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세상구경을 물어본다./세상 쳐다보기

친일파란 무엇인가

草霧 2013. 9. 2. 18:01

 

 

친일파란 무엇인가   

 

 

광복후 친일파가 처벌되지 못하고 57년이 지난 2002년 3월 오늘날 까지 논란이 지속 되는가? 그것은 광복과 더불어 처벌됐어야할 친일파들이 반성은 고사하고 양심을 속인채 가면을 쓰고 우리사회 각계 각층의 지도자로 군림을 해왔고 그후손들과 추종자들이 아직도 우리사회 기득권 층을 형성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사냥개들이 일본이 물러간 후에 우리나라의 주인이 돼버린 것이다.말도 안되는 이런일이 어떻게 벌어 졌는가?

 

그당시 우리 선조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것은 공산주의에 물들 것을 염려한 미국의 조치였다.광복과 더불어 우리는 곧이어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세력과 대치해야 되는 불운한 운명을 갖고 있었다.그래서 이땅에 주둔군으로 발을 딛은 미군은 일인들과 친일파들을 다시 현직에 기용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그렇게 명줄을 유지한 친일파들은 반공 극우로 돌아서서 공산 사회계열 인사뿐만 아니라 민족진영 인사들 까지도 무자비하게 탄압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세상이 돼 버렸고 정치기반이 없던 이승만이 이들 친일파들을 기반으로 정치행각을 하므로 해서 독립 운동하시던 애국지사들은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일제의 주구들이 설치는 개판이 돼 버리고 말았다.그리고 사냥개들이 좌지우지하는 사회가 57년이나 흐른채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친일파란 무엇인가>는 1997년 민족문제 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이다.

 

 

*   책머리에         친일인명사전이란 무엇인가           김봉우(민족문제연구소 소장)

 

1. 일제의 대한침략기(日帝의 對韓侵略期,1876-1904)      하 원 호 ( 고려대 강사, 한국사 )

 

2.지배체제 구축기(1905~1919)의  친일파와 그 논리      김 도 형

      

3. 1930년대 조선인 유산층의 친일논리와 배경           정 태 헌

 

4.1930년대 한국인 관료의 충원양식과 그 성격             박 은 경

 

5. 민족말살기 일제의 황민화정책과 민족주의자들의 변절과 협력의 논리       이 명 화

 

6.일제하 사회주의자의 전향문제            김민철(반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7.해방후 친일파의 재등장 구조             강 정 구

 

                  

친일파 문제는 한국사회의 원죄이다.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한국사회가 발전할 수도 없고 존재하기도 어려운 그런 난제이다. 민족분단 문제가 여기서 비롯되었고 경제 종속문제가 여기서 시작되었다. 군사독재가 친일파의 사생아이고 사회혼란이 그 결과물이다.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이건 친일파와 관련이 없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문제를 풀지 못한 채 반세기라는 세월을 그냥 보내고 말았다. 어찌 그냥 보내기만 했을까만 그러나 해결도 못한 채 왔으니 그냥 보낸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더욱 어려운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문제이다. 지난날은 냉전에다 핑계를 대고 그냥 비벼 왔지만 이제는 냉전도 사라지고 그런 것이 통하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 게다가 과거와 같은 진영개념도 없는 시대이고 어느 한편에 기댈 수도 없는 시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모두가 냉전 이후의 계획을 완수하고 자기 이익을 위하여 결사적으로 달리고 있다. 오직 우리만 죽기 살기로 남 바지가랭이 잡고 매달린 채 끌려가는 판이다. 

 

<<친일인명사전이란 무엇인가>>

1. 불행의 근원, 민족 반역자 그리고 식민잔재
우리 사회는 이미 범죄왕국이란 오명을 들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 정치적 병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임시방편적 대증요법으로는 치료될 수 없는 정신적 타락의 극을 달리고 있다. 자잘한 경제적 범죄는 말할 필요도 랴고 오직 제 개인의 이익과 출세향략을 위해서 전 사회성원이 인륜도 도덕도 모두 팽개치고 눈에 불을 켠 채 설치고 있다. 어린이를 산 채로 땅에 묻어 죽이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덕적 지표가 아닌가. 경제 상태 역시 대단히 나쁘며 외세의존 특히 일본에의 의존은 심각한 도를 지나 예속적 질곡으로 화해버렸다.

