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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은 해야 하며, 가능하다(원본)

草霧 2013. 5. 24. 13:49

 

 

 

 

 

 

 

 

 

 

 

 

 

 

 

탈핵은 해야 하며, 가능하다

 

 

반핵의사회 공동운영위원장, 동국의대 미생물학 교수 김익중

2011년 3월 11일은 인류사에 남을 날이 될 것 같다. 일본의 동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지진과 이로 인한 쓰나미가 해안지방을 덮쳐서 약 2만명의 사망자를 냈고, 여기에 더하여 후쿠시마 핵발전소 4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핵사고에 의해서 사망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10명도 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쓰나미에 의하여 사망한 2만명보다 더 큰 염려를 하고있다. 이런 염려가 이성적인지 아니면 무지의 소치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적어도 도쿄를 포함한 후쿠시마 주변 350Km 정도가 고농도로 오염되었고, 일본땅의 약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그림 2, 참고문헌1).

 

이에 따라서 일본인 전체가 방사능에 피폭되고 있다. 이들 중 적어도 백만명 이상이 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후쿠시마에서 250km 정도 떨어진 도쿄에서 기준치의 몇배에 이르는 공간방사능이 측정되고 있으며, 도쿄의 수돗물에도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도쿄보다 더 멀리 떨어진 시즈오카 지역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밭에서는 세슘 오염으로 인하여 찻잎 수확을 포기하였다.

 

2011년 생산된 쌀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되어 폐기처분되었으며, 이 쌀은 방사성폐기물이 되어버렸다. 일본에서는 재작년 쌀 사재기가 성행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3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코피가 나고, 설사하는 어린이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피난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사고에 의한 사후대책 수립과 실행으로 십여년 이상을 소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일본의 국운이 이 한번의 사고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있기 전에도 대규모 핵사고는 있어왔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핵사고가 발전소 사고로는 처음으로 5등급 이상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그 이전에도 6등급으로 기록된 러시아의 키시팀 등 핵사고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재처리 시설이나 실험실 등의 사고였다.) 두 번째 대규모 발전소 사고는 1986년의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이다. 스리마일 핵사고의 전모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보가 더 잘 공개될 것 같은 미국에서의 사고는 철저하게 감추어진 반면에 철의장막이라고 불리우던 구소련의 핵사고는 잘 알려진 것이 아이러니다. 그리고 세 번째의 대형사고가 이번 후쿠시마 핵사고라고 할 수 있다.

 

1. 핵발전소의 구조

사실 원자력발전소라는 말은 물리학적으로 틀린 말이다. 원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원자력이 아니라 핵력이므로 핵발전소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영어로도 Nuclear Power Plant니까 번역을 해도 핵발전소이다. 핵산업계의 거짓말은 그 용어의 왜곡에서 시작된다. 핵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 핵반응로는 원자로, 수명연장은 계속운전, 사용후핵연료는 사용후연료 등으로 왜곡하는 등 그 사례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겠다.

 

그림1에서와 같이 핵발전은 기본적으로 화력발전과 같은 원리이다. 핵반응을 이용하여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로써 물을 끓이고 증기가 발생하면 증기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터빈을 돌린 이후 증기는 바닷물로 식혀서 물로 바뀌고 이 물은 다시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게 되어있다. 이렇게 간단한 비등형 원자로와는 달리 가압형 원자로는 원자로에서 물을 데우는지만 섭씨 300도가 되어도 끓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준 후 이 뜨거운 물이 다른 물을 끓이는 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중탕방식으로 증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등형원자로는 물을 직접 끓이는 방식이고 가압형원자로는 물을 간접적으로 끓이는 방식이다.

 

세계에 있는 대부분의 핵발전소는 이 두 가지의 구조로 되어있다. 핵발전이 화력발전과 다른 점은 그 연료뿐이라고 볼 수 있다. 핵연료는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그 에너지가 엄청나다. 원자로 안에 350개 정도의 핵연료봉이 있고, 이 핵연료봉 안에는 우라늄 펠렛이 존재한다. 이런 상태로 한번 들어간 핵연료는 그 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훨씬 커서 원자로 안에서 4년 6개월 동안 물을 끓인다. 그 후에도 약 30년 동안 사용후핵연료저장수조에서 수냉식으로 식혀야한다. 이후에는 공랭식으로 수십년을 더 식혀야하고 마지막으로 고준위 폐기장에서 십만년에서 백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되어야한다.

