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큐레이터와 함께 만든 작품, 보실래요?탑골미술관, 세대통합전 <종이 놀이터> 열어 [서울톡톡] 지난 5월 16일에 개관한 서울 노인 복지센터 탑골미술관에서 오는 8월 25일까지 특별한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국동으로 향했다. 액자 안에 곱게 그려진 작품을 상상하며 전시실로 찾았는데 내부는 라면상자, 택배 상자 등 우리가 흔히 깨끗한 쓰레기로 분류하는 상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상자로 만든 자동차, 두루마리 휴지 심으로 만든 나비가 천장에 예쁜 모습을 하고 걸려있었다. 또 전시관 바닥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뛰어놀 수 있도록 상자가 깔렸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색연필을 하나 들고 그리고 싶은 나비, 언니, 가족의 모습을 자유롭게 그리고 있었다. 상자를 가지고 놀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들, 상자 안에 들어가 장난감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첫 모습은 다소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나의 편견이었을까? 어수선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머릿속은 전시관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복잡해졌다. 멍하니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다가 정신없이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체험이 궁금해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 함께 놀기 시작했다. 전자펜으로 모눈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화면에 자기가 그린 그림이 나오자 신기해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며 부끄러워하던 어린이는 큐레이터 할머니와 함께 간단한 하트 모양을 그려 친구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함께한 모든 아이들이 예쁜 하트라며 즐거워했고, 아이의 수줍어하는 모습은 이내 사라졌다 전시관 가운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자와 재료들을 재활용해 자동차를 만들었다. 한 어린이에게 어디로 떠날 거냐고 묻자 가고 싶은 곳은 다 간다며 얼른 타라고 한다. 그리고는 "출발~!" 을 외치며 우리는 함께 각자 떠나고 싶은 곳을 상상했다. 오븐을 상자로 만들어 장난감 쿠키를 굽는 아이들은 테이프를 이용해 상자를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동안 살짝 다가와 자기가 만든 쿠키라며 자기보다 다섯 살은 많아 보이는 언니에게 한번 먹어 보라고 주는 어린이의 모습은 정다웠다.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면서 옆에 혹은 뒤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아이들만의 상상의 나래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우리 어른들이 배워야 할 모습으로 다가왔다. 30여 분 아이들에게 신 나게 뛰놀 수 있도록 한 후, 전시관에서는 어르신 마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복지센터의 마술반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짝반짝 마법사 모습으로 모자와 조끼, 망토를 걸치고 나타나셨다. 매듭 마법에서부터 달걀에서 등장하는 병아리 마법까지 열 분의 순서가 지난 후,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하나가 되어 함께 손뼉 치고 함께 웃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탑골 미술관은 단순히 액자에 걸린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는 어른용 전시회가 아닌 50%로는 작가님의 작품으로 50%는 관람객인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해서 채우는 방식의 전시였다. 가지고 놀던 자동차가 오전에 부서지면 오후에는 자동차 정비공장이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였다. 이와 더불어 어르신 큐레이터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우리 전통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숨바꼭질'을 진행해 전시관 안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항상 엄숙해야 하고, 옆 사람의 작품 감상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는 기존의 전시를 뛰어 넘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획기적인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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