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의 정신병자/한국미술

서울의 근대를 읽으려면 그의 그림을 보라

草霧 2013. 5. 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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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근대를 읽으려면 그의 그림을 보라

최덕휴 회고전…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조주현 | 2011.10.19

 

봄의 대한의학원, 130.5 x 193cm, 캔버스에 유채, 1985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는 신자연주의 화풍으로 풍경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최덕휴 화백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주변의 풍경을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려 온 최덕휴 화백의 예술적 삶의 여정은 우리의 뼈아픈 근대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가이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미술교육자로 일생을 바친 고 최덕휴 화백(1922~1998)은 1922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하여 서울 휘문중학교 2학년 때 미술교사 장발 선생의 영향으로 화가의 꿈을 갖게 되었고, 이후 1941년부터 1943까지 동경제국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그의 일생에 있어 광복군 활동은 평생 화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기록된다. 그는 동경제국미술학교 재학 당시 학병으로 일본군 64사단에 배속되어 만주에 주둔하던 중 필사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 뒤 1945년 광복군으로 재입대해 항일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는 육군에 재입대하여 전투에 참가하고 1956년 소령으로 제대하였다.

 

태평양전쟁 말기, 패망 직전의 일본은 1943년 일본에 유학 중인 한인 대학생까지 전쟁터로 끌어내었다. 그는 중지파견군 64사단에 배속되어 북지 산향에서 하남작전으로 남하하던 중 형산현 북미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일본군을 탈출하여 중경에 이르렀다. 탈출 1개월 전 장사남쪽 남악산의 농가에서 우연히 벽에 도배된 ‘상담일보’에서 한국 임시정부의 내력과 광복군의 활동상이 실린 기사를 보고 중경에 임시정부가 있다는 것을 안 그는 그곳에서 만여 리나 떨어진 중경까지 필사적으로 갔던 것이다. 그러한 전장에서도 예술의 투혼을 꽃피웠던 최덕휴 화백은 후일 한국의 자연에 대한 깊은 천착을 통해 그 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성하였고, 강렬한 열정과 표현 기법을 통해 근·현대 서양화단의 가교 역할을 했다.

 

연봉, 105 x 411.5cm, 캔버스에 유채, 1973 정릉과 미아리, 100.5 x 223.5cm, 캔버스에 유채, 1982극동빌딩 중심, 108 x 223.5cm, 캔버스에 유채, 1984

 

최덕휴 화백은 또한 미술교육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내 미술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 예로, 한국미술교육협회는 1960년 국제미술교육학회(INSEA)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그는 1965년 동경에서 열린 INSEA세계총회에 한국대표단장으로 참석하는 등 선진국 여러 나라들과 미술 교육 문화를 교류하였다. 또한 1971년에는 서울에 아시아 총회를 유치하여 앰버서더호텔에서 대회를 진행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파리를 비롯한 구미, 태국, 인도, 터키, 그리스, 유고, 그리고 타이티를 비롯한 남태평양 각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을 시찰하였으며, 이는 그가 자연스레 세계를 화폭 속에 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돌산_97x146.5_캔버스에 유화_1958_국립현대미술관 소장무사시노 농장_73x91_캔버스에 유화_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번 <최덕휴>전은 그의 서울시립미술관 작품 기증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회고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07년 최덕휴 화백의 유족으로부터 생전 그가 남긴 주옥같은 유화 및 수채화 작품 78점을 기증받아, 그 중 29점과 최덕휴기념관 소장작품 13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품 3점 등으로 구성된 총 45점의 대표작을 전시하고 있다. 최덕휴 화백의 주요 작품을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194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들로 구성하여, <무사시노 농장>, <워싱턴 시가지>, <오색의 적송>, <정릉과 미아리> 등 유화 38점과 수채화 7점을 선보인다.

 

전시 구성은 시기별, 주제별로 총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 섹션인 <신자연주의의 태동>에서는 비구상적 자연 표현으로 '신자연주의' 화풍을 시도했던 1940~1950년대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체적으로 사실적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야수파를 연상케 하는 왜곡이 있으며, 색감 또한 사실적이라기보다는 각 부분에 어울리는 채색을 해서 하나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외국 풍경> 섹션에서는 활발한 국제 활동 등을 통해 세계를 화폭에 담기도 했던 1960~1970년대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이 시기의 다양한 색채감각은 예술가로서 성숙해지는 내적인 변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삶을 반영한 자연> 섹션에서는 대담한 구도, 힘 있는 필력 등을 통해 자연의 순수성을 드러낸 대표적 풍경화들이 전시된다.

 

1970~1980년대 최덕휴 화백은 대작 위주의 연작을 통해 서울 풍경을 집중적으로 그리며 서울이라는 도시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남서울 분관 2층에서 전시되는 <수도 서울> 섹션에서는 일종의 서울 변천 기록자와 같은 역할을 하였던 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상을 생동적인 붓놀림과 풍부한 색채로 표현한 그의 서울풍경 작품들 중 도시의 빌딩 숲을 묘사한 연작들은 오늘날 국제적인 거대 도시로 발전한 서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최덕휴>회고전은 이러한 그의 유족의 뜻 깊은 기증에 대한 보답으로 기획된 전시이며,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 수준 높은 기증문화가 자리 잡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글/조주현(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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