 

2. 후쿠시마 핵사고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내용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후쿠시마핵발전소의 1,2,3호기에서는 지진으로 인하여 원자로(압력용기)에서 냉각수가 흘러나왔고, 핵연료봉이 공기중에 노출되어 냉각기능이 마비되었다. 이로 인하여 노심(핵연료봉)의 온도가 삼천도 이상으로 올라갔고, 이 열에 의해서 노심용융(핵연료봉이 녹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때 냉각수와 핵연료봉 피복제인 지르코늄 사이에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수소가 발생하였다.

 

이 수소는 깨진 원자로(압력용기)의 틈을 빠져나와서 원자로 건물(격납고 포함) 내부에 고여 있다가 폭발하였다. 이른바 수소폭발이다. 노심용융에 의해서 핵연료는 액체상태로 압력용기 밑바닥에 떨어졌고(melt down), 압력용기의 밑바닥을 뚫고 격납용기의 바닥까지 내려왔다(melt through). 현재 이 액체상태의 핵연료는 땅을 파고 지구의 중심을 향해 내려가는 중이다(차이나 신드롬). 현재 일본정부는 3개 원자로의 완전한 멜트다운과 멜트스루를 인정하였으나 챠이나신드롬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림1 후쿠시마핵사고를 일으킨 비등형원자로와 한국형 가압경수로의 구조.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인용)

 

한편 후쿠시마 3,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는 원자로보다 4배 이상의 사용후 핵연료가 냉각되는 도중이었는데, 이 수조의 냉각수가 지진으로 인하여 새나갔고, 이곳에서도 핵연료봉의 멜트다운과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이 사고에 의해서 지구환경으로 흩어지는 중이며, 현재로서는 이 핵반응을 멈출 방도가 없다. 핵반응은 모든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핵반응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을 최대한 가두어두는 일 뿐이다.

 

그나마 이 “방사능 가두기” 작업도 그리 순조롭지 않아서 원자로를 식히는 작업 뿐 아니라  발생한 오염수를 가두는 작업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체적을 줄이는 기술과 오염수를 정화하여 다시 냉각에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고장이 잦아서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양의 오염수는 태평양으로 빠져들고 있고, 원자로 등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들은 바람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기도 하고 북극으로 올라갔다가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기도 하며,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태풍을 타고 한반도 쪽을 향하기도 하여 일본 뿐 아니라 전 지구의 땅과 공기를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기 중에서 방사성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되었으며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목초지와 우유가 입증되기도 하였다. 후쿠시마 발 방사능 오염은 적어도 수년 이상,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2012년 초에 PNAS에 발표된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땅의 70% 이상이 방사성세슘에 오염되어있다. 후쿠시마에서 250km 정도 떨어져있는 도쿄 역시 전 지역이 고농도로 오염되어있다(그림2, 참고문헌1). 오염된 지역의 어린이들은 코피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 이 증상은 히로시마, 체르노빌 등의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이미 보고된 가장 흔한 피폭증상들이다. 일본인들은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들에 의해서 앞으로도 수백년 이상 피폭이 될 것이다. 방사능 피폭량과 암발생은 비례하는데, 앞으로 이 핵사고로 인한 암환자 수 증가는 얼마나 될 것인가?

 

3. 핵사고의 확률


과거의 중요한 핵발전소 사고들을 살펴보면 핵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의 핵사고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스리마일 사고,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 등이다. 우선 이들 사고를 일으킨 국가들을 살펴본다. 미국, 구소련, 일본. 이 세 나라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첫째, 이 세 나라들은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전세계의 447개 핵발전소 중에서 미국이 104개를 갖고 있고, 구소련은 러시아 32개를 포함하여 총 66개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전소를 갖고 있었다. 세 번째가 프랑스 58개, 네 번째가 일본의 54개이다. (참고로 한국은 일본에 이어서 23개로 다섯 번째로 많다.)

