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은 경쟁자를 제압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공을 기울여왔다. 경영학에서도 경쟁자를 이기는 방법을 제시한 ‘경쟁전략’이 중요한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 눈앞에서 우리 고객을 가져가는 얄미운 경쟁자, 이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접근의 문제는 없을까. 이미 경영학계에서는 경쟁자를 이기고 싶다는 기업의 본성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엄중한 경고를 내린 학자가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스콧 암스트롱 교수는 과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해보니 경쟁자를 이기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가진 기업의 성과가 일관되게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장점유율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저 최선을 다해 이익을 더 내겠다는 목표를 세운 기업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 또 실험실 상황에서 실험을 해보니 경쟁자의 실적을 알려주고 경쟁을 시켰을 때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주는 결정을 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 실험실 상황과 유사한 일이 실제 현실에서 자주 일어난다.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의 GM이다. GM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포드나 크라이슬러 같은 경쟁사를 향해 그야말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공격적인 가격 할인, 할부 프로그램 등으로 경쟁사에 치명상을 입히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GM은 어떻게 됐을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거의 파산위기까지 갔다가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남았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경쟁자를 제압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다 보면, 당장 점유율 향상을 유발하는 가격 할인이나 보조금 지급 같은 전략을 취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런 전략은 치명적 약점이 있다. 누구라도 따라하기 쉽다는 점이다. 가격할인이나 보조금은 오너나 CEO가 따라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실제 경쟁자 제압을 목표로 한 전략이 횡횡했던 업계에서는 모두 이런 일이 벌어졌다. GM이 보조금을 주자 곧바로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유사한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자주 목격된다. 이동통신사가 대표적이다. 한 회사에서 보조금을 풀어 고객을 끌어가면 다른 회사도 금방 따라한다. 당장 눈앞에서 고객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을 경영자는 별로 없다. 결국 한 곳에서 가격 전쟁을 촉발하면 다른 경쟁자도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 되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경쟁 중심의 사고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일정한 산업의 경계 안에서 경쟁이 이뤄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쟁자만 제압하면 금방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경계 자체가 파괴되는 현상도 빈발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산업의 융복합화, 글로벌화, 규제 완화, 초연결성 시대의 도래 탓이다. 예를 들어 최근 과자가 잘 안 팔린다고 한다. 경쟁 과자업체가 잘해서가 아니다. 유기농 바람이 분데다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애들이 과자 먹을 시간도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신문사나 방송사 경영이 어려워진 이유가 동종 경쟁사 때문이 아니다. 네이버 같은 포털 업체가 뉴스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생긴 일이다. 우리 산업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업체가 다른 곳에서 등장하는 시대다. 이러다보니 힘겹게 경쟁에서 이겨놓고도 결국 쇠락하는 기업이 많다. 예를 들어, 컴퓨터 시장에서 휴렛팩커드와 델은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인수합병을 하거나 경영 효율화를 통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되기 위해 정말 피 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둘 중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안타깝지만 두 기업 모두 패자가 됐다. 반면, 삼성과 애플은 치열한 특허 분쟁을 벌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산업의 지형을 바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산업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면서 두 회사 모두가 승자가 됐다. 경쟁자만 바라보는 근시안에 빠져 업계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쟁사를 잡고 점유율 1위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 보다는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보적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쟁사를 제압하겠다는 목표에서부터 전략이 나오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방 병원에서 출발해 지금은 국내외 굴지의 병원들이 모두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병원계의 롤 모델’로 성장한 대전 선병원은 지방의 다른 경쟁 병원을 이기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다.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 수준의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병원은 아예 하루 종일 환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소한 불편 사항이 없는지를 점검하는 별도의 직원을 둘 정도로 고객 서비스에 열을 올렸다. 고급 호텔 서비스를 직원들이 체험하며 변화를 주도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은 우리의 스승이자 배움터”라고 강조한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면서 고개 중 누구도 불평을 토로하지 않았던 MRI의 볼륨을 낮추는 가 하면 초침 소리가 숙면을 방해한다는 판단 하에 소리 없이 움직이는 시계를 비치하는 등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감동을 심어줬다. 이밖에도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존경받는 기업들은 경쟁자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한 목적의 전략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경쟁자 제압보다는 훨씬 큰 시각에서 목표를 세웠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쟁자를 아무리 연구해도 경쟁자 가까이 근접할 수는 있지만 경쟁자를 뛰어 넘는 아이디어를 내기는 힘들다. 경쟁자보다는 고객, 시장에 집착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경영이다. |
'草霧의 세상구경을 시작합니다. > 海에서 잠수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립미술관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 사진전을 다녀와서 (0) | 2013.11.06 |
---|---|
안심 일자리를 위한 클린잡 캠페인 (0) | 2013.11.06 |
한국의 코코 샤넬 ‘노라노’ 편 (0) | 2013.11.02 |
앱 칼럼니스트 정윤희의 ‘모바일 톡’ 17 (0) | 2013.10.31 |
11월 문화 축제, 체험, 전시,을 한눈에보기 - 1 (0) | 2013.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