 

게다가 민족적 과제의 방기와 거듭된 민주화의 좌절로 정치적 허무주의는 온 사회에 심각하게 확산되어 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채 자기소모와 파괴의 길로 치달리고 있다. 전 민족 성원들은 지역적으로 계층적으로 세대별로 종교별로 성별로 갈갈이 찢어져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기를 포기해 버렸다.

 

도대체 우리 사회의 이러한 극단적 타락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도대체 우리의 이러한 극단적 허무주의와 사대주의, 그리고 자기소모와 파괴분열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의 비극적 식민지배의 체험과 그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민족은 근대적 발전을 위한 내적 갈등과 모색 과정에 제국주의의 침략을 맞았으며, 결국 그 침략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되고 말았다. 일제가 식민지배 과정에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고 분열시켰으며 우리 민족을 얼마나 괴롭히고 어떻게 우리 자원과 문화를 약탈.소진시켰는가는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광복 반세기가 다 되도록 아직도 체계적인 일제침략사조차 미처 정리해 내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형편에 있다.

 

일제는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직접 식민지배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파괴하고, 저들의 식민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많은 앞잡이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제의 수족들은 우리 민족을 일제의 침략 소모품으로 만들고 독립운동을 파괴하며 민족내부에 반목을 조장하고 민족허무주의를 유포시키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이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을 어떻게 일일이 헤아릴 수 있을까!

 

일제는 패망하고 광복이 되었지만 광복된 나라의 주인으로 설친 것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친일매국노들이었다. 이들은 일제가 앉아 있던 자리와 재산을 대신 차지하고서 일제가 수행하던 우리 민족 파괴정책을 체계적으로 실천하였다.

 

전율할 식민지의 고통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은 광복이 되면 세상이 바로 잡힐 줄로 믿었다. 그러나 광복되었다는 나라에서 매국노의 기세는 더욱 충천해지고 애국자는 그들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어 갔다. 올바른 독립국가 건설은 물론이고 친일파란 말조차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야만적 지배도 민족허무주의의 조장과 사회윤리체계의 파괴에서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그대로 산 교훈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불행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2. 민족 단결의 요체는 민족반역자의 심판에 있다.
이제 우리 민족은 새로운 위협과 가능성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세계질서는 재편되고 있다. 이 새로운 질서 재편기에 우리 민족이 민족적 단결을 이룩하고 발전을 위한 에네르기를 모아낸다면 우리는 외세로부터 자유롭고 통일된 민주적 독립국가를 건설하여 세계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일제의 경제적 군사적 위협 앞에 다시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무엇으로 민족적 단결을 도모하고 새로운 발전의 에네르기를 만들어 낼 것인가?

 

그것은 우리 민족의 모든 불행의 내부적 원인이며 출발점이었던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심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민족사의 범죄군을 심판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절대로 정화되지 않으며 어떠한 민족통합의 논리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온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산 교훈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눈앞의 일이 급하다해서 이 문제를 외면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민족사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해졌다.

 

어떤 사람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문제를 새삼 끄집어내어 문제를 일으키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친일파 민족반역자 문제는 결코 과거의 문제가 아니고 지금까지도 살아 움직이며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이다. 우리가 이것을 한번도 청산한 바가 없으며 이들은 더욱 더 세력을 강화해 왔는데 이것이 과거 문제란 말인가. 이것이 과거 문제가 되자면 우리의 노력으로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청산한 뒤라야 비로소 과거 문제로 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왜 민족적 화합을 깨느냐고 한다. 그러나 친일파 민족반역자도 우리 민족인가? 암세포도 우리 몸이니까 떼어내지 말고 잘 보호해야 하는가?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암세포를 남김없이 철저히 도려내야 하듯이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철저히 심판해야 우리의 민족적, 사회적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이 국제화 시대에는 민족적인 것보다 국제적인 것을 호흡하고 거기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확실히 요즘은 옛날에 비해서 국제적 교류가 많다. 그러나 이 국제화 시대에도 국적이 없는 국제적인 것이 과연 있는가? 더구나 현실은 국적을 더욱 강화하려 하며 자기 것을 더욱 강력하게 내미는 시기가 아닌가? 국제화 시대의 내용도 모른채 국제화 시대라 해서 남의 것만 쫓아가다가는 자기 멸망 밖에 없다는 것이 이 국제적 약육강식 시대의 교훈이다.