 

이 세 나라의 다른 공통점은 원천기술 보유국, 원자로 수출국, 원자력 선진국이라는 점들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왜 핵발전소 1,2개 갖고있는 불가리아, 멕시코, 슬로베니아, 아르메니아 등의 핵후진국에서는 대형 사고가 안 일어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소 숫자가 많은 나라에서만 대형사고 일어났다는 것은 발전소의 개수가 가장 중요한 핵사고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자동차가 많은 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림2. PNAS에 실린 일본오염지도(참고문헌 1)

 

그렇다면 핵사고의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전세계 447개의 핵발전소 중에서 이번 후쿠시마를 포함하여 6개의 핵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확률은 1.34%에 해당한다. 정부와 한수원이 여태까지 주장했던 “백만분의 일”이라는 핵사고 확률은 사실이 아니다. 백만개 발전소 중 하나가 아니고 약 80개 중 하나에서 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34%라는 확률은 그래서 한 개의 핵발전소가 있을 때 그곳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23개의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어떨까? 수학교과서에 나온 방식으로 계산하면 약 27%가 나온다. 이것은 말 그대로 한국에서 대형 핵사고가 발생할 확률이다. 물론 한 가지 전제가 있다. 과거와 같은 확률로 핵사고가 난다는 전제 말이다.

 

이번 후쿠시마 핵사고에 의한 일본의 오염지도(그림2)를 살펴보면 고농도 오염지역의 넓이와 인구가 남한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국토의 약 20% 이상이 고농도로 오염되었고, 도쿄를 포함한 이 지역의 인구는 약 5천만 정도가 된다. 이것은 만일 우리나라에서 핵사고가 발생하면 남한 전체가 고농도 오염지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전쟁도 없이 대한민국이 완전히 망해버릴 확률이 27%가 되는 것이다.

 

4.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노후 원전과 수명연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수명연장이 된 발전소이고 이번 사고에서 가장 먼저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노후한 원전이 과연 더 위험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핵발전소는 거대한 기계이다. 기계는 수명이 있고, 노후한 기계일수록 고장이 잦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론일 뿐이다.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첫째,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한가지를 찾을 수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후쿠시마에는 10개의 핵발전소가 있었다. 그중에서 나이순으로 1,2,3,4호기가 폭발하였다. 같은 지진과 같은 쓰나미를 겪은 10개의 원전 중에서 우연히 이렇게 나이순으로 폭발할 확률은 너무나 작다. 약 5,00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요인이 분명히 있는 것이며, 그 요인은 바로 “핵발전소의 나이”인 것이다. 후쿠시마 1,2,3,4호기는 모두 30년이 넘은 노후한 원전들이었다. 5,6호기와 그 이후의 원전들은 모두 30년이 채 안된 것들이다.

 

둘째, 공학적 증거이다. 일반적으로 원전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원자로 자체라고 알려져 있다. 압력용기는 약 20cm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금속재질로 만든다. 그러나 이 단단한 용기도 고압과 고열, 그리고 높은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이 용기에 손상이 가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용기의 건전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 용기와 동일한 금속편을 원자로 안에 처음부터 넣어둔 후 한 개씩 꺼내서 검사를 하는 것이다.

 

3년 전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을 심사할 때 이 금속편을 한 개 꺼내서 파괴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안타깝게도 건전해야할 금속파편이 파괴되고 말았다. 이렇게 파괴검사를 하는 것은 똑 같은 재질의 압력용기도 같은 상태일 것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이 파괴검사는 그간 몇 차례 있어왔으나 파괴검사에서 불합격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것은 이른바 “경년열화(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게 경년열화 현상은 원자로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공학적 증거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외국의 정책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방증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러시아는 수명연장 대신 신규핵발전소를 짓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는 안전성에 민감해진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채택해야했던 정책이었다. 당장 핵발전소 숫자를 줄일 수는 없고, 국민들에게 그래도 안전을 도모한다는 확신은 주고싶었던 러시아 정부의 선택이 바로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정부 뿐 아니라 국민들까지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있다는 방증이 된다. 다른 예도 있다. 17개의 원전을 갖고 있던 독일은 노후한 원전부터 7개를 폐쇄하였다. 나머지 10개도 앞으로 11년 내로 모두 폐쇄하기로 하였지만 왜 나이순으로 오래된 원전부터 폐쇄했을까? 역시 독일 국민들도 노후한 원전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경년열화현상, 나이순으로 폭발한 이유, 외국의 정책변화 등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5. 핵사고의 원인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핵사고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핵발전소의 개수, 노후한 원전 등이다. 그러나 핵사고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스리마일 핵사고의 원인은 단순노무자의 실수였다. 체르노빌 사고의 원인은 과학자들의 무리한 실험이었다.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은 잘 알려진 대로 지진과 쓰나미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원인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렇게 짐작할 수 있다. “다음 핵사고의 원인은 이들 세 가지 말고 다른 원인일 것이다”라고.

