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의 전설을 아세요?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20) 나무이야기3
[서울톡톡] "소빈 마마 오늘도 전하께서는 이곳으로 납시지 않으시려나 봅니다. 밤이 깊었으니 이제 그만 침소에 드시지요." 시중 드는 궁녀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권했다. 그렇지만 여인의 시선은 여전히 높다란 담장 너머 어전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다.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달빛만 휘영청 밝았다. 밤은 또 그렇게 깊어갔다. 옛날 어느 나라 궁궐에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소화는 용모도 곱고 예쁠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착했다. 항상 말없이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난 어느 날 곱고 예쁜 소화궁녀가 임금의 눈에 띄었다. 임금은 곧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임금의 사랑을 받은 그녀는 궁녀의 신분에서 벗어나 빈이라는 직첩을 받았다. 그러나 지극했던 임금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임금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이다. 구중궁궐 깊은 처소에서 궁녀 한 명과 지내는 소화는 외롭고 슬펐다. 그러나 착하기만 한 소화는 임금이 다시 찾을 날을 기다리며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왕궁의 다른 비빈들은 달랐다. 임금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암투를 벌였다. 그렇지만 소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때 소화가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던 것을 시기하던 다른 비빈들에 의해 거주하는 처소마저 으슥하고 외딴 곳으로 밀려났다. 소화는 변함없이 오직 임금을 기다리며 살았다. 밤이면 혹시 임금이 찾아줄까 기대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소화는 입맛도 잃고 몸은 수척하게 말라갔다. 곱게 짓던 미소도 사라졌다. 그러나 궁궐 안에서 소화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화는 담장 밖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세웠다. 임금을 기다리는 애타는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렇게 부질없는 세월이 덧없이 흘러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담장 밑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깊은 상사병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그녀의 시신은 그대로 담장 밑에 묻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해 여름, 요즘처럼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이었다. 너무나 뜨거운 햇볕에 꽃과 풀들마저 잎이 시들할 때였다. 소화의 처소를 둘러친 담장을 덮으며 자란 나무에 주홍빛 꽃들이 넝쿨을 따라 곱게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꽃이 소화가 임금을 기다리다가 지쳐 죽은 혼백이 피워낸 꽃이라 하여 능소화라 불렀다. 요즘 한창 피어나고 있는 아름답고 고운 꽃, 능소화의 전설이다. 능소화나무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알려진 식물이다. 능소화과의 속씨식물쌍떡잎덩굴식물로 5~10미터 크기까지 자란다. 가지에는 흡착근이 있어 벽이나 담장에 붙어 올라간다. 꽃은 7~8월에 가지 끝에 깔때기 비슷한 종형으로 5~15개가 모여 핀다.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갈고리와 같은 모양이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꽃에 독이 있다고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곱고 아름다운 꽃이어서 관상용으로 식재되며 약용으로도 이용된다. 옛날에는 양반집 뜰에만 심었다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불렸으며 금등화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번식법으로는 종자 번식보다는 삽목이나 포기나누기를 하는 것이 좋다. 삽목은 가을에 새순을 이용하고, 이른 봄이나 가을에 뿌리를 캐서 포기나누기를 한다. 따뜻한 곳에 기르되 물 빠짐이 좋게 하는 것이 좋다. 요즘 공원과 아파트 화단은 물론 단독주택의 담장과 대문 지붕 위에서 덩굴 아래로 주렁주렁 피어난 능소화꽃이 참으로 아름답다. 꽃말은 슬픈 전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명예'다. 꽃이 시들어서 지는 것이 아니라 싱싱한 모습으로 땅에 툭 떨어지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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