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담당관 | 2013.09.17
[서울톡톡] 영화배우 권해효. 오랜만에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얼굴을 봐서 좋아하고 있었던지라 만나서 인터뷰한다고 하니 좀 설레기도 했던 취재진들. 분명 강북구 우이동 주민으로 만났건만, 자꾸 연예인으로 보이는 건 없 어쩔 수 없었다.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권해효 씨는 털털해보였지만, 프로답게 위치뿐만 아니라 소리, 조명, 조도까지 신경 쓰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그 후 삼각산 재미난 마을에서 우이동 주민으로 17년 넘게 살아온 그의 이야기의 단편들을 들을 수 있었다.
Q. '마을공동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을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함께 사는'이란 뜻인데, 거기에 다시 공동체라고 말을 붙인다는 뜻은, 그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마을이 철저하게 단절된 관계라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그것을 복원하기 위한 제안으로서 혹은 삶의 방식으로서 마을공동체라는 말이 나왔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건 이런 거 같아요. 일단은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곳에 대한 긍지, 혹은 이곳에 산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기쁜 일을 만들어 내고, 이곳에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일, 거기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삼각산 재미난 마을에 살면서 경험한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동네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인사를 안 하면 "너 왜 아저씨 보고 인사 안 해? 안녕~" "안녕하세요~" "어, 그래!" 저는 이런 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또 살아가는 모습도 배운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 마을 공동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기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확산할 수 있겠죠? 그 안에서 함께 산에 다니는 모임도 있을 수 있고요.
일단 자기 스스로가 재밌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기의 기쁨과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일들을 하나하나 치워내기 위해서 마음을 모으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들이 조금씩 조금씩 확대될 때 마을 공동체는 작은 소단위에서, 그 마을이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면서- 예를 들면 저희 동네만 해도 자연환경에 대한 가치가 되게 큽니다. 북한산이라고 하는 국립공원 아래에 있고, 그래서 매일같이 자연환경이 때론 훼손되고 개발의 논리에 의해서 엎어지고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막아내야겠다는 그런 마음도 크거든요- 그런 것들이 마을의 한 공동체의 중심의 의식으로써 자리 잡기도 하구요.
Q. 마을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삶이 너무 각박해서 그래요. 만약 아침 7시에 집을 나와서 회사에서 야근하며 하루 종일 보내고 집에 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삶이라면 우리가 꿈꾸는 마을공동체는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마을공동체를 복원한다, 스스로 만든다' 이것도 고민하지만, 근본적으로 고민해야할 것은 바로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야 될 거 같아요. 이제 더 이상 얼마를 더 벌기 위해서 가족과 혹은 자기의 시간과 삶을 포기하는 일들을 그만두고, 사회 전체가 방향을 바꿔야할 거 같아요. 그럴 때야 말로 뭐가 되지 않을까요?
Q. 마을공동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타인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존중해 주는 거요. 우리의 삶이 이렇게 이상해진 이유 중의 하나가 내가 남하고 다른 걸 못 견뎌요. 근데 더 큰 문제는 남이 나하고 다른 것도 못 본다는 거죠. 스스로 재밌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바로 거기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을공동체라는 것은 다 같은 하나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각자 다른 사람이 모이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즐길 때 진짜 재미가 생기거든요. 그러니까 "야, 으쌰으쌰 우리 하나야~ 하나야~" 이거 아닙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제 출발입니다.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데 그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9월 28일 서울시청광장에서는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행복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민들과 그 꿈을 나누려고 합니다. 시민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부탁드리고, 여러분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