 

핵발전소에 들어가 보면 너무나 많은 부품들이 있는 너무나 거대한 기계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복잡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것이다. 마치 성공한 지 수십년이 지난 인공위성 발사가 아직도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복잡성 때문인 것이다. 작은 실수가 하나만 있어도 인공위성의 발사는 실패하고 만다. 이렇게 어느 수준 이상의 복잡성을 갖는 기계는 사고나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핵발전소에서는 지금도 사상 초유의 사고유형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고리원전에서의 사고의 예가 그렇다. 바람에 날린 비닐조각이 고압선에 걸리자 고리원전이 정지한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사상 처음이었다고 발표되었었다. 우리는 수천의 사고원인 중에서 세장의 카드를 보았을 뿐이다.

 

6. 핵산업계의 진실성


우리나라의 핵발전소에서 몇 번의 사고가 일어났을까? 한국에는 23개의 핵발전소가 있고, 오래된 것은 30년이 넘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650회 이상의 사고 횟수는 그리 적지 않다고 느껴진다. (과기부 산하의 원자력안전기술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숫자를 믿지 않는다. 과거에 정부와 한수원이 거짓말 한 사례들 때문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법에 있는대로 24시간내에 국민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숨겼던 사례가 많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1) 1984년과 1988년에 월성 1호기 냉각수 누출 사고가 1988년 국정감사 때까지 은폐되었다. 

2) 1995년 월성 1호기 방사성물질 누출사고가 1년 뒤에야 보도되었다. 

3) 1996년 영광 2호기 냉각재가 누출되었으나 몇 주 후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 뒤에야 알려졌다.

4) 2002년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 관 절단으로 인한 냉각수 누출사고도 단순 누설사고로 축소되었다.

5) 2004년 영광 5호기 방사성물질 누출이 감지되었으나 재가동을 강행했고 일주일간 은폐했다.

6) 2007년 대전 원자력연구소 핵물질 3kg이 들어있는 우라늄 시료박스가 소각장으로 유출된 사건이 3개월이나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지만 분실된 우라늄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7) 2012년 2월 고리1호기에서 전원이 끊겨서 냉각수 순환이 12분간 멈추었고, 원자로의 온도가 상승한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한달 후에 언론에 알려졌다.

 

이런 은폐사건들을 고려해보면 650 여회이라는 사고 횟수가 성공적으로 은폐한 사고들을 제외한 숫자임을 알 수 있다. 핵산업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진실을 감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 사건에서 보도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일본정부는 노심용융을 세달이나 지난 시점에야 인정하는 등 수 많은 거짓말들을 세계인 앞에서 해왔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거짓말은 현재도 진행형이며 그중에서 가장 꾸준하고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거짓말이 이른바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는 것이다. 

 

7.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

 

기준치는 의학적인가? 라는 질문이 필자에게 큰 고민이었다. 방사선 관련한 의학 지식이 짧은 나로서는 처음에는 이 기준치가 의학적 판단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핵사고 이후 온갖 매체어서 흘러나오는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는 표현을 100회 이상 들은 후에야 점차 의혹이 생겨났다. 우선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의학자나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히 의학적 판단인데도 공학자들이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왜 이런 핵공학자들의 월권행위가 매일같이 각종 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필자는 방사능에 의한 인체피해와 관련한 전공자들을 찾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입수한 후에는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준치는 세계 핵산업계의 정점에 있는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핵산업계의 합법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설정한 것이며, WHO(세계보건기구)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959년에 굴욕적인 조약을 맺음으로써 국제원자력기구의 권위에 굴복한 것이다. 그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방사능에 대한 입장발표를 독립적으로 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이 조약의 파기를 위한 국제연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방사능의 환경기준치는 핵발전소와 핵실험이 없었다면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은 숫자들인 것이다. 현재 방사능의 기준치는 국가마다 다르게 설정되어있으며 이는 이 기준치가 결코 의학적이 안전기준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의학적인 연구는 주로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나가사키 피해자, 그리고 체르노빌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인체를 대상으로 한 의학적 연구의 결과는 다음의 그래프로 요약된다.

