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적합한 은퇴설계란? 우재룡 (사)한국은퇴설계 연구소 소장 · 서울 은퇴자 협동조합 이사장 fundre@naver.com 지난 15년간 은퇴설계를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다가 지난해 말 회사에서 은퇴를 했다. 은퇴를 연구하다보니 은퇴 후 삶을 좀 더 보람있게 살아갈 방법을 현장에서 직접 찾아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제부터는 월급을 받는 일이 아니라 월급이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 회사에 고용되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고용되면 행복할 것 같았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없으나 노후생활에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퍼져 있는 은퇴설계 방법은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만들어서 보급해왔다. 금융회사들은 아무리 노후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외치지만 결국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구색 갖추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노후자금을 5억, 10억 필요하다고 겁주듯이 말하는 공포마케팅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물론 노후에 연금이나 펀드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돈만으로 인생이 행복해지기 어렵듯이 노후자금 위주로 진행되는 현재의 노후준비방법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 즉 반드시 행복해 진다는 약속을 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 방법들인 것이다. 좀 더 행복할 수 있어야 하며, 좀 더 자녀와 부부관계가 좋아지고,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며, 좀 더 저렴한 그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한국형 은퇴설계 방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즉 노후자금 준비가 잘 안되어 있고, 평생을 일만 하느라 삶의 목표가 모호하고, 여가를 즐기지도 못하는 우리 국민들이 노후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형 노후준비란 과연 무엇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노후준비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현재 노후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해서 편안하게 여행 다니며 취미여가를 즐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분이 은퇴 후 수십개 국가를 여행을 다니고, 수시로 골프를 쳤지만, 나이가 70대 중반을 넘어서자 자신의 인생이 공허해졌다는 한탄하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꼭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자아실현의 자세, 풍요보다는 인생의 보람을 추구하는 것, 이런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는 은퇴설계방법이 우리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 다음은 우리는 너무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서 살고 있고, 국민의 과반수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서로 인사하지 않고 왕래도 하지 않는 외로운 문화가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이웃과 단절된 아파트 문화 속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사람은 사람들과 왕래를 해야 행복하다. 사회봉사, 취미여가, 자기계발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과 활발하게 왕래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노후생활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하자. 가장 먼저 장수시대 부자의 개념을 바꾸도록 노력하자. 재산과 건강만을 가진 사람은 제대로 된 부자가 아니다. 자기계발, 멋진 취미여가, 사회봉사, 경제활동 등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좀더 부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장수시대에 가족, 공동체, 취미여가, 사회활동, 재산과 건강을 골고루 가진 자아실현형 부자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자기 집이나 공동체에서 나이들기’라는 모형이 유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원생활이나 실버타운과 같이 사회에서 빠져나가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제는 고령자들이 사회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젊은이들과 교류하며 자아를 실현하면서 나이 드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도 생각을 바꿔서 사회에서 빠져 나가지 않는 적극적으로 노후설계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노후준비 방법은 너무 비싸고 행복하기 어려운 모형이다. 이제부터는 바꿔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 중심의 노후준비가 바람직하며, 풍요보다는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 의미와 흔적을 유산으로 남기는 마무리까지 종합적으로 추구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은퇴한 인구와 젊은 인구가 잘 조화되어 나가는 사회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노동력이 부족해지며 빈곤한 노인으로 고통받는 사회가 열릴지도 모른다. 행복을 은퇴생활의 목표를 삼고, 너무 돈 문제 중심의 노후생활에서 벗어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한국형 은퇴설계를 추구하길 기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