3. 제2의 반민특위로 오욕의 민족사를 정화하자.

이렇게 새로운 위험과 가능성이 교차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역사를 정화하기 위한 <<친일인명사전>>은 반드시 편찬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친일파를 심판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진 상태이다. 그렇다고 추상적인 이야기나 하고 넘어가는 것은 역사의 청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실패해 버린 반민특위를 오늘에 더 철저히 되살려 제2의 반민특위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의 죄상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입증하여 살아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비록 사후에라도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심판을 받는다는 엄정한 교훈을 확립해야 한다.

 

범죄의 이력을 가진 한 개인이 새사람이 되자면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1세기가 넘는 시기를 혼란 속에 지내온 한 민족이 새롭게 탄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엄중한 댓가를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자기 아픔을 감수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에 버림받게 될 것이다. 이 일은 그 역사적 요청때문에 책임감과 도덕성을 갖춘 전국민의 신뢰를 받는 민간단체가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과 역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물심양면에서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후원해야만 비로소 이 사업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4. 왜 인명사전인가

친일인명사전은 개항 이후 지금까지 우리 민족사를 파멸에 밀어넣어 온 친일파를 구체적으로 연구하여 집대성하는 것이다. 친일인명사전 속에는 대표적으로 반드시 청산해야 할 친일파도 실리겠지만 아주 악질적인 행위로 민족 앞에 죄를 지은 낮은 직위의 출신들도 실릴 것이다. 그러면 왜 꼭 개인을 지명하여 구체적으로 실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개인 행위가 어느 환경에서 어떻게 이루어졌건 그 행위의 주체는 그 사람 자신이며 그 책임도 당사자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범죄에 대한 심판은 결국은 개인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는 그 범죄가 이루어진 환경을 참조하기는 하지만 결국 그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

 

그리고 친일파 문제도, 아니 그 외의 범죄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 일반적인 비판과 지탄을 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친일파 당사자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자기가 그 대상인지도 모르고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반성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적인 지적은 구체적 행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사회적인 실천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우리가 친일파 문제를 이 시점에서 거론하는 이유가 지난 날의 행위를 심판하여 미래를 경계하자는 데 있다면 그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택하여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도 일반적인 문제, 구조적인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다면 우리가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구체적으로 문제를 지적할 조건을 만들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친일파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그 행위와 가치관을 준엄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켜 가야 비로소 그 당사자도 아프고 사회의 일반인들도 경계심을 가지고 그러한 행위를 피하려고 들 것이다. 아프지 않은 비판이 무슨 교훈이 되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친일파 문제의 현실성이 제대로 드러나게 된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해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민족사 전체를 반성하자는 의미이다. 우리 민족은 근대화 과정에 들어선 이래 한번도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와 지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반성해본 일이 없다. 한 개인도 하루에 세번 반성하라고 했고 기업이나 소집단도 틈만 나면 평가요 반성인데, 7천만 성원을 가지는 민족이 아무런 반성없이 그것도 민족절멸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150년간을 그냥 지나왔다면 그 자체가 이미 큰 문제이다. 지나온 과거도 격동기였지만 다가올 기간도 격동기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난 날에 대한 특히 자신의 부정성에 대한 준엄한 평가와 비판을 거쳐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민족사가 파탄으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 내지 평가가 개인 단위에서 아니면 소집단 단위에서 그것도 지엽적인 차원에서 극히 단편적으로 이루어지고 만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이 소망하는 반성도 아니고 친일파에 대한 올바른 심판도 될 수 없다. 친일파에 대한 심판은 그 자체가 민족사의 발자취에 대한 심판이요 반성인데 그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면 반드시 전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친일파를 심판하자면 반드시 일제시대의 악행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미 당사자는 대다수가 이 세상에 없는 형편이고 살아 있다 해도 아주 고령이다. 게다가 우리 민족이 아직도 역사 인식이 아주 미약하며 사회정의보다는 개인 인정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법률적인 심판은 불가능하며 그동안 몇차례의 실험 끝에 그 문제는 결론이 난 셈이다. 이제 역사 속에서 그들을 심판하여 교훈으로 살려내는 이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5. 친일인명사전은 어떤 내용을 담는가