 


그림3. 미국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BEIR VII에 나타난 그래프.
방사능 피폭량과 암발생이 비례하며 역치가 없음을 보여준다(참고문헌 2).

 

위 그래프에서 원점을 지나는 직선으로 나타나는 두 개의 선이 이른바 고형암의 그래프이다. 이들은 방사능 피폭량이 증가함에 따라서 암발생률이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그래프에서 약간 곡선의 모양을 이루는 것은 백혈병의 그래프이다. 백혈병의 경우에는 직선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볼록한 그래프가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점선으로 되어있는 그래프는 이른바 “호메시스”이론을 대변하는 그래프이다.

 

이 그래프는 역치(Threshold)가 있어서 이 역치까지는 피폭되더라도 암 발생이 증가하지 않고 역치를 넘어서야 비로소 암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이 호메시스 이론은 미국의 핵산업계가 주도하여 막대한 연구자금을 들여서 만들어낸 이론인데, 불행하게도 세계 의학계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세계 의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이론이 인체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세포수준, 유전자 수준의 연구는 엄청나게 많지만 인체 데이터는 없다.

 

만일 “허용기준치 이하이므로 인체에 영향이 없다”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위 그래프 중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역치가 있는 그래프, 즉, 호메시스가 옳아야하지만, 세계 의학계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사능 피폭에 대한 인체영향은 다음과 같이 결론지을 수 있다.

 

“방사능은 그 피폭량에 비례하여 암을 발생시킨다. 이는 기준치 이하에서도 마찬가지다”
혹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디에도 안전한 방사능은 없다.”

 

8. 핵발전소 꼭 필요한가?

 

이번 사고 이후 경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는 상당히 재미있는 것이었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설문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는 대부분이 필요하다고 대답을 하였다. 이는 다른 지역의 시민들에서도 비슷하게 조사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 마음속에서 핵발전소는 “필요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꼭 필요할까?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한 몇가지 통계자료를 제시해본다.  

 

1) 2010년 핵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는 한국 전체 전기의 31%였다.

 

2) 2010년 한국 전기의 24%가 난방비로 사용되었다.
 
3) 전체 전기의 60% 이상이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는 역누진으로 요금이 부과된다.

 

4) 한국에는 총 15개의 양수발전기가 있다. 전기가 남아도는 새벽시간에는 과부하를 막기위해 전기를 버려야하는데, 이때 양수 발전기가 사용된다. 새벽에 큰 저수지의 물을 산꼭대기에 있는 저수지로 퍼올리면서 전기를 사용하고, 이 물을 이용하여 전기가 모자라는 시간에 수력발전을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 양수발전기에서 작년에 생산한 전기는 핵발전소 1개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핵발전소 4개를 지을 돈으로 만든 양수발전기가 생산한 전기가 이정도 뿐이라면 양수발전기는 양수기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양수발전기가 필요한 이유는 핵발전소가 멈추거나 가동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의 현상이다.

 

5) 유럽에 있는 나라들의 절반은 핵발전소를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핵발전소를 가진 나라들 중 오스트리아는 이미 탈핵이 완성되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은 탈핵을 결정하였고, 대만도 6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대만은 그러나 현재 2기를 짓고 있다. 이탈리아는 탈핵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시도하였으나 국민의 저항으로 포기하였다. 

 

6) 2011년 1사분기 미국의 핵발전은 전체 전기생산의 11.2%를 차지하였고, 같은 기간 재생가능한 발전은 11.6%를 차지했다. 이렇게 재생가능 발전이 핵발전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한 것은 재생가능발전이 원가가 더 싸졌기 때문이다.

