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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31) 이웃돕기 바자회 풍경

草霧 2013. 10. 19. 12:56

 

 

 

 

착한 바자회로 이웃사랑 실천해요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31) 이웃돕기 바자회 풍경

 

시민기자 이승철 | 2013.10.18

 

[서울톡톡] "할머니가 입어보신 옷 2천원입니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겨울용 털옷을 사들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기웃거린다. 일반 가게에서였다면 몇 만 원은 족히 주었어야 할 옷을 단돈 2천 원에 샀으니 기분이 매우 좋을 만도 하다. "달콤한 호박죽 맛보세요. 한 그릇에 2천원입니다. 국수는 천오백원입니다." 할머니는 호박죽 판매대 앞에 앉아 호박죽도 맛있게 먹는다. 큼직한 그릇에 가득한 호박죽이 참으로 먹음직스럽다.

작은 교회 앞마당에 펼쳐진 이웃돕기 사랑의 바자회 모습

가을 햇볕이 따사로운 주말, 서울 성동구에 있는 마장동과 사근동 경계지역에 있는 작은 교회 앞마당이 하루 종일 잔치마당처럼 붐볐다. 마당 앞에는 '이웃돕기 사랑의 바자회(홍익교회 여전도회연합회 주최)'라 쓰인 펼침막이 걸려 있다. 약간 경사진 마당 이곳저곳에는 옷가지는 물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떡볶이와 부침개, 새우젓과 마른멸치, 청국장과 도토리묵도 팔고 있었다.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다. 노인들이 많았지만 어린자녀들 손을 잡고 나온 젊은 주부들도 보인다. 그런데 할머니가 산 털옷처럼 옷은 물론 음식들도 값이 매우 저렴하다. 일반 시장물건 값의 절반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옷값이 제일 쌌다. 깨끗하게 세탁해 나온 헌옷들은 1천 원씩에 팔렸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옷들은 새 옷도 있었지만 헌옷들도 많아 보인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거의 대부분 저희 교회 교인들이 기증한 것들입니다. 음식들도 교인들이 재료를 준비해서 조리해드리는 것들이어서 값이 싼 것입니다. 어떤 것들은 재료비도 안 되는 값에 팔고 있거든요."

바자회를 주관하고 있는 여전도회회장 박용순 씨의 말이다. 물품을 기증한 교인들도 다른 교인이 기증한 물건을 싼값에 사가기도 했다. 자신에게 필요치 않은 옷이나 물건은 기증하고 필요한 옷이나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 동안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입금은 어디에 쓸까? 10여 년 전부터 해마다 이때쯤이면 바자회를 하고 그 수입금으로 연말이면 100여 명의 독거노인들과 어려운 가정들에 김장김치와 쌀, 그리고 연탄을 나눠주고 있다 한다.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해 바자회를 통하여 옷가지들과 생필품,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 기증하고, 정성껏 김장을 하여 쌀, 연탄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는 사람들, 그들도 대부분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교회 여전도회 회장과 총무(좌), 바자회에 참가한 이웃들(우)

"저희들 살림살이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정도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나눔 행사를 해마다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지요." 바자회에 참가한 중년여성 몇 사람은 모두 똑같은 대답을 했다. 도움을 받는 것보다 비록 넉넉하지는 않아도 작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참 고맙지요. 해마다 이렇게 싼값에 옷도 살 수 있고, 겨울이면 김장도 해주고, 쌀과 연탄도 사주고" 조금 전에 2천 원에 털옷을 샀던 할머니의 말이다. 올해 83세인 이 할머니도 독거노인이었다. 자식들은 아들 딸 3남매를 두었지만 모두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이면 교회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아요. 즐거운 옛 노래도 함께 부르고 맛있는 음식에, 가끔씩 선물도 준답니다."

다른 할머니가 옆에서 거든다. 무슨 말인가 물으니 교회 '이웃사랑회'라는 단체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인근 노인들을 초청하여 점심 대접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웃사랑회도 역시 가난한 교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였다.

가난한 산동네 작은 교회에서 열린 '이웃돕기 사랑의 바자회'와 연말의 김장과 쌀, 연탄나누기, 그리고 매주 수요일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사랑의 손길들, 모두모두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비록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작은 나눔을 통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승철 시민기자 이승철 시민기자는 시인이다. 스스로 '어설픈 시인'이라며 괴테 흉내도 내보고, 소월 흉내도 내보지만 "나의 시는 항상 어설프다.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더불어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나누는 것을 만족할 뿐"이라고 한다. 이 어설픈 시인이 서울살이를 하며 보고 느 낀 삶의 다양한 모습, 역사와 전통 등을 시인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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