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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서울의 맛, 임자수탕 vs 콩국수

草霧 2013. 7. 19. 13:07

 

 

세종도 광해군도 여름엔 이걸 먹었다?

세계 속 서울의 맛, 임자수탕 vs 콩국수

서울톡톡 | 2013.07.18

[서울톡톡] 더운 여름이 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을 떠올린다. 콩국에 국수를 말고 오이채를 올려 먹는 콩국수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일 뿐 아니라 더위를 시원하게 가셔줄 피서음식이기도 하다. 서민들이 소박한 콩국수 한 그릇에 땀을 식힐 때, 구중궁궐 속 임금님은 어떤 음식으로 여름을 나셨을까?

왕실의 대표 여름음식 '임자수탕'

'임자수탕'은 궁중의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깻국, 혹은 깻국탕이라고도 불렸다. <조선요리제법(1917)>은 임자수탕을 '초계탕'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닭고기가 깨와 함께 주재료로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임자수탕, 깻국탕 등 '깨'를 전면에 내세운 이름이 붙은 이유는 그만큼 깨의 효능을 높이 샀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깨는 고려시대에 이미 널리 쓰이기 시작한 조미료로 고려를 방문했던 송나라 사신이 지은 <고려도경>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참깨가 대량으로 재배됐으며 이것으로 짠 '참기름'도 많이 사용됐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를 이용한 깨죽, 깨찰편, 깨강정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으나 손이 많이 가고 재료가 고급스럽기로는 임자수탕을 따라갈 만한 참깨 요리가 없다.

조선후기 상궁이 저술한 <이조궁정요리통고(1957)>에 따르면 내장을 빼고 손질한 닭을 잘 삶아 닭 육수를 만들고 참깨는 타지 않게 볶아서 절구에 찧어 껍질을 벗기고 갈아서 깻국을 만든다. 이를 닭 육수와 합친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춰 차게 식힌다. 쇠고기, 양, 등골, 미나리, 달걀, 표고, 오이 등의 재료를 손질, 조리해 닭고기와 함께 깻국에 말고 그 위에 녹말을 씌워서 끓는 물에 데친 감국 잎과 잣을 얹는다. 다른 고급 궁중음식과 마찬가지로 임자수탕도 궁궐에서 양반가로 전해져 '서울의 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렇다면 높은 영양가로 귀한 식품 대접을 받았던 작은 참깨 한 알에는 어떤 영양소가 들어있을까? 참깨는 바늘 귀 만큼 작은 한 알에 대지의 영양소가 고루 담겨있는 고영양 식품으로 약 50%가 지방으로 구성돼 있으며 단백질도 20%나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칼슘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참깨의 지방에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다량 들어있어 동맥경화, 고혈압, 탈모, 노화방지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민의 보양식 콩국수

갖가지 고명을 준비하기 힘든 도성의 양반들은 '깻국국수'를 즐겼을 것이다. 조선후기에 쓰여진 <시의전서>에도 등장하는 깻국국수는 임자수탕과 콩국수의 조리법을 섞어 놓은 듯 한 음식으로 깻국에 소금을 타고 밀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콩보다는 훨씬 귀한 참깨를 썼으니 일반 서민들이 먹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고명이 비교적 간단하고 국수를 만 품새가 소박하니 임금님이 드시기엔 약간 모자랐을 터. 임자수탕이 화려한 곤룡포로 차려입은 임금이라면 깻국국수는 장식은 덜하지만 고급 옷감을 사용해 정성껏 지은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신하, 그리고 콩국수는 흰 옷을 즐겨 입었던 우리 조선시대 민중이라 할 수 있다.

콩국수는 서민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콩국수 한 그릇의 열량은 500㎉정도이지만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단백질 함량 또한 높은 건강식이다. 또 원재료인 콩 속의 사포닌 성분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몸매를 날씬하게 가꿔준다.

옛 문헌에서도 콩의 영양가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1681~1763)은 '성호사설'에서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은 귀현한 자에게로 돌아가 버리고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 이 콩뿐이다. 맷돌에 갈아 두부로 만들면 남은 찌끼도 얼마든지 많은데 끓여서 국을 만들며 구수한 맛이 먹음직하다" 콩 예찬론을 펼쳤다.

콩국수 영양성분표(1회 제공량 1인분 800g 당 함량)
(%)는 1일 영양소 기준치에 대한 비율임


글_정희선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출처_서울식품안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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