 

7) 미국 Duke 대학 교수들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재생가능발전의 원가가 2010년 처음으로 핵발전 원가보다 낮아졌다(그림 4, 참고문헌 3). 한국은 핵발전의 원가가 왜곡되어있어서 핵발전이 더 싼 것으로 되어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핵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일본의 핵사고에 대해서는 우리국민에게는 영향없다는 선전으로 대응하고, 한편 핵선진국을 향한 야망은 슬슬 드러내 보인다. 일본이 뒤처지는 동안 핵선진국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제4차 원자력진흥계획을 보면 “후쿠시마를 기회로”라는 구호가 들어있다.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하여 일본의 핵산업계가 주춤하는 동안 한국이 세계 핵산업계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의 핵산업을  미국, 프랑스를 잇는 세계3위로 키울 계획이다. 원전 32개를 가진 러시아는 이미 한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 2024년까지 42개의 원전을 보유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핵발전 일방주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 4차 원자력 진흥계획은 국내에 있는 모든 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할 계획을 담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핵발전소의 출력을 증강시킬 계획이다. (출력증강은 자동차로 비유하면 가속페달을 좀 더 밟은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 뿐 아니다. 핵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핵재처리, 즉, 플루토늄 추출을 하겠다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 핵재처리의 방식은 소위 파이로건식처리와 소듐고속증식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핵을 재처리하는 방식은 습식방법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방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핵재처리가 어려우니까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핵재처리를 하려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그러나 이 우회적인 방식은 그 위험성으로 악명이 높다. 파이로건식처리도 그렇지만 특히 소듐고속증식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핵시설이다. 미국과 프랑스가 시도하다가 위험성 때문에 포기한 방식이며, 일본이 시도하였으나 십수년간 사고와 그 뒤처리로 점철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소듐고속증식로는 냉각수로 물이 아니라 액체소듐을 사용한다. 이 액체소듐은 공기와 닿으면 화재를 일으키고 수증기나 물과 닿으면 무조건 폭발한다. 한국에서 그동안 냉각수 누출사고가 여러 번 있었는데, 이렇게 냉각수가 누출될 때마다 화재나 폭발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일본이 했던 경험이 그렇고, 이 경험들을 그대로 보면서도 이런 위험천만한 시도를 하는 정부를 보면 정말로 “미쳤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림4. 미국의 핵발전 원가와 태양광발전 원가의 변화도.
2010년부터 태양광발전원가가 핵발전 원가보다 낮아졌다. 태양광발전 원가는 처음에 설치비만 들고 연료비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평균단가는 내려가게 되어있다.

반면에 핵발전은 사고대비 비용,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비용, 원전 폐쇄비용 등 앞으로 추가되어야할 비용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 (참고문헌 3)

 

이렇게 핵재처리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정부를 보면서 도데체 이렇게 무리하게 미국과의 관계마저 위협하는 시도를 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핵재처리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사용후 핵연료에 들어있는 약 1%의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플루토늄은 뽑아서 무엇에 쓰는가?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이 플루토늄으로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다. 재처리된 핵연료는 정상적인 핵연료보다 5배나 비싸다. 이렇게 아무런 이익도 없이 원료만 비싼 바보같은 짓을 하기위해서 그런 외교적, 기술적 노력을 기울인단 말인가?

 

일본은 위험하고 값이 비싼 플루토늄을 후쿠시마 3호기를 비롯한 몇 개의 원자로에서 핵연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플루토늄은 추출과정이 위험하고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여 일본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재처리된 이 MOX라고 불리우는 “수상한 핵연료”를 공급받았던 것이다. 왜 일본은 이렇게 위험하고 5배나 비싼 핵연료를 사용하고 있을까? 또한 쓸 곳도 마땅하지 않은 플루토늄을 왜 그렇게도 많이 생산해두었을까? 일본이 현재 갖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약 30톤 정도 되는 것으로 일본정부가 발표하였다.

 

이는 핵무기 3,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런 일본의 플루토늄 비축은 절대로 경제적인 이유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훨씬 비싼 원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라늄보다 더 안전하지도 않다. MOX라고 불리우는 이 핵연료는 훨씬 더 위험한 핵연료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때도 3호기의 폭발이 1호기보다 더 위력적이었던 것도 이 핵연료가 플루토늄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한국은 아마도 일본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핵재처리를 통하여 다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해야 가능한 어떤 야망 말이다. 

