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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16

草霧 2013. 10. 15. 11:12

 

 

 

 

`100 - 나이` 만큼 위험자산 투자하세요

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 톡’ 16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 2013.10.14

 

 

주식이미지

 

[서울톡톡] 한국인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현저히 높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통계를 보면 부동산이 80% 가까이 차지한다. 그러니 "집 한채 빼면 가진 돈이 없어"라고 말하는 이들이 주변에 넘쳐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전세계 주요 선진국을 통틀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한국처럼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곧 현금이라 했다. 언제든 팔고 싶으면 팔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얘기였다. 환금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두기만 하면 껑충껑충 뛰었으니 부동산에 1순위로 투자하는 건 어쩌보면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부동산에 돈을 묻어두고 모른 채 할 일이 아니다. 획기적인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한 한국 경제는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누리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값 상승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 구조로 가는게 확실하기 때문에 집이 남아돌 날도 멀지 않았다.

 

 

부동산 어렵다면, 금융 재테크로...

이런 관점이라면 부동산 중심의 가계자산 비중도 달라져야한다. 한국의 평균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배분)는 부동산 70~80%, 금융자산 20~30%다. 금융자산은 투자위험도에 따라 다시 나눠볼 수 있다. 예금과 적금, 보험 등 안전자산이 80%이고, 주식이나 펀드 등 다소 위험성 있는 금융자산이 20% 정도다. 전체적으로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성 있는 금융자산은 전체 자산의 4~6%쯤 된다.

 

이 같은 자산 배분으로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돈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동산으로 대박을 내기 어렵다면 금융에서 재테크 승부를 걸어야 하고, 위험자산에 꽤 투자해야한다. 실제 이미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선진국에서는 주식 투자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세계 부유층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30%), 현금과 예금(20%), 대체상품(20%), 부동산(16%), 기타(14%) 순이라고 한다. 이런 비교치를 보면 주식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아파트

 

위험자산을 얼마나 보유해야하는지에 대해 정답은 딱히 없다. 선진국 경험을 빌리면 이른바 '100 - 나이'의 법칙이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100에서 본인의 나이를 뺀 비율 만큼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30세라면 70%를 주식이나 펀드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투자한다. 반대로 70대라면 30%만 위험자산을 산다.

 

젊었을 때는 긴 시간 투자해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어 수익률이 올라간다. 또 젊어서는 위험자산에 투자해 설사 실패를 본다 하더라도 다시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고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여도 괜찮다. 반면 노령자들은 고정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위험자산을 줄여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이 들어 재테크에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재테크 공식은 개인 상황에 따라...

물론 '100 - 나이'의 법칙이 절대적이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 공격적인 자산을 더욱 늘려야한다는 의미에서 '120 - 나이'의 법칙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20 - 나이'로 따지면 30세의 경우 90%를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투자상품의 변화를 반영한 것인데, 최근 안정성을 높여 큰 손실을 보지 않도록 설계된 펀드들이 많다. 또 주식의 급등락도 줄어든 편이다. 때문에 좀 더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도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수입이나 투자성향을 고려해봐야 한다. 젊은 나이라도 고정수입이 많다면 70~80% 가까이 위험자산에 넣어둘 필요는 없다. 자신이 번 돈만 잘 관리해도 괜찮은 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이가 들었어도 위험을 통제하는 능력을 갖췄고 투자 경험이 풍부하다면 위험자산 비중을 좀 더 높여도 괜찮다.

 

한국에서의 '100 - 나이'의 법칙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신혼집을 마련할 때 초기투자를 10% 정도만 하고 나머지 90% 자금을 평생에 걸쳐 천천히 갚아 나간다. 전세로 살든 내집을 마련하든 가정을 꾸리려면 억대의 자금이 필요한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부동산 비중이 결코 낮아지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100 - 나이'를 여윳돈 중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할 비중 정도로 해석하는 게 더 적당할 수 있다.

 

다만 잊지말아야할 게 있다. 앞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지 않고서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때문에 '100 - 나이'법칙은 보수적으로 안전하게만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한번쯤 되새겨봐야할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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