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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철공소 골목 속 예술 공간 '아틀리에 플라뇌르‘

草霧 2013. 8. 6. 11:05

 

 

 

 

철공소 골목을 점거한 예술

문래동 철공소 골목 속 예술 공간 '아틀리에 플라뇌르‘

시민기자 이나미 | 2013.08.05

[서울톡톡] 미로 같은 골목, 골목 양 옆을 촘촘히 차지한 허름한 철강소들. 바로 철공소가 밀집된 곳으로 유명한 문래동의 모습이다. 한쪽 문이 닫히면 한쪽 문이 열린다고 했다. 과거 6,70년대 우리나라 철강 산업이 이뤄졌던 이곳은 이후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빈 공간들이 생겨났다. 그 자리에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이 모인 주된 이유는 바로 '부담 없는 임대료'와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이는 '높은 임대료'와 '상업화'로 피로가 쌓인 예술가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철공소가 모인 골목을 지나 부서진 '신정다방' 세로간판 바로 아래, 'atelier flaneur'라는 간판이 붙여진 건물을 만나게 된다. 이 건물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면, 스산한 기운의 아지트를 연상케 하는 지하 공간이 있다. 들어서니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고, 박수 소리가 가득하다. 20일 오후 7시 이 공간에선 '펜화 일러스트 그룹전' 오픈식이 열렸다. 공간을 차지한 사람들 중 마이크를 들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그룹전에 참여한 작가들이었다.

어떻게 이 지하 공간에 전시가 열릴 수 있을까? 이 모든 건 현재 아틀리에 플라뇌르를 운영하는 26세 청년 노힘찬 클럽장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플라뇌르'.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19세기 중반 파리에서 일어나는 도시 풍경을 지켜보는 자라는 뜻. 어스렁거리는 사람, 게으름뱅이들을 비하해서 부르기 시작한 말이지만 오늘날은 거리를 천천히 거닐고 구경하고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우아하고 유익한 걸음걸이'를 뜻한다. 공간의 모티브는 프랑스에서 예술가들이 건물을 무단으로 점거해서 예술 활동을 벌이는 집단에서 착안하였다. 또 플라뇌르의 현대적 의미처럼 누구나 편하게 천천히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모토였다.

아틀리에 플라뇌르의 시작은 온라인 클럽이었다. 이 클럽이 어떻게 문래동을 점거했는지가 궁금했다.

"예술을 즐기자는 뜻에서 개인적으로 클럽을 만들었고, 1년 넘게 운영했어요. 오프라인 모임은 한 달에 한번 공간을 대관해서 가졌고요. 그러다 1년 뒤 마음 맞는 멤버들이 모여 실제화한 우리만의 공간을 꾸려보자 해서 문래동에 지금의 예술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는 공간을 계획하면서 함께 생각한 것이 있었다. 열정과 역량이 넘치지만 전시와 작업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젊은 작가들이 이 곳에 모여 창작활동과 교류를 통해 예술을 공유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그 생각을 실천한 것이 지금의 '아틀리에 플라뇌르'였다.

클럽회원들로 국한되었던 과거에 비해 3년을 맞은 현재, 공간을 찾는 관람객 80%는 소셜네트워크로 커뮤니티를 이룬 사람들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철공소 옆 예술 공간. 문래동에 공간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그는 '값싼 임대료', '넓은 공간', '조용한 분위기'를 꼽았다.

"(문래동에)특별히 연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문래동에 온 뒤 더 좋았던 점은 상업적으로 발달된 곳이 아니어서 분위기도 조용했고, 민원신고도 안 들어와요. 공간도 넓은 편이었죠. 무엇보다 서울 안에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인데, 이 환경적 특성이 우리만의 공간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처음엔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장점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과거 다방과 사무공간이었던 이 지하 공간은 말 그대로 버려진 공간이었다. 또 습기로 곰팡이가 가득 폈고, 물도 차 있었다. 그랬던 이곳을 클럽 회원들이 직접 정리하고, 채워 넣어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곳이 과거 다방이었음을 알리는 옛 모습 일부는 그대로 남겼다. 건물 위의 신정 다방 간판과 공간 출입구에 위치한 공중전화기가 그 예다. 예술과 비예술간 경계가 없는 이상을 지향한다는 공간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간 운영은 편하게 모여서 웃고 떠들고 얘기하다가 나온 재미난 이야기를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또 그림마켓이란 작가공모를 통해 기획전시를 열고 거기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모여 테마 그룹이 생긴다. 거기서 파생된 모임과 전시가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다. 또 공연 대관문의가 오면, 아틀리에 성향이 맞을 경우, 기획과 홍보도 함께 한다.

노힘찬 씨가 아틀리에 플라뇌르를 운영하는 목적은 소박했다. "특히 우리 세대 작가들의 경우,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전시 기회를 갖지 못하는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해주고, 이곳이 그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이 때문에 아틀리에 플라뇌르의 작가 선정 기준도 작가 프로필이 아닌 작품의 개성, 세계관, 에너지가 느껴지는 지가 우선이다. 또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 작업으로 다른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자기 삶에 원동력을 줄 수 있는 예술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것이 전시, 공연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예술을 포용하는 예술 공간이 되는 것이 목표다.

철강 열기로 가득했던 문래동에 예술 생기가 피어나고 있다. 일상 가까이에서 함께 나누는,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지금 '아틀리에 플라뇌르'를 통해 퍼져 나가고 있다.


■ 아틀리에 플라뇌르
http://afla.co.kr/, facebook.com/p.atelierflaneur
문래역 1번 출구 영등포구 문래동4가 28-10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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