 

9. 중 저준위 방폐장


경주에 핵폐기장이 들어오기로 결정된 것은 주민투표를 통해서였다. 2005년 주민투표는 거의 90%에 육박하는 찬성표를 얻은 경주로 결정되었다. 이 투표과정의 불법, 탈법 행위들에 대한 많은 기록과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불법이 있었으나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하였다.

 

투표 이전에 실시한 부지조사 결과는 4년간 비밀에 부쳐졌었고, 2009년 공사기간 연장을 발표한 후 처음 공개되었는데, 매우 불량한 부지로 조사되었었음이 드러났다. 공사현장에서는 하루에 5천톤이 넘는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있고, 물과 연약한 지반으로 인하여 공사기간은 3번째 연기되었다. 공사를 완수하기도 어렵지만 완공된 후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로 방사능의 누출 사고이다.

 

경주의 중저준위방폐장은 많은 지하수로 인하여 결국 물에 잠기며, 사일로라고 불리우는 창고에는 물이 들어갈 것이며, 이 물을 통하여 방사능 물질은 사일로 밖으로 이동하게 된다. 또한 이 사일로는 보수공사가 불가능하므로 일단 방사능이 누출되면 모든 방사능이 누출될 때까지 진행된다. 다시 말해서 경주 방폐장은 모든 방사능이 유출될 것이 확실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필자가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직접 질문하여 받은 답변서에서도 확인이 된다. 필자는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부터 경주 방폐장은 완공후에 물에 잠긴다는 사실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방페장 안으로 지하수가 흘러들어온다는 사실과, 이 지하수를 통해서 방사능 물질이 주변환경으로 누출된다는 사실을 공문으로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이렇게 한번 방사능 누출되면 보수공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방사능이 누출될 때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을 방폐물관리공단과의 공문을 통해서 확인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나 방폐물관리공단, 그리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입장은 “안전하다”이다. 그 논리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일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더라도 이 방사능이 동해바다로 흘러서 막대한 양의 바닷물에 희석되므로 이 바다에서 생산된 식품을 통하여 우리 국민이 피폭되는 방사능의 양은 기준치 이하가 된다. 그러므로 안전하다.”

 

10. 핵폐기물, 영원한 숙제.

 

중저준위 방폐장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한 상기한 대로 결론이 날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고준위 폐기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곧 사용후 핵연료를 의미한다. 현재 23개의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들은 각각의 원전부지에 임시로 저장되어있다. 이 임시저장소가 포화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므로 정부는 조속히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한다.

 

고준위폐기물의 처리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영원히 안전하게 묻는 방법(직접처분)이고 다른 하나는 재처리를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재처리를 하더라도 고준위폐기물의 양은 줄지 않는다. 재처리가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단 1%의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일 뿐, 나머지 99%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처리를 하더라도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 고준위 폐기장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용되는 사례는 없다. 아직 고준위폐기장을 만들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계가 궁금해 하고 있다. 핵폐기물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역시 운전이 끝난 핵발전소 자체일 것이다. 핵발전소가 수명을 다한 후 폐쇄하는 방법도 두가지이다.

 

하나는 단순한 폐쇄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한 폐로이다. 현재 폐쇄된 핵발전소는 상당수가 있다. 그냥 핵발전소 문을 닫는 것으로 그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그냥 방치하는 것은 핵폐기물(핵발전소 건물)을 그냥 노상에 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처리하는 방식은 폐로인데, 아직 세계적으로 완전하게 폐로한 경험이 없다. 기술도 없다. 그것을 할 돈도 없고, 그것에 투자할 의지를 가진 정부도 없다. 그래서 핵발전소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되는 것이다.

 

현재 전기요금의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 원전폐로비용과 핵폐기물 처리비용은 다음세대의 세금으로 부담될 것이다. 다음세대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비용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현재 경주를 비롯한 4군데의 핵발전소 부지에는 5기의 핵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명연장이 이미 되어있는 상태로 건설된다.

