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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된 인간의 존엄성과 예의 대한 물음

草霧 2013. 8. 7. 11:37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상실된 인간의 존엄성과 예의 대한 물음

상실된 인간의 존엄성과 예의 대한 물음
극단 백수광부 <죽음의 집2>
최윤우_연극평론가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극작가가 있다. 고윤영선이다. 그것은 그의 발표작을 페스티벌로 묶었던 동료들의 무대가 남긴 여운이 채 사라지기 전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의 ‘이름’ 때문이기도 하며, 아직 무대화되지 못했던 그의 미발표작이 공연된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극단 백수광부에서 초연으로 공연되는 <죽음의 집2>는 그렇게 극작가 윤영선의 멈추지 않는 연극에 대한 열정을 잇는 무대로 살아난다. 생전에 채 끝내지 못한 초고는 극작가 최치언이 가다듬었다. 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들이 시대와 현상을 뛰어넘거나 미래를 예견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듯, 이 작품 역시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우습게 대하는 현대사회를 명확하게 투영하고 있다.

 

  • 죽음의 집2

    비가 쏟아지는 늦은 밤, 집으로 찾아온 벙어리 여자에게 이끌려 산골마을로 왕진을 가는 의사. 도착해 보니 그 곳엔 화전민이었던 가족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노파의 죽은 남편과 각별한 사이라는 사내는 자신이 힘들게 살아왔던 시절의 이야기만 늘어놓는가 하면, 노파는 환자인 아들을 의사에게 보여주기 위에 깨끗이 몸을 씻기려다 손을 다쳐서 나온다. 시간이 지나도 환자는 보여주지 않고 가족은 알 수 없는 기대와 의심스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황당한 일들이 계속 되고, 이상한 느낌을 갖는 사이 조금씩 그 집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의사는 자신의 힘으로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치 카프카의 소설「시골의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듯한 연극 <죽음의 집2>는 고 윤영선 작가의 유고작으로 2012년 ‘윤영선 페스티벌’에서 낭독공연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2004년 집필했던 작품이지만 초고를 완성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부족한 부분을 극작가 최치언이 재창작했고, 윤영선 작가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연출이 호흡을 맞췄다.
     
시골의사
「시골의사」: 급한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의사가 환자의 집을 찾아가지만 막상 아프다는 환자는 멀쩡하고 오히려 의사 자신이 사고로 병상에 눕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카프카의 단편소설. 몽환적이며 비현실적인 사건들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특징인 작품이다.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문제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현실과 비현실, 경계에 선 인간

기묘한 분위기, 미스터리한 극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인에게 이끌려 낯선 집에 왕진을 가게 된 의사가 정작 환자는 보지도 못한 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만 늘어놓는 사람들을 만나 보내게 되는 악몽과도 같은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카프카의 「시골의사」의 한국적 변형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이 작품은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 속에 감춰진 비밀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극적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가족과 그들의 세상 속에서 환자를 고치려고 애쓰는 의사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야만 치료가 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고, 결국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 연극 <죽음의 집2>는 그런 의사의 모습을 통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한 인간의 내면과 현대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인간의 존엄성, 예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죽음의집2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 없이 표면적으로 이루어진 관계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비극적 코미디로 보여주었던 연극 <파티>(윤영선 작)처럼 <죽음의 집2>는 상징화된 이미지와 독특한 캐릭터와 함께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코러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노래와 움직임을 통해 작품의 재미와 긴장감을 높였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생겨났던 최하층민인 화전민과 의사를 대비시켜 경제적 지위와 계층, 이념과의 갈등으로 점철돼 있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마주하게 한다.

  • 죽음의집2 포스터
  • 일시 : 8월8일(목)∼8월22일(목) 평일 8시 / 토,공휴일 3시 6시 /
    일 3시 / 월쉼
    장소 : 선돌극장
    원작 : 윤영선 재창작 : 최치언
    연출 : 이성열
    출연 : 김학수, 정은경, 김현영, 정훈, 김원진, 유시호, 민해심
    문의 : 02-889-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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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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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연극평론가.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
월간 [한국연극] 편집장으로 근무했으며,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데, 매번 연극이 끝난 후의 술자리에만 남아 있다.
본지 편집위원. E-mail paro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