친일인명사전에는 친일인물들과 친일단체와 필요한 참고문헌이 실릴 것이다. 친일인물들의 숫자는 반세기가 넘는 식민지 및 준식민지 기간에 이어졌기 때문에 대단히 많다. 그러나 그 많은 인물들의 명부록을 잔뜩 싣는다 한들 실제로 얼마나 역사 정화에 도움이 되겠는가. 친일파네 아니네 논쟁만 거세질 뿐이다. 지금 친일파로 그냥 사람들 명단을 지목만 하면 되는 줄 알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친일파를 선정할 수도 심판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인명사전에는 당시의 여건에서 대표적인 친일행위를 했거나 악질적인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을 선정하여 실을 것이다. 근거를 명확히 댈 수 없는 사람들은 제외할 것이다. 그래서 인명사전에는 실리는 사람은 많아야 수천명 이상을 넘길 수가 없다.

 

친일인명사전의 근본 취지가 심판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원칙의 확립이기 때문에 애매하거나 가벼운 사안의 심판에 주력하기보다 분명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엄정하게 심판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그가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행적을 조사해야 하는데 풍부한 자료 조사와 증언이 사전의 생명이다. 근거가 미약하거나 없는 사실이 포함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가도 단발 행위가 아니라 그 사람 인생 전체를 놓고 총제적으로 할 것이다.

 

친일인명사전의 기록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고 당시의 역사적 과제를 기준삼아 기술할 것이지만 연구논문이 아니라 심판서이기 때문에 그런 요구에 맞게 기술될 것이다. 사전에 실리는 친일파는 아주 자세하게 그가 저지른 죄악과 잘못이 밝혀질 것이다. 다음으로 친일단체에 대한 소개와 평가도 자세하게 할 것이며 꼭 필요한 중요한 참고문헌도 실을 것이다.

6. 친일인명사전은 어떻게 편찬되는가 

친일인명사전은 단순한 백과사전이 아니라 역사를 심판하고 기록하는 사전이다. 따라서 현 연구소의 연구인력만으로 편찬할 수는 없다. 때문에 민족적 양식과 학문적 덕망을 아울러 갖춘 분들이 고루 망라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찬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기준을 설정하고 내용을 정비하게 될 것이다. 실제 사전 집필에는 관심 있는 모든 연구자들이 참여할 것인데 1,000여 명 이상의 연구인력이 동원될 것이다.

 

기록된 원고는 3단계의 심사기구를 통과하여야 사전에 실릴 수 있다. 그래야만 그 내용이 완전히 검증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 단계의 심사기구는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인데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원고는 계속 반려되어 합격해야만 다음 심사단계에 회부될 수 있다. 각 심사위원회는 인적으로 무관한 3명 이상의 전문지식과 인격을 갖춘 분들로 구성하게 될 것인데, 오류가 발견되면 일차적으로 집필자가 책임지겠지만 심사위원도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원고도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시대상황 속의 구체적인 인물에 대한 행적 조사와 더불어 평가를 하는 것이다.

 

이 사전은 민족정기 확립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므로 기록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독립운동가의 입장에서 조사·평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저명한 학자의 원고라도 반드시 심사를 거쳐서 오류를 바로 잡고 함량 미달의 원고는 보완토록 요구할 것이다. 사전의 생명은 객관성이다. 그것은 사실을 근거로 평가한다는 말이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해서 억울한 사람이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7. 사전편찬의 기술적인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자료문제 : 자료문제는 사전편찬의 생명이다. 지금까지 민족문제연구소도 자료를 수집해 왔지만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자료문제에서 1차적인 난제는 광범한 자료의 수집이다. 국내에 있는 자료는 일제의 조직적인 소각·파기로 품귀상태인데다가 그동안 수차례 계속된 변란으로 남아 있는 자료가 퍽 적다. 그것마저 인위적으로 훼손하는 일이 많아서 국내에서 얼마나 자료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자기 역사나 학문을 추구하면 날벼락을 맞는 일이 상식화되었고 또 기록이나 자료의 축적 자체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다 보니 어디에 무슨 자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지에 남아 있는 자료들을 수집해야 하는데 이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엄청난 자금과 현지에서 자료섭렵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최대한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1∼2명이 덤벼서는 태평양에 나뭇잎 띄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자료문제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체계적으로 내용을 분류·정리하는 것이다. 자료 자체가 원래 분류·정리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자료는 잘 정리해서 제공해야 한다. 게다가 그 엄청난 자료를 다 읽고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자면 자료 섭렵에만 수십년이 걸릴 것이니 결국 사전을 만들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자료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느냐하는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다행이 옛날과 달리 컴퓨터가 많은 일을 하는 시기라 컴퓨터 활용기법 이용 여부에 따라 시간 단축문제가 해결되리라 본다.

