다 40%이상 프리미엄을 받고 있지만, 한국은 디스카운트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자금 이탈 충격 여부 판단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7.5%(5월말)로 신흥국 평균비중 30.4%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비중인 74.5% (신흥국 평균 33%)와 비교하면 현저한 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5년간 풀린 자금의 일부가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구간을 잘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상황은 좋으나, 아직 유럽이 부진하고, 중국도 구조조정 지속 가능성이 높아 경기회복이 뚜렷하게 가시화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 20조원에 달하는 하반기 추경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고, 환율 상승은 수출주 채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는 점, 금리상승 국면 연기금 등 대형 기관들의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은 미국 경기회복의 신흥국 선순환 구도로 들어가기 전 투자자들이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