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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창작스튜디오 국제교류프로그램 창작연구결과전 ‘Seoul, Seoul, Seoul'

草霧 2013. 6. 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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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술에 영감을 불어넣다

창동창작스튜디오 국제교류프로그램 창작연구결과전 ‘Seoul, Seoul, Seoul'

 

시민리포터 이나미 | 2013.06.13

 

[서울톡톡] 도봉구 덕릉로에 위치한 '창동창작스튜디오'에서 국제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해외작가들의 창작연구결과전인 'Seoul, Seoul, Seoul'이 열렸다. 6개국에서 온 9명의 해외작가들이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 자리로 작가들에게 서울은 낯섦과 충돌이 담긴 도시이지만 작업에 있어선 중요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전시장 바닥에 늘어진 진돗개 한 마리가 있었다. 일본 작가 '미츠노리 키무라'가 작업으로 작가는 유화물감이 가지고 있는 물성에 매료되어, 현재까지도 유화물감을 재료로 조각 작품을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전시장 안쪽에는 흙이 담긴 작은 병들이 촘촘히 정렬되어 있었다. 병들에 익숙한 산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작품을 제작한 필리핀 작가 '캐서린 사라 영'은 스튜디오 입주기간 동안 서울에 위치한 43개의 산들을 등반했다. 실제 관람자는 진열된 병을 골라 모종을 심을 수 있다. 전시 종료 후, 작가는 참가자들과 함께 싹이 난 모종들을 산에 가서 심을 예정이다.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스튜디오에 거주했던 작가들은 이렇게 서울에 대한 느낌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회화, 사진, 영상, 조각,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은 실제와 재해석 사이를 오간다. 작가들은 주로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일상에 집중했고, 이를 섬세한 관찰력이 담긴 작품으로 완성했다.

 

전시기간 중 관람객을 위한 '전시설명 프로그램'과 참여 작가들이 진행하는 '어린이 대상 미술실기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창작스튜디오는 매년 국제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해외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아시아퍼시픽작가 입주프로그램, '유네스코 - 아쉬버그 장학연수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특히 올해는 핀란드, 아일랜드와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고자 해당 국가 미술기관에서 추천 받은 작가들을 초청해 국제교류의 범위를 넓혔다.

 

창동창작스튜디오는 단순히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국제프로그램들을 통해 문화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문의 :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www.artstudio.or.kr, 02-995-0995

■ 창동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작가 - 인도 작가 마날리 슈로프

서울이요? 아름다운 작품같은 곳이죠


"이거 먹는 거 아니에요?" 초등학생 관람객들이 병에 담긴 '개알 절임'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가상식품인 이 절임은 인도 작가 '마날리 슈로프'의 작품 "Real eyes, Realize, Real lies!"이다. 절임은 '강아지가 낳은 알로 만든 피클'인데, 이 컨셉으로 실제 스튜디오 인근에 위치한 신천시장에 가서 판매를 했다. 판매는 일종의 작품 프로모션이었다. 실제로 시장에서 절임을 구입한 시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전시에서 관람객들로부터 피드백이 뚜렷했다.

왜 작가는 절임 제품을 만들었을까? 6개월 간 스튜디오에 거주하면서 작가는 '사람들의 헛된 믿음'을 '개알 절임'이란 오브제로 끌어내고자 했다. 작가는 '사실 개가 알을 낳을 수 없지만, 건강에 좋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을까?'라는 발상으로, 대중의 믿음인식체계에 의문을 풀고자 실험을 시도했다. 이 반응들을 보고, 작가는 다시 회화로 옮겨 작업했다.

이 절임 제품은 영국과 인도에서의 경험을 담은 것이다. 1986년생인 작가는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에서 회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도와 런던을 오가며 활동 중인 작가는 실제 영국에서 달걀을 주재료로 한 절임요리를 발견한 뒤, 그 절임 레시피에 인도인들이 먹는 향신료를 섞어 만들게 바로 '개알 절임'이다. 작가는 평소 한 사회에 내재된 특별한 관습과 그릇된 관념들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이번 작업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화제를 전환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에게 한국에 대한 느낌을 물어보았다.

"입주하기 전에 한국에 대해 아는 봐도, 기대한 것도 없었어요. 그나마 제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한국전쟁', 'IMF', '핵실험'이 고작이었죠. 그랬던 제가 어느 날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서울 주변을 본 순간, 한국이 역동적으로 발전한 나라임을 알고 놀랐어요."

이어 한국 미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현재 한국의 현대미술은 세계 흐름과 비슷하게 맞춰가고 있으며, 특히 고미술 등 한국만의 정체성이 담긴 전통예술도 굳건히 이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시가 끝난 후, 자국으로 돌아갈 작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서울 명소를 물었더니 주저 없이 '전통시장'을 꼽았고, 그중 '노량진 수산시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제가 채식주의자라 생선을 못 먹지만, 활기찬 분위기와 에너지 넘치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풍경만큼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시장 내부에 설치된 실내조명도 제겐 너무 아름다운 작품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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