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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천을 걷다

草霧 2013. 8. 27. 11:37

 

 

 

 

퇴근 후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도림천을 걷다

시민기자 박동현 | 2013.08.23

[서울톡톡] 직장 퇴근 후 집보다 먼저 가는 곳이 있다. 영등포수변둘레길 코스 중 하나인 도림천코스이다. 이 구간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서부터 안양천과 합하는 도림천 합수부 지점까지다. 지하철 전동차 내 냉방으로 채 식지 않은 몸으로 신도림역에 하차, 2번 출구에 위치한 자전거주차장에 세워둔 자전거를 이용해 도림천을 향한다.

자전거도로와 산책길이 잘 조성돼 시민들로부터 각광받는 일품코스이다. 이미 기다렸다는 듯 청둥오리 한 쌍과 왜가리, 두루미가 하천에서 반겨준다. 그간 잦은 비로 산책길 주위로는 허리만큼, 어떤 곳은 키만큼 풀이 자랐다. 풀숲을 헤치고 다가가니 먼저 키 큰 왜가리가 목을 쭉 내밀며 경계를 한다. 덩달아 두루미도 두리번거린다. 청둥오리는 고개를 숙이고 아예 하천변 풀 속으로 사라진다.

한낮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산책, 하이킹 행렬이 줄을 이룬다. 간간히 어린이와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도 보인다. 유모차에 어린이를 태운 젊은 신혼 부부, 직장 동료들의 화기애애한 걸음도 볼 수 있다. 해질 무렵 하천변은 시원한 강바람으로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더욱이 자전거로 내달리면 맞바람은 이보다 더한 꿀맛이 없을 정도이다.

구간구간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어 산책을 하다 잠시 운동을 즐기는 시민도 있다. 소규모 농구장도 마련돼 있어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한다. 자연이 주는 맑은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더운 여름 내내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땀을 많이 흘려 피로가 쌓이고 노곤한 상태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도림천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한창 만발해 찾는 이들을 반긴다. 더운 날씨 탓인지 노란 들국화와 코스모스가 벌써 활짝 웃었다. 이들 만개한 꽃과 화초에서 뿜어내는 천연 향 역시 일품이다. 온몸으로 꽃을 피운 화초도 눈에 띄고, 수직벽을 타고 올라가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덩굴손 꽃도 볼 수 있다.

도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빨간 고추잠자리들이 떼지어 몰려와 하천 위를 맴돈다. 안양천과 만나는 합수부 지점 하천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시커먼 등을 내밀며 헤엄치고 있다. 구간 끝지점 문래동과 목동을 잇는 신정교 하부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민들이 모였다. 산책하고 하이킹을 하는 이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간이쉼터이기도 하다.

구로동 거주 김지민(28) 씨는 "직장이 목동이다. 출근은 지하철로, 퇴근은 도림천 산책길을 이용한다. 퇴근 무렵 강바람 시원한 공기 마시며 산책길을 걷다보면 업무 중 받은 스트레스 싹 사라진다. 걷다보니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지하철은 둘러가기 때문에 걷는 것이나 소요시간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도림천 구간의 또 하나의 서비스는 전체가 자연생태체험장으로 조성됐다는 것.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아주 유익하다. 또 이정표도 잘 설치돼 있어 길을 찾기도 편리하다. 더위에 집에서 짜증내며 머물지 말고 도림천으로 향함이 어떨지. 가족이나 연인, 퇴근 후 직장 동료, 친구끼리도 좋다. 산책하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 Tip - 주노선 거리는 3km,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라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 - 1,2호선과 환승역 신도림역 - 까치산 방면 도림천역을 지나간다. 산책하다 힘들면 되돌아갈 때는 지하철을 이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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