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밥 먹고 도시여행

두 바퀴로 떠나는 서울여행 (1) 양재천 산책로

草霧 2014. 1. 15. 12:35

 

빌딩 사이로 백로가 빈번히 날아드는 곳

두 바퀴로 떠나는 서울여행 (1) 양재천 산책로

 

시민기자 김종성 | 2014.01.14

 

[서울톡톡] 한때 물고기 한 마리도 살지 못하는 '죽음의 하천'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생태계가 되살아나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생명의 하천'이 되었다. 생명이 넘실대는 자연하천으로 거듭난 양재천, 금속말을 타고 이곳 풍경을 담아봤다.

자전거 탄 시민들도 자주 찾는 양재천 산책로

양재천은 과천시 중앙동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서초·강남구를 가로질러 탄천과 합류하여 한강에 이르는 길이 18.5km의 하천이다. 양재천의 옛 이름은 공수천이었으나 백로가 빈번히 날아든다고 해서 학여울이라고도 불렀다.

하천 주변으로 양재 시민의 숲, 경마공원, 서울대공원, 저수지, 현대미술관 등 명소가 즐비하고, 전철역에서도 가까워 여행 삼아 일부러 찾아오는 인기 있는 관광 코스이나 산책이나 운동은 물론 자전거를 타기에도 안성맞춤이라 라이더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3호선 학여울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양재천이 흐르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빌딩들이 들어선 옆으로 아담한 개천이 흘러가는 풍경이 무척 이채롭다. 시멘트 건물 일색인 도시에 오아시스 같은 풍경을 선물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들 사이를 흐르는 양재천

보행자용과 자전거용 길이 안전하게 따로 나뉘어져 있고, 곳곳에 쉼터도 잘 마련되어 있으며, 하천 사이로 왠지 이유 없이 건너가고 싶은 정겨운 징검다리도 있다. 아마 여름이었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 징검다리에 앉아 발을 담그며 놀고 있을 것이다. 나무들과 무성한 수풀들이 냇가를 둘러싸고 있고 오리들이며 백로들, 왜가리, 해오라기가 보이는걸 보니 생태하천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양재천 오리와 해오라기(위), 모래톱 위에서 물수제비를 날리는 동네 꼬마 녀석들(아래)

물이 흐르면서 하천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모래톱에 들어가 물수제비를 날리며 노는 아이들 모습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라 미소 짓게 된다. 양재천에 왜가리가 날아들고 징검다리 사이로 물고기 떼들이 유영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다.

수풀이 우거진 하천가에 피어난 갈대들의 환영을 받으며 달리다보니 양재 시민의 숲이 나타나고, 야외 눈썰매장도 눈길을 끈다.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양재숲은 이제 청년 숲이다. 수 백 년 묵은 노거수(老巨樹) 나무나 아름드리 고목은 없지만 잘 관리된 숲에는 튼실한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공원 내에는 10만 6,600여 그루의 나무로 수목이 우거져 있어 숲에 들어서면 삼림욕 하는 기분이 든다.

삼림욕하기에 좋은 양재숲

숲의 명물이 된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비롯하여,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등 70여 종에 달하는 수목들이 울창한 숲을 형성한다. 나무 위에 사는 청설모, 다람쥐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인근 도심의 전봇대나 아파트 베란다 밑에 둥지를 틀던 새들도 돌아왔다. 개구리와 맹꽁이 같은 양서류도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사실 이 숲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이다.

숲 공원에는 매헌 윤봉길 기념관도 있다. 의거 당시 윤의사의 소지품들과 임시정부 활동, 광복군 활동사진, 거사 때 사용한 수총과 도시락 폭탄 모형, 친필 등 많은 독립운동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경기도 과천시 방향 길은 마치 시골길을 지나는 것 같은 풋풋한 느낌이 든다. 하천가에 높게 피어난 갈대와 하얀 옷을 입은 백로를 볼 수 있어 자전거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자전거 페달을 천천히 밟게 된다.

경마 공원 안에 들어가면 다양한 말들을 만날 수 있다

경마공원도 들러볼만 하다. 경기 이외 말 훈련장과 사육장이 함께 있어 평소에 볼 수 없는 다양한 말들을 구경할 수 있다. 돌아올 때는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면 좋다.

 

김종성 시민기자 김종성 시민기자는 스스로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라 자처하며,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과 사진에서는 매일 보는 낯익은 풍경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을 쾌나 알고 있는 사람들, 서울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이 칼럼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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