遁. 기간문제와 국민모금 : 자료정리는 빨라야 1년이고 그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사전 집필은 자료만 정리되면 6개월 정도면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판에 약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다. 이러 저런 사정이 개입될 여지도 있기 때문에 2년에서 3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사전 만드는데서 주의할 일은 이 사전은 방해세력이 있고 그들이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빠른 시간 내에 만들지 않으면 도중에 그치고 말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사전규모는 1인당 원고지 약 50장(평균) 정도로 치고 여기에 자료와 성금인명록까지 치면 백과사전 30권 규모쯤 될 것이다. 이 정도 규모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자료수집부터 해서 약 100억∼150억 쯤의 돈이 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 액수는 크지만 노고에 비해서 비용이 큰 것은 아니다. 이 돈은 정부에서 낼 일도 없고 재벌들이 낼 돈도 아니다. 결국 민족을 아끼는 백성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만원을 낸다면 100만명, 2만원을 낸다면 50만명이 내면 되는 것이다. 100만명이란 숫자는 크지만 우리 인구가 4800만에 육박하니 50명에 1명 정도가 여기에 동참하면 해결되는 것이다. 수용기구가 문제이지 낼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8. 친일인명사전 편찬 주체

친일인명사전은 아무나 돈만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다 그 후예들이고 현역들도 아직 막강한 권세를 휘두르고 있다. 따라서 분명한 책임을 지는 체계가 없으면 결국 만들지 못하고 말 것이다. 친일파나 그 후예들의 공작이 없더라도 이 사업의 성격상 복잡한 논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 배가 산으로 올라갈 것이다. 이런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고 수십년도 끌 수 있는 것이니 사전이 어떻게 되겠는가. 여기에 정치 10단 실력의 방해공작과 여러 사정들이 겹치면 그 장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친일인명사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와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 주체는 지금까지 친일파문제를 책임져 온 민족문제연구소가 될 수 밖에 없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단일체계로서 책임지고 사전을 만들어야 온갖 어려운 난관을 뚫고 나가게 될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도 앞으로는 군대조직 이상으로 탄탄한 체계로 꾸리지 않으면 사전 편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세상일은 더구나 이처럼 거대한 그리고 몹시 어려운 사업은 책임 소재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사업에 생명을 걸고 나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야 책임도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만의 힘으로 될 일은 아니다. 따라서 전체 사회의 동의를 얻어내는 사업과정을 거쳐야 한다.

9. 편찬에 앞서 준비할 일들

인명사전은 한국 근현대사 전체를 심판하는 것이니 만큼 많은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 우선 독립운동과 그 성격에 대한 것들이 더욱 세심하고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식민지배의 성격과 내용도 더 상세하게 밝혀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편찬위원회나 집필자들이 정신적 각오도 다져야 하고 한국 역사에 대한 의식을 통일시키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 사전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을 일으키고 사람에 따라서 역사적 사안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면 어려운 문제가 생길 것이다. 다음으로 풍부한 자료를 미리 출간하여 사전 편찬의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 공통으로 준비하는 자료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집필인사들이 준비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10. 문제점

친일인명사전 편찬은 역사적 문제이니만큼 적이 많다. 더구나 그들이 대를 이은 권문세가요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도 굳건하게 버티어 온 사람들인 만큼 그 위력은 엄청나다. 이들은 사전 편찬의 구비구비마다 훼방을 놓을 것이다. 그것을 예측하여 보면

 

 ?. 모금방해 - 이런 저런 법적 핑계와 정치적, 사회적 압력을 동원하여 모금을 방해할 것이다.

 

 ?. 이데올로기 공세 - 한국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튀어나오는게 이념공세요 뒤집어 씌우기다. 반민특위도 그렇게 두드려 잡았다. 말이 되건 안되건, 믿건 말건 조작으로라도 뒤집어 씌우면 그만이다. 이 점에서는 반민특위의 교훈이 중요하다.

 

?. 추문유포 - 있지 않은 사실, 왜곡된 사실을 만들어 사전 편찬 주체의 도덕성을 훼손시켜 불신을 받게 만들어 사업을 파탄시키는 수법이다. 돈이나 성문제 또는 사실왜곡으로 남을 뒤집어 씌운다는 모략 그 외에 여러가지 조작이 만들어질 수 있다.

 

?. 폭력 - 이런게 잘 안 통하면 직접 폭력에 호소할 수 있다. 핵심 주체들을 살상하거나 그 아이들을 유괴 내지 살상하거나 부인이나 가족들을 금전적으로 성적으로 파탄에 이르게 만들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괴롭혀서 사전이 못 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그 외에 자료나 원고가 쌓여 있는 곳에 방화를 하여 소실케 하거나 폭력배로 위장한 세력이 습격하여 파손하거나 하여 사전 편찬을 방해할 수도 있다.

 

?. 매수·압력 - 사전 편찬에 관계된 사람이 약점이 있거나 중심이 분명치 않으면 돈으로 매수하거나 압력을 넣어서 포기케 하거나 더 나아가 분란을 조장하여 날조·왜곡성 폭로로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업주체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바꿔치울 수도 있다. 또 미리 자원봉사나 기타 눈치 못채게 정보원을 심어 정보를 빼내어 이용하고 내부공작을 하거나 작성된 원고를 훼손하거나 자료를 훼손할 수도 있다.

 

?. 완전차단 - 그래도 일이 그치지 않고 지속되면 아예 물리력으로 차단할 수도 있고 기금을 압류하거나 탈취해 버릴 수도 있다.

 

사전 편찬은 최소한 이런 정도 이상의 방해를 예상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실제 편찬에 착수하면 방해공작은 이 정도가 아닐 것이다.

11. 친일인명사전의 의의와 효능 

지금까지 한국 역사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역사를 반성·평가해 본 일이 없다. 역대 정권이 그 앞의 정권을 비판하거나 격하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들의 정략상의 이익 때문에 한 일이지 역사를 바로잡아 보자는 뜻에서 한 일은 아니다. 온통 비뚤어져 제대로 된 구석이라고는 아예 없는 우리 근현대의 흐름을 우리 스스로가 평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평가는 우리 민족사의 부정적인 측면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것을 교정토록 하므로써 역사가 낡은 과거의 족쇄를 풀고 올바르고 힘차게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낡은 요소는 주로 식민성인데 그 식민성을 비판·지적하므로써 한국사회가 전진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적 논리가 전면화해 있는 이른바 세계화시대에 세계평화와 생존을 일러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가지는 결함에 대한 반성은 외압 때문에 뒤틀려버린 민족정서와 생존의 기틀을 바로잡고 원칙을 바르게 세움으로써 사회 전체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 전체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다음으로 그동안 지역, 계급, 종교, 학벌, 기타 온갖 요소로 찢어져 갈등하던 민족사의 그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므로써 민족이 흔쾌하게 하나로 통합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 민족이 낡은 과거의 가치관을 버리고 올바른 민족적 가치관을 다시 만들고 올바른 기준으로 사회를 운용하고 전민족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이 암울한 세계에 얼마나 찬란한 빛을 밝힐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처럼 친일인명사전 편찬이 갖는 의의는 참으로 큰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기획위원회>-

 

 

그동안 친일파의 범죄를 고발하는 책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현실과의 관련성을 모색하는 작업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친일파 문제에 대한 모색은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친일파에 대한 연구작업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친일파 문제를 개괄하고 총체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입문서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다소 전문적인 영역으로 분절된 여러 권의 책을 다 사서 읽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 왔다. 친일파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이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여기에도 원인이 있다.

 

이책은 오래전에 기획을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출판이 미루어져 왔다. 그동안 일찍 원고를 써내고 기다려온 분들에게는 퍽 미안한 일이다.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책이 많은 분들에게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친일파에 대한 인식을 쉽고도 종합적으로 잘 전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그동안 기다려준 여러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해주신 아세아문화사 사장님과 직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