 

예를 들어서 신고리1,2호기는 그 수명이 60년으로 정해져있다. 핵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 세대나 다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세금의 부담을 어찌할 것인지, 또한 그사이 대형사고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걱정되는 것이다.

 

11. 대안은 있는가?


핵발전소의 위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정부가 해둔 거짓말의 영향인데, 그사이 우리국민이 들어온 이야기 중 핵발전소에 대안은 없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대안이 있다는 몇가지 근거를 여기 제시해보겠다.

 

 

그림5. 연도별 세계 핵발전소 개수.
1980년대 후반부부터 전혀 개수가 증가하지 않았다. (참고문헌 3)

 

첫째, 독일과 스위스, 벨기에 등의 국가들이 대안도 없이 탈핵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 국가가 제시하는 탈핵 계획서를 보면 모두 공통점을 갖는데, 그것은 바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이라는 공통점이다. 그림 5를 보면 핵발전이 사양 산업임을 알 수 있는데, 1954년 탄생한 핵발전소는 1980년 후반부 이후 전혀 그 숫자가 증가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조금씩 감소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그림 6을 보면 전세계의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핵발전의 신설 규모를 나타내고 있는데, 풍력은 매년 20% 이상을 성장하고 있고, 태양광은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은 전혀 성장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재생가능이 대안이며,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만으로 현재 우리가 쓰고있는 전기 전체를 생산하는데 국토의 6%만 쓰면 충분하다. 믿지 못하는 분들은 직접 계산해 보시기 바란다. 1 제곱미터의 태양광 판넬에서 생산되는 전기량과 전국에서 쓰이는 전기량을 비교하여 이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판넬의 넓이를 계산하면 국토의 2%가 나온다.

 

태양이 떠있는 시간을 8시간으로 상정하면 그 3배인 국토의 6%로 현재 사용되는 전기 전체가 생산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태양광을 하기에 적합한 날씨를 갖고 있다. 독일의 경우보다 우리나라는 태양광이 30% 이상 더 많다. 또한 풍력에너지도 풍부하며, 서해안의 경우 바다가 깊지 않아서 해상풍력을 설치하는데 적격이다.

 

 

그림6 세계 연도별 신설된 발전시설 현황.
파란색의 풍력발전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노란색은 태양광으로 매년 50% 이상을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빨간색의 핵발전은 전혀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World Knowledge forum, Seoul 11 October, Green Peace 자료 인용)

 

대안에너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대안에너지 개발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뿐 아니라 바이오매스도 아주 중요한 재생가능에너지가 된다. 매우 다양한 바이오에너지가 유럽에서는 개발되고 있으니 기술을 배워서 따라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12. 결어

 

핵발전이 값이 싸다는 말, 핵발전은 대안이 없다는 말, 핵발전은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다. 또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충분히 생산되기 어렵다는 말, 재생가능에너지는 비싸다는 말 역시 모두 거짓이다. 핵발전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고, 재생가능발전은 생명으로 가는 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독일, 벨기에, 스위스는 탈핵을 결정하였고, 한국, 미국, 캐나다, 프랑스는 핵발전을 계속한다고 발표하였다. 무엇이 이들 국가들의 핵발전에 관한 태도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라놓는 것일까?

찬핵과 탈핵으로 갈라놓는 것은 단 하나이다. 탈핵을 결정한 나라들은 후쿠시마핵사고를 보면서 “저런 사고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반면 핵발전 지속을 결정하는 나라들은 모두 “저런 핵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처럼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우리나라는 일본과 원자로 구조가 달라,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일본보다 더 조심성이 많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기술이 더 우수해, 우리나라는 하느님이 보호해주셔.” 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판단하는 한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에서 다음 핵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감히 예언한다.   

 

참고문헌


1. Cesium-137 deposition and contamination of Japanese soils due to the Fukushima nuclear accident Teppei J. Yasunari dt al. 19530–19534 ∣ PNAS ∣ December 6, 2011 ∣ vol. 108 ∣ no. 4

 

2.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BEIR VII – Phase 2. Committee to Assess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National Research Council

 

3. 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0–2011. Nuclear Power in a Post-Fukushima World 25 Years After the Chernobyl Accident By Mycle Schneider et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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