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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草霧 2013. 8. 5. 11:54

 

 

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 교수의 ‘종이책 읽기를 권함’ 중학교과서 실려

학생들에게 종이책 읽기의 즐거움과 효용 전해

김무곤 교수의 ‘종이책 읽기를 권함’ 중학교과서 실려
 

“이 글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책읽기, 특히 종이책 읽기의 효용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자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중학교 시절에 종이책을 왜 접해야 하고 왜 사랑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동국대학 김무곤 교수의 글이 천재교육, 교학사, 창비 등 총 3개 출판사의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다. 천재교육 출판사의 중학국어5에 실린 글은 그의 책 ‘종이책 읽기를 권함’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한 챕터로 실었다. 창비와 교학사는 각각 중학국어 3과 4에 동아일보에 게재된 ‘종이책 읽기의 즐거움’ 이라는 그의 칼럼을 담았다.

책, 특히 종이책을 사랑하는 김무곤 교수를 만나 그가 말하는 종이책의 매력과 진정한 책읽기에 대해 들어봤다.

종이책, 그 무한한 매력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새로운 매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이 시대에 김 교수가 종이책 읽기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책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크기와 휴대성을 언급했다.

“종이책은 작고 휴대하기 좋아요. 전자책도 휴대성이 좋지만, 종이책에는 다른 기계가 필요하지 않죠. 또, 스마트폰처럼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비행기 탈 때 우리는 전자제품들의 전원을 꺼야합니다. 그러나 종이책은 끌 필요가 없어요. 전자매체가 종이책을 대체하지 못하는 사례입니다. 이게 바로 종이 책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죠. 또 종이책만이 가진 촉감은 결코 전자책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책장을 하나 하나 넘기며 느끼는 손의 촉감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김무곤 교수는 종이책이 가진 매력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주인인 매체’라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TV나 영화 같은 영상매체는 분명 단순하고 즐겁다. 그러나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의지를 빼앗는다. 반면 책은 어렵고 따분하다. 어찌 보면 책읽기는 고통이다. 방송국에서 해주던 전개를 우리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이 큰 만큼 그 고통을 이겨내서 얻는 즐거움은 더 커진다. 책도 그러하다. 책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선 앞장의 내용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지탱해야만 한다. 책을 읽기 위해선 기억을 지탱하기 위한 정신력,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것을 ‘지성’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성’은 책 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 ‘지성’은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선물과도 같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은 이 선물을 받게 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살면서 갖가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이럴 때마다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온 좁은 경험으로는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죠. 독서를 통해 간접 체험을 많이 해본 사람은 다릅니다. 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천 명의 사람들의 삶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대인 관계, 공동체 속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법,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지각하고 헤쳐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능숙한 것이 당연하죠. 한 마디로, ‘아는 것은 자기 해방입니다.‘”

책 읽기가 두려운 그대여, 이렇게 읽어라

김 교수는 책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흔히 고전이나 위인전만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강요받고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옳지 않아요. 제 경우엔 어렸을 적 임창 선생의 ‘영화감독 땡이’라는 만화책을 읽고 크게 감명 받은 적이 있어요. 어떤 책이든 보고 싶은 책을 보기를 권합니다.”

그는 학생들이 둘러보기에 좋은 신촌 일대의 다양한 고서점을 추천했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에서 언급된 ‘공씨책방‘ 부터 다양한 미술관련 서적을 접할 수 있다는 ’글벗 서점‘까지, 각각 다른 매력적인 특색을 가진 책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읽기를 시작 하는 게 어렵다면 김 교수처럼 책으로 둘러싸인 운치 있는 고서점을 들러보는 것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책 읽기 방법으로 북클럽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학부생들과 매주 수요일 마다 북클럽을 운영 중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김 교수의 지도 아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다. 어려운 책을 혼자 읽기 힘들다는 기자의 말에 김 교수는,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북클럽을 운영해보는 것도 책을 읽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북클럽을 통해 여럿이 책을 읽으면 서로의 다른 생각을 공유할 수 있죠. 더불어 자기가 미처 빠뜨린 부분을 타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책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학은 읽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많은데, 문학은 세상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니까요.”

다음 학기부터 많은 중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김무곤 교수의 글을 접하게 된다. 수많은 학생들이 두 손으로 책의 촉감을 느끼고 책을 넘길 때마다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코로는 종이 냄새를 맡을 것이다. 종이책이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중학생들의 오감을 어떻게 자극해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취재,